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 반듯하며 고동색과 갈색이 자연스럽게 그러데이션 되어 고풍스러움이 느껴지며 야자수 특유의 나뭇결이 느껴지는 6인용 식탁은 아이가 2살 되는 해부터 우리 가족과 함께 했습니다. 한 번의 이사를 거쳤지만 여전히 튼튼한 6인용 식탁대신 나뭇결 따위는 없고 흰색이 명확하고 튼튼하지 않은 하얀 반원 식탁을 샀습니다.
네모 반듯한 것도 싫었고 엔틱 하게 느껴져 좋았던 나무 색도 싫었고 식탁으로도 공부 책상으로도 좋았었던 큰 6인용인 것도 싫었습니다.
마치 내 인생이 어제도, 그제도, 오늘도, 내일도 같은 것이 묵묵히 8년을 곁에 있어 준 식탁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갈색이라 인스타그램에서 집스타그램 사진도 못 찍는 것 같고 아이가 공부 도중에 집중 못하는 것도 식탁이 넓어서인 거 같고 집이 어수선하게 어질러지는 것도 식탁 때문인 거 같았지요. 뭐라도 변화하고 싶은 내 마음이 핑계 대고 있다는 것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식탁을 탓하며 기어이 식탁을 샀습니다.
식탁이 너무 튼튼해 오래 쓸까 봐 적당히 저렴한 것으로말이죠.
사실 저는 물건을 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쇼핑은 귀찮습니다. 물건을 고르는데 에너지 쓰는 것이 아깝습니다. '이 것 저 것 알아보며 사느니 그냥 없는 게 편하지..'가 저의 모토입니다. 그래서 인터넷 최저가 검색, 사양 검색, 후기 비교등은 남의 일입니다. 적당히 저렴하게 매일 택배를 나르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쇼핑에 무관심합니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잘 사지 않습니다. 식탁은 예외였습니다. 감정소비 그 자체였죠. 책에서 만난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은 때론 어떤 소비로들로 온다.'*라는 문장을 보자 식탁이 떠올랐습니다.*김규림, 이승희 <일놀놀일>(2022, 웅진지식하우스)
기존 식탁과 완전히 반대 스타일인 반원의 하얀 식탁은 '인스타그램' 하려고 샀다고 우스갯소리로 했지만 제 맘 깊숙이 있는 이유는 지리멸렬한 지금 상황을 타파하고 싶어 만든 소비.
나의 주식도, 나의 코인도, 나의 SNS들도 거무튀튀해 밝은 미래가 안 보여 하얀 식탁이라도 산 것입니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이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