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 같은 단역 배우가 무슨 남우 주연상이냐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웃어넘겼다. 하지만 아내는 무명 시절부터 주연 배우가 된 순간까지 늘 당신은 좋은 배우라고 격려와 믿음을 아끼지 않았고 결국 황정민은 그녀의 말처럼 청룡영화상에서 남우 주연상을 받게 되었다.
*박지현 저, 참 괜찮은 태도( 메이븐, 2022)
'당신을 잘 될 것이다.'라고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아내, 잘 될 것이라는 믿음, 비록 지금은 단연배우지만 언제 가는 주인공을 맡을 것이라는 최면을 걸어준 아내. 결국 대한민국에서 믿고 보는 배우가 된 황정민.
나는 누구를 이토록 잘 될 것이라 믿어 본 적이 있을까?
"엄마, 나 이번에 골 못 넣을 것 같은데, 혹시 넣으려나?" 아이가 저를 떠봅니다. 올해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아이는 갑자기 축구에 관심을 갖더니 방학목표를 축구에서 10골 넣기로 정했습니다. 운동은 젬병인 아이. 누굴 탓할 수 없게 부모 역시 운동을 못합니다. 그래서 정말 운동삼아 운동을 합니다. 이런 부모의 마음과 달리 아이는 잘하고 싶습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과 달리 몸이 따라주지 않습니다. 그래도 축구 교실만 가면 눈빛이 바뀝니다. 눈빛과 다르게 행동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일주일에 두 번 축구를 갑니다. 골을 넣겠다는 아이는 본인은 수비를 잘한다며 자꾸 골대만 지킵니다. 슛을 넣을 생각을 안 합니다. 골을 못 넣고는 시무룩하게 오는 아이를 바라봅니다. "자꾸 뒤로 빠지면 골 넣을 찬스가 없지."라는 말에 "엄마, 내가 수비를 잘해."라고 대답합니다. 내심 이 번 방학 목표는 못 이루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잘하고 싶다는 아이의 소망을 겉으로만 믿고 응원합니다.
코치님에게 아이 방학 목표를 말했습니다."어머니, 할 수 있습니다."라고 강하게 말씀하시길래 저는 슬며시 웃었습니다. 그때부터 코치님이 아이에게 어떻게 골을 넣을지 집중 코치해 줍니다. 수업이 끝날 때마다 아이에게 오늘 경기 때 무엇을 놓쳤는지 어떤 자세를 바꿔야 하는지 이야기합니다. 몇 번의 수업 뒤에 아이가 정말 경기마다 골을 넣기 시작했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코치님이 저를 바라보며 뿌듯한 얼굴로 말합니다. "금방 목표 채우겠죠."
코치님은 믿었고 저는 믿지 않았습니다. 코치님은 응원해 주고 코칭해 주었습니다. 아이에게 너도 골을 넣을 수 있다고 계속 말해주셨습니다. 반면 저는 "못 해도 괜찮다."만 해주었습니다. 저는 아이를 믿어주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못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실패할 것이라 믿고 실패 뒤에 어떻게 위로해 줄지만 생각했습니다. 믿고 안 믿고의 차이가 극명합니다.
아이가 잘 될 것이라고 믿음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잘 될 아이'라고 말이죠. 그런데 끊임없이 아이가 못하는 것에 대해 규정하고 해 봤자 안된다 생각을 가졌습니다. 비단 축구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내가 괜히 아이게게 기대를 걸어 아이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는 핑계로 '못해도 돼.'라며 잘하고 싶어 노력하는 아이의 마음을 꺾은 것이 아닐까. 그래서 아이가 '나 다 틀릴 것 같은데.', '나 못 할 것 같은데.'라는 말을 자꾸 저에게 하는 것이 아닐까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아이에게 "못해도 괜찮아."가 아니라 "저번보다 oo을 더 잘했네. 점점 발전해 가는구나.", "계속하다 보니 실력이 늘었네."로 아이가 계속 나아지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줘야겠습니다.
저는 아이가 자신의 인생을 멋지게 꾸려갈 것이라는 믿음, 목표를 정하고 목표를 향해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봅니다. 아이 인생의 남우주연상을 받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