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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플맘 Oct 08. 2021

대가 없는 받아쓰기

아이가 스스로 100점을 원하다

1학년 2학기 받아쓰기 시험이 시작되었습니다.

엄마! OO 이는 100점 맞으면 장난감 사준다고 했대요!

아이가 무언가 원하는 눈빛으로 저에게 말하였습니다.

예전에 육아 관련 강의를 들으며 아이의 공부가 무기가 되지 않게 하라는 조언을 들었던 기억이 번뜩 났습니다.

엄마는 네가 받아쓰기 몇 점을 맞든 상관없어!

라고 응수해주었습니다.

아이는 엄마가 자신이 받아쓰기 아무 점수나 받아도 상관없는 거냐고 되물었고

네가 시험을 잘보면 엄마는 기분 좋은 것일 뿐 그 점수는 너의 점수일 뿐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사실 진심으로 받아쓰기 별로 못해도 상관없지 않나란 생각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맞춤법이야 곧 마흔이 목전인 저도 자꾸 틀리고 잘못 아는 것 투성이기 때문이지요.

브런치나 블로그 발행할 때 맞춤법 검사는 필수 항목입니다.

그런데 아이에게 받아쓰기 100점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처럼 느껴졌습니다.


아이는 엄마의 받아쓰기 시험의 무심함을 뒤로하고 매일 공부해서 100점을 맞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만

아이인지라 노는 것에 받아쓰기 공부는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받아쓰기 점수를 몇 점 받는 것은 상관없지만 시험을 앞두고 노력하지 않는 것은 싫었던 엄마의 등쌀에 밀려

몇 번 공부하고 총 5번의 받아쓰기 시험을 치렀습니다.



100점을 받겠다는 아이의 호기로움을 뒤로하고 단 한 번도 100점을 맞지 못했습니다.

5번째 시험에서도 80점을 맞은 아들이 저에게 말합니다.

엄마, 나 또 80점 맞았어.. 100점 맞은 아이들 많은데

하고 아쉬운 듯 말했습니다.

"그렇게 공부 안 하고 80점 맞으면 잘한 거 같은데? 잘했어!"

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점점 갈수록 받아쓰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투덜거리더니 100점을 맞고 싶어서 이제 정말 공부를 해야겠다고 말합니다.

다음 주 받아쓰기 공부를 사실 어제부터 하려고 했다고 저에게 고백합니다.

어제 못한 이유는 당연히 노느라 까먹어서라고 말이죠.


사실 아이가 노는 것보다 공부를 하고 싶다고 느끼는 아이로 자라기를 바랍니다. 물론 어렵겠지만 말이죠.

언제까지 어린이로 남아있을 수 없으니 어릴 때부터 절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100점 시험 점수보다는 내가 원해서 책상에 앉아 공부하고 스스로 목표를 정하는 아이이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말하지 않기를 선택했습니다.

물론 '그만 놀고 공부해'라는 말을 아예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참다가 병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스스로 공부해서 받아쓰기 100점을 받는 날이 자기 주도 학습의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기분 좋은 상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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