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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플맘 Jan 06. 2023

당신의 IMF는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당신이 가진 돈에 대한 신념

'돈의 심리학'이라는 책의 첫 챕터를 읽습니다.

프래더릭 루이스 앨런은 1930년대 미국에 관한 책에서 대공황이 "수백만 명의 미국인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을 흔적을 남겼다."라고 썼다.*


하필 첫 챕터에서 저는 이 문장을 만났습니다. 덕분에 저는 책을 더 읽지 못하고 저의 과거로 떠납니다.

저는 인천 출신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시절 공부를 힘들게 시키기로 유명한 인천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다 같이 귀밑 4cm 규정을 지키며 똑 단발 시절이었지요. 그 시절 하얀 얼굴에 빨간색 뿔테를 쓴 우리 반 반장은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똑 단발처럼 똑 부러지고 친절하고 잘 웃던 아이였습니다.

어느 날과 같은 수업 시간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 선생님의 질문에 똑 부러지게 '돈을 많이 버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굣길에 친구들과 즉떡을 먹으러 갈지 그냥 집에 갈지가 고민이었던 해맑던 여고생에게 그 대답은 충격이었습니다. 공부도 잘하고 똑 부러지고 친절한 우리 반 반장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게 아니라 '돈'이 꿈이라 말해서였을까, 잘 모르던 '돈'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이었을까. 그때 얼마나 충격받아 그 장면이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그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시절 저는 인천 청천동과 맞닿아 있는 산곡동에 살았고 학교도 청천동과 맞닿은 산곡동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아침 풍경은 대우자동차 공장으로 가는 대규모 자전거 부대와 함께 했습니다. 그렇게 잘 돌아가던 인천은 IMF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고등학교 때 친구네 집에 놀러 가면 친구의 아빠들이 집에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는 그 당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그 당시 야간자율학습을 실시하는 학교였기에 뉴스를 볼 시간조차 없어 지금 사회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인천에 내 친구의 집에 내 이웃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몰랐습니다.


성인이 되고 경제 공부를 한 이후에 IMF가 인천에 할퀴고 간 상흔이 보였습니다. 그때 내 친구들의 아빠들이 왜 집에 있었는지, 친구들이 왜 때때로 우울해했는지, 밝고 똑 부러지던 우리 반 반장이 왜 미래의 꿈을 '돈'이라고 했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과 IMF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사회적 현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고 지나갔다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지역의 차이일 수도 있고 업종의 차이일 수도 있고 이미 가지고 있던 빈부의 격차일 수도 있습니다.


'돈의 심리학' 첫 챕터 첫 구절에 이런 말이 있다.

사람들은 세상의 원리에 대해 저마다의 경험을 갖고 있다. 내가 겪은 일은 간접적으로 아는 내용보다 훨씬 더 강한 설득력을 가진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돈의 원리에 대한 일련의 관점을 닻으로 삼아 인생을 살아가는데, 이 관점은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


우리는 같은 시절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각자의 처한 상황에서 각자의 경험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겪었던 '코로나 팬더믹'을 같이 겪었지만 누구에게는 더 많은 부를 창출할 기회가 부여되었고 누구에게는 더 많은 대출을 감당하게 했으며 이제는 한계치까지 다다른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현상에 대해 같은 경험을 했으면서 다른 경험과 신념을 갖게 되는 것이겠지요.


다시 나의 하얗고 똑 부러진 반장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면(사실 이름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어떻게 되었는지 잘 모릅니다. 그 친구가 정말 원하는 대로 부를 이루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죠. 가능성에 점쳐 보자면 그 친구는 부를 이루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똑 부러지고 계획적이었으며 타인에게 친절한 인성까지 갖추었으니 말입니다. 소망하건대 그 친구가 부를 이루어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IMF 기억은 추후 완성된 기억입니다. 저는 그때 외벌이 박봉의 공무원의 둘째 자녀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학원이 다니고 싶다면 오빠가 그만두어야 다닐 수 있고 오빠가 다시 학원을 다니겠다고 하면 저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만두었던 때였지요. 그러니까 IMF 타격은 없었지만 한 번도 풍족하게 살아본 기억이 없던 학창 시절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풍족하지 않았지만 안정적이었던 그 시절, 제 인생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IMF는 당신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모건하우절 지음, 옮긴이 이지연 돈의 심리학 ((주) 인플루엔셜,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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