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필
SIT 창시자 호로비츠Horowitz 박사는 그의 ASIT 사례연구에서 사진 촬영시의 적목赤目 현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적목현상은 플래시를 터뜨려 사진을 찍을 때 눈동자가 빛의 갑작스러운 밝기에 적응할 시간이 부족하여 발생한다. 따라서 빛의 새로운 강도에 적응하여 눈동자의 크기가 충분히 작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눈의 혈관 조직이 사진에 찍혀 눈이 붉게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 또한 플래시라고 한다. 문제의 원인이 플래시에 있는데, 이를 다시 해결책에 사용한다는 것은 납득이 잘 안되는 이치이다.
오늘날 다수의 카메라는 이중 플래시를 터뜨린다. 첫 플래시때 눈동자는 빛의 강도에 반응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충분히 적응될 무렵에 두 번째 플래시가 터지고 사진은 찍힌다. 이를 설명한 후 호로비츠 박사는 해결책을 찾기 위한 수단으로써 가장 먼저 고려하여야 할 것 중의 하나는 문제 그 자체라고 강조한다(Horowitz, 57. 당신의 적을 사용하여 당신의... 적과 싸워라 https://brunch.co.kr/@zhoyp/109).
어떻게 적군으로 하여금 적군과 싸우도록 할 수 있을까? 이는 동양에서 이이제이以夷制夷로 잘 알려진 외교방책이다. 어떻게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으로 하여금 그 질병을 치료하도록 할 수 있을까? 이것의 가장 고전적인 사례는 제너Edward Jenner의 우두법牛痘法이다.
영국의 제너는 1773년부터 고향 글로스터셔 주의 버클리에서 의사로 활동하였다. 그곳은 대부분의 환자가 농부인 농촌사회이었다. 제너는 1775년 무렵에 천연두天然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 지방에서는 우유 짜는 부인들은 소의 천연두(우두)를 경험한 뒤에는 사람이 앓는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 알려져 있었다. 제너는 이러한 사실을 의학에 응용하여 1778년에 그의 관찰을 모았으며, '우두가 천연두를 예방한다'는 가설을 세우고 1796년부터 1798년까지 23회의 실험을 실시하여 그 결과를 왕립협회에 보고했다. 제너는 라틴어로 암소를 의미하는 바카vacca에서 우두variolae vaccinae라는 용어를 명명하였는데 백신vaccine과 백신접종vaccination은 여기에서 파생되어 만들어졌다.
제너의 방법은 실제로 큰 효과를 거두었지만 왜 효과가 있는지는 80년 뒤에나 알게 되었다. 그 당시는 '면역(免疫, immunity)'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소의 우두를 일으키는 병원체는 바시니아vaccinia 바이러스이고, 사람의 두창痘瘡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바리올라variola 바이러스로 서로 다른 병원체였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이 둘 사이에 교차면역성이 있어 우두가 인두人痘를 예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1979년 WHO는 지구상에서 천연두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선언했다.
회사를 다닐 때 이야기이다. 회장실 소속 젊은 간부들은 회장에 대한 본부장의 업무 발표시마다 사냥개처럼 질문을 쏘아대곤 하였다. 유독 우리 본부장의 심기를 긁는 한 친구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 본부장은 회장실에 요청하여 그 친구를 자신의 참모로 인사발령을 내어 버렸다. 이로부터 우리 본부장의 업무보고 시간이 아주 매끄럽게 진행되었다는 것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찬성할 해결책은 아니겠지만,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1987년작)'에서 선생님이 가장 힘이 센 친구를 급장으로 임명한 것과 유사한 전략이다.
회사에서는 퇴출이 예고된 직원들을 특정한 부서에 배치하여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곤 한다. 신시장 사업팀이라고 명명하는 부서인데, 주로 기존 사업분야에서 사업확장이 용이하지 않은 영업 경로에 투입된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기에 이들은 온갖 노력을 마다치 않게 되는데 가끔씩은 영웅이 탄생하여 금의환향하기도 한다. 이런 것은 호주 개척 초기에 영국에서 죄수들을 실어 보낸 사실과도 오버랩된다. 문제아가 해결사가 되는 이치이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항해 시에도 유사한 사례를 볼 수 있다. 콜럼버스의 출항 시 가장 마지막 난관은 선원모집이었다. 캐러비안의 해적Pirates of the Caribbean 시리즈의 3편 세상의 끝에서At World's End에서도 나타나는 장면이지만 지구를 평평하게 이해하는 당시의 세계관에서 저 넓은 바다 끝에 가면 벼랑 아래로 굴어 떨어져 죽을 것이 뻔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콜럼버스는 다시 한번 스페인의 이사벨라 여왕(Isabella I)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여왕은 죄수가 승무원으로 지원 시 과거의 죄를 사면해주는 조건을 내걸었다. 결국 전체 120명 선원의 4분의 1은 사면 받은 죄수들로 채워지게 된다(시민포커스, 2021.1.18.).
이런 류의 관점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반간계反間計일 것이다. 손자병법의 용간用間편에서 첩자를 이용하는 다섯 가지 방법 가운데 하나이다. 적의 첩자를 포섭하여 아군의 첩자로 이용하는 방법과 적의 첩자인 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거짓 정보를 흘려 적을 속이는 방법으로 활용된다. 한漢나라 유방劉邦의 책사 진평陳平이 초楚나라 항우項羽가 그의 책사 범증范增을 의심케 하여 한의 궁극적인 승리를 도모한 것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동서간의 냉전시대에 종종 뉴스에 오르내리던 '이중간첩'은 반간계의 현대적 명칭이라고 할 것이다.
왜 문제의 핵심 원인이 해결책에 이르도록 돕는 것일까? 문제의 원인은 문제를 만들었다는 단순한 그 사실에 의하여 변화를 이끌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그 대답이다. 그리고 변화를 창출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어떤 요소들은 거의 그것들이 감지된 바로 그 몇 가지 방향으로 상황에 영향을 준다. 특정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들은 변화를 일으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병을 일으키고 또 명확히 감지된다. 그러나 동일한 박테리아가 또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낸다. 그들은 면역체계를 자극한다. 질문은 부정적인 요소로부터 고통을 겪지 않고 긍정적인 요소를 창출하도록 그것들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이다. 박테리아의 경우엔 죽거나 더 약해진 변종의 박테리아가 사용된다(Horowitz, 45. 태양으로 태...양 뒤의 별들 보기 https://brunch.co.kr/@zhoyp/100).
호로비츠 박사는 여기서 한 늙은 베두인Bedouin 현인의 충고로 문장을 마무리한다.
네가 더울 때, 마셔라...
... 뜨거운 차를.
우리에게는 이열치열以熱治熱로 알려진 생활의 지헤일 뿐이지만...
참고:
*SIT: Systematic Inventive Thinking (https://brunch.co.kr/@zhoyp/550)
*ASIT: Advanced Systematic Inventive Thinking(https://brunch.co.kr/@zhoyp/151; https://brunch.co.kr/@zhoyp/153)
*종두법: 위키백과, 에드워드 제너; The Science Times, 2020.4.28., 박지욱, 종두법에 대한 궁금증을 풀다; 이언 도슨, 처음 읽는 이야기 의학사, 아이세움, 2008.
*반간계: 제주일보, 2020.12.1.; 네이버블로그, 재봉틀의 국어방, 201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