山(산)에 가서

강희근

by 조영필 Zho YP

山(산)에 가서




나이 스물을 넘어 내 오른 산길은

내 키에 몇자는 넉넉히도 더 자란

솔숲에 나 있었다.


어느해 여름이던가,

소고삐 쥔 손의 땀만큼 씹어낸 망개 열매 신물이

이 길가 산풀에 취한 내 어린 미소의 보조개에 괴어서,


해 기운 오후에 이미 하늘 구름에

가 영 안오는

맘의 한 술잔에 가득 가득히 넘친 때 있었나니.


내려다 보아, 매가 도는 허공의 길 멀리에

때 알아, 배먹은 새댁의 앞치마 두르듯

연기가 산빛 응달 가장자리에 초가를 덮을 때

또 내려가곤 했던 그 산길은

내 키에 몇자는 넉넉히도 더 자란

솔숲에 나 있었다.





(서울신문 1965년 신춘문예당선작; 전후신춘문예당선시집·상, 실천문학사, 1981)


*망개 열매:

청미래덩굴[학명: Smilax china L.]은 백합과의 ‘덩굴성 가을에 잎이 누렇게 단풍이 들었다가 잎이 떨어지지 아니하고 이듬해 봄에 다시 푸르러지는 키 작은 나무[半常綠 灌木]’다. 한글명 청미래덩굴은 덜 익은 푸른(靑) 열매의 덩굴이라는 의미로 한자와 우리말이 섞여 있는 이름이다. 다른 이름으로 명감, 망개나무, 매발톱가시, 종가시나무, 청열매덤불, 좀청미래, 팟청미래, 좀명감나무, 섬명감나무, 망개, 팥청미래덩굴, 좀청미래덩굴, 칡멀개덩굴, 팔청미래 등이 있다.

청미래덩굴은 어린잎을 따다가 나물로 먹기도 하며, 다 펼쳐진 잎으로 떡을 싸서 찌면 서로 달라붙지 않고, 오랫동안 쉬지 않으며, 잎의 향기가 배어 독특한 맛이 난다. 시골장터에서 흔히 듣던 떡장수의 ‘망개~ 떠억’ 하는 외침은 지나간 세대의 아련한 추억이다.

망개떡은 청미래덩굴의 잎으로 싼 떡을 말한다. 먹을 것이 없던 옛 시골 아이들은 ‘망개 열매’가 시고 떫은 초록일 때부터 눈독을 들인다. 익은 열매는 달콤한 맛을 보려고 오가며 가끔 입속에 넣어보곤 한다. 항상 조금 더 맛있고 씹히는 부분이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으로 유년을 보낸 기억이 새롭다.

중남부지방에 주로 분포하며 산기슭의 양지에서 자란다. 굵은 뿌리가 옆으로 꾸불꾸불 벋고, 줄기는 마디에서 이리저리 굽으며 길이 3m 정도로 자라고 갈고리 같은 가시가 있다. 어긋나는 잎은 길이 4~12cm, 너비 2~10cm 정도의 넓은 타원형으로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기부에서 5~7맥이 나오고 다시 그물맥으로 되며 윤기가 있다. 잎자루는 길이 7~20mm 정도이고 턱잎은 덩굴손으로 된다.

꽃은 단성화로 황록색이며 5월에 꽃대 끝에 다시 부챗살 모양으로 갈라져 피는 꽃차례를 이룬다. 꽃줄기는 길이 15∼30mm이고 작은꽃줄기는 길이 1cm 정도이다. 화피갈래조각은 6개이며 뒤로 말리고 6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다. 씨방은 긴 타원형으로서 3심이며 끝이 3개로 갈라진다. 열매는 둥글며 지름 1cm 정도이고 9~10월에 붉은색으로 익으며, 명감 또는 망개라고 한다.

한방에서는 청미래덩굴의 전체를 산귀래(山歸來), 토비해(土萆薢), 과산룡(過山龍), 금강과(金剛果), 발계(菝葜), 비해(萆薢), 우여량(禹余粮), 토복령(土茯苓), 황우근(黃牛根)이란 약재명으로 약용한다. 뿌리에 이뇨, 해독, 거풍 등의 효능이 있어 관절염, 요통, 종기 등에 사용하고 뿌리 부분에는 어떤 원인인지 명확지 않으나 가끔 굵다란 혹이 생기는데, 이것을 ‘토복령(土茯岺)’이라고 한다. 속에는 흰 가루 같은 전분이 들어 있어서 흉년에 대용식으로 먹기도 했다.

그 밖에 주요 쓰임새는 약재다. 옛사람들이 문란한 성생활로 매독에 걸리면 먼저 토복령 처방부터 시작했다. 또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피를 맑게 하며 해독작용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열매는 식용하며 어린 순은 나물로 먹는다. (우리문화신문, 이영일, 2020. 12. 4.)


*배먹은 새댁의 앞치마 두르듯: ... 시부모를 모시고 살았던 시대... 저녁 무렵에는 며느리가 아무리 몸이 불편해도 며느리가 할 일은 반드시 해야만 했던 시절이다... 배는 배(梨)가 아니라, 배(腹)라는 말이 된다. 저녁이 되면 임신한 고달픈 몸임에도 불구하고 며느리는 저녁밥을 준비하기 위해 앞치마를 두른다는 뜻이 된다. (경남도민신문, 이창하, 2022. 3. 2.)


... 시인은 어릴 적 소 먹이러 올라간 산 위에서 망개 열매로 주린 배를 채우고... 어느새 해가 기울면 소년은 산 아래 초가집 굴뚝에 피워 올라오는 밥 짓는 연기를 신호로 알고 산에서 내려가곤 했다... (네이버블로그, 들리는가 숲속에서 들리는 소리, 2020. 2. 23.)


Note:

‘새댁의 앞치마 두르듯/ 연기가 산빛 응달 가장자리에 초가를 덮을 때’ 이 표현의 풍경이 너무도 생생하게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