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자원(廢棄資源)

조영필

by 조영필 Zho YP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쓰레기로 뒤덮이고 있다. 산업혁명을 통해 인간이 만들어온 물건들을 인간이 채 다 쓰지도 못한 채 버릴 뿐만 아니라, 어떤 물건들은 생분해가 되지 않아 환경을 어지럽힌다. 저 멀리 태평양에 폐비닐로 된 큰 섬이라든지, 생선의 살에서 플라스틱의 미세 입자가 발견되는 현실에서 인간의 생존과 건강도 더이상 안전하지 않게 되었다. 이런 까닭에 폐기물을 활용하는 다양한 기술의 개발과 사업들이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 기업이 폐비닐, 폐플라스틱을 분해해 석유로 되돌리는 기술을 개발해 세계 최초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뉴스는 무척 반갑다. 이름하여 '도시유전'이라고 한다 (동아일보, 2022.4.14.).


그 이름이 또한 낯익는데 그것은 바로 '도시광산urban mining' 때문이다. 도시광산이란 광물을 캐는 전통적인 광산과 달리 도시에서 버려지는 폐가전제품에서 금, 은 등 희귀금속 자원을 얻는 형태를 일컫는다. 태워서 사라지는 일반 폐기물과 달리 금속은 형질이 남아있어 추출 후 재사용이 가능한 데서 착안한 것으로 1980년 일본 도호쿠대 선광제련연구소 난조 미치오南條道夫 교수가 주창한 개념이다(chemicalnews, 2022.4.15). 그러나 도시광산은 환경을 보호하는 동시에 파괴한다. 처리 전에 방치된 폐기물이 풍화하며 토양오염을 유발할 수도 있다. 또한 불에 태워서 자원을 분리하는 낮은 수준의 기술로 선별작업을 할 경우 유해화학 물질의 배출을 막을 수 없어 재활용 공장의 입지 선정에도 지자체와 갈등을 빚는 등의 어려움이 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도시광산 산업이 발전하면 폐기물로부터 자원을 추출해 무의미하게 버려지는 노후제품들의 가치도 높이고 국가 자원 수급 안정과 환경보호 등의 순기능을 얻을 수 있다 (e4dsnews, 2021.5.11.).


최근에는 재활용 쓰레기를 모니터링하고 이를 빅데이터로 수집하는 업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실 그들이 수집한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업체에서도 아직 정확히 모를 것이다. 데이터는 일차적으로는 쓰레기의 종류별 지역별 시기별 발생을 모니터링하는 것이지만, 이들 쓰레기는 또한 물건의 사용현황을 파악하는 좋은 자료이므로, 기업의 마케팅의 근거 자료에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재활용을 용이하게 제품의 포장에 대한 개선 요구를 할 수 있는 자료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 사업이 돈이 된다는 것은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고 있는데 이것이 사기가 아닌 것이 이상한 바로 그런 느낌이다.


사실 탐정 소설과 영화를 보면, 탐정들이 용의자 주거지 주변의 쓰레기를 뒤지는 장면이 종종 나오곤 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쓰레기에는 용의자의 정보가 들어있어 수사에 있어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까닭에 독재자의 변이 1급 보안사항이듯이 폐지도 보안사항이 되어 항상 파쇄기를 거쳐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예전에는 정부의 행정 데이터나 기업의 영업 데이터가 그냥 기록되어 창고에 일정기간 쌓였다가 폐기되는 것에 불과하였으나, 갑자기 이제는 그 데이터들이 기업의 중요 자산으로 승격되어 보안도 강화되고 또 A.I.에 의한 분석도 가능하게 되었다. 이처럼 데이터는 모든 곳에서 작동되고 있지만, 폐기자원에도 그것의 가치는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


유기체의 입장에서 폐기자원이란 대사과정metabolism의 방출물이다. 그것은 주로 동물에서 발생하는 것이었는데, 인간이 농경생활에 접어들기 전까지는 이를 중요 자원으로 인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오랜 농경으로 농지의 지력이 다하자 농부들은 변을 자원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는 한 순환(대사)의 찌꺼기가 다른 순환(식물)의 영양소가 되어 전체 자연 생태계의 연결을 강화시켜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즐겨 먹는 술 또한 효모들의 발효과정의 찌꺼기라고 본다면, 폐기자원이라는 개념은 애시당초 존재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물론 한 문화권에서 용도를 파악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다른 문화권에서는 즐겨 사용하는 사례를 식문화에서는 차고 넘치게 볼 수 있다. 족발, 닭발, 소꼬리뼈, 순대, 돼지껍질 등 우리가 즐겨 먹는 식품들이 다른 문화권에서는 식용불가품으로 판정되어 버려지는 부위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고려하면, 폐기자원이란, 용도를 발견하지 못한 자원으로 정의할 수도 있겠다.


사무용품 기업 3M에서 스펜서 실버Spencer Silver는 아크릴 접착물의 강도를 개선하기 위해 연구하던 중 잘 붙고 또 잘 떨어지는 새로운 접착 물질을 만들게 되었다. 아무도 그 새로운 물질에서 어떤 용도를 찾지 못했다. 그리고 이 접착제는 그렇게 4년간 잊혀졌다. 3M의 신제품 개발팀원 출신 아서 프라이Arthur Fry는 교회 성가대 활동을 하고 있었다.


…”교회 성가대에 서서 노래할 때, 나는 노래를 표시하는 데 사용하던 작은 종이 조각이 떨어진 것을 알고, 손으로 더듬어, 올바른 페이지를 찾으려고 노력하였어요. 뒤이어 지루한 설교가 이어졌고, 내 마음은 다시 이 음악의 문제 상황으로 돌아가서 방황하고 있었어요. 그때, 나는 “통찰의 섬광”이 떠올랐어요. 유레카! 실버 박사의 접착제로 책갈피를 만들면, 책을 손상시키지 않고 붙였다 뗐다 할 수 있겠다고요.”...


회사에서는 여전히 부정적이었지만 그들은 끊임없이 연구에 매진하여 1977년 포스트잇이 출시되었다. (Horowitz, 52. 창의성 촉진자로서의 실수 https://brunch.co.kr/@zhoyp/114)


그러므로 지금 우리가 그 처리에 골머리를 앓는 방사능 폐기물 또한 어떤 미래 시점에서 유용한 용도로 쓰이게 될지 그 누구도 속단할 수 없는 것이다. 폐기자원은 그것이 폐기되기 전의 기존 용도 또는 그것이 사용되지 않았던 다른 새로운 용도에서의 재활용의 가능성이 항상 남아 있는 자원인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이른 시기에 사회에서 은퇴하고 있는 시니어들의 현실이다. 예전에는 노인의 지혜가 존중되었으나, 지금은 인터넷과 A.I.가 다 알려주어 젊은 세대로서는 굳이 세대차가 나는 불편한 대화를 하며 그들에게 무언가를 문의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베이비부머가 퇴장하면 우리사회의 근로인구는 줄어들고 사회의 활력도 떨어질 것이다. 편하고 불편하고를 떠나 세대간의 화해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도시광산, 도시유전, 도시농업만이 생태계 복원이 아니라, 노소간의 화합도 사회생태계의 순환과 복원을 위한 중요한 열쇠이다. 폐기자원을 생각하는데, 가난한 노인의 슬픈 삶과 동시에 황량한 전자공간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젊은이들의 방황이 함께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