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간은 부유된다. 둥둥 떠다니곤 한다. 어제는 경찰서를 갔다. 버스 기다리는데 30분이 소요되었다. 운전면허증 갱신을 하러 가지만 운전을 못하는 아이러니를 이기고 운전면허증 갱신을 하고 왔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30분, 운전면허증 바뀌는데 1분. 여기서도 아이러니는 발생한다. 같이 간 아이는 허탈하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엄마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버스를 30분 기다리고 지루함을 참으며 20분 넘게 버스를 타고 왔는데 1분 만에 볼 일이 종결되다니 억울했나 보다. 그래서 근처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었다. 육아를 한다는 게 돌발변수가 많다. 아직 초등 저학년인 아이를 키우는 동안은 나만의 시간은 없다. 어느덧, 우리의 시간이 된다. 둘은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컵라면을 먹었다. 그리고 우린 손을 붙잡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시간은 투자되거나 낭비된다. 중간은 없다. 시간은 당신의 통화이고 자산이고 가치다*
*롭 무어 지음, 김유미 옮김 <레버리지>(다산북스, 2019)
내가 지금 제일 잘하고 싶은 것은 '글'이다. 부자도 되고 싶고 서울대 보내는 엄마도 되고 싶었었다. 그런데 내가 진짜 잘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시간을 들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마음속 깊숙이 내려가보니 글이더라. 그래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곳은 글이어야 했다.
사람마다 투자해야 하는 곳은 제각각이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조차 시간이 든다. 한 때는 부자였고 한 때는 육아 잘하는 엄마였던 적이 있었다.(둘 다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만) 한정된 자원은 돈뿐 아니라 시간도였다. 시간을 쓸 수 있는 곳도 한정되어 있다. 그동안 시간이 나면 쓰겠다고 하고 쓰다 말다 했던 브런치를 최근 열심히 쓸 수 있는 것은 글쓰기에 시간을 배정했기 때문이다. 경제신문 보기, 경제 서적 읽기, 종목 분석이나 아이 육아, 가족 모임 등에 시간을 배정했다. 우선순위라고 착각했던 것들이거나 타인의 우선순위에 놓인 것들을 먼저 했다. 그런데 시간은 투자되거나 낭비되고 한정된다. 이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나의 하루를 나열해 보고 투자된 시간, 낭비된 시간을 나뉜다. 삭막하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다. 카드값을 나열해 보고 도대체 어디서 내 작고 소중한 돈이 세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하루에 딸랑 24시간 밖에 안 되는 한정된 자원인 시간도 아끼고 소중하게 여겨줘야 한다.
하지만 생산성이 떨어진 행동들을 한 시간을 낭비라고만 할 수 있을까?
버스를 기다린 30분, 버스를 기다리며 컵라면 먹은 20분이 나에게 낭비였을까?
아이와의 추억 한 조각일 것이다. 이 시간은 나와 아이의 마음에 남아 인생을 풍요롭게 하고 따뜻하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컵라면 속 나트륨의 잔재는 좀 걱정이 되지만...
시간은 부유된다. 그저 흩어지기도 한다. 시간은 복리다. 내가 노력한 시간들이 모여 어느샌가 개인의 성장이 폭발하기도 한다. 나는 묵묵히 오늘의 시간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