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육아를 부모님 도움 없이 하기 위해 회사 최초로 탄력 근무제를 시행했을 때, 상사의 못마땅함과 주변인들의 시샘과 부러움을 받으며 생각한 문장이었다. 새벽 출근하고 4시에 퇴근하여 어린이 집에서 아이를 픽업하며 느끼는 자유로움이 좋았다고 합니다.
갑자기 2014년 아이를 낳았을 때 생각이 났습니다. 10년도 안된 이야기이지만 놀랍게도 그 당시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 출산 휴가를 처음 쓰는 직원이 바로 저였습니다. 심지어 육아휴직을 연달아 쓰지도 못하고 정확히 90일을 쉬는 출산휴가를 말입니다. 아이 출산 예정일을 일주일 남기고 출산 휴가에 들어가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때 회사 분위기는 '설마 네가 90일을 다 쉬고 나올 거는 아니지?'라는 분위기 였습니다. 여러분 혹시나 싶어 저의 출산 연도를 다시 살펴보셔도 됩니다. 20년 전 이야기 아니고 10년도 안된 이야기입니다. 저에게 무언의 압박이 왔습니다. 저뿐 아니라 제 위의 상사에게도 '저를 빨리 출근시키라는 압박'이 왔다고 합니다. 저에게 회사에서 당근 정책을 썼습니다. 제가 출산 휴가 가있는 동안 월급 보존을 해주겠다 했습니다. 그 당시 출산 휴가를 가면 딱 한 달만 원래 받던 월급을 받고 두 달치는 정부 보조금만 받아도 되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무려 너에게 일은 하지 않지만 월급을 보존해 주겠다고 제안해 주었습니다. '특별히 너만 해주는 건데 너 설마 90일 다 채울 건 아니지?'라는 무언의 뉘앙스를 팍팍 풍겼습니다. 하지만 일 년 육아휴직도 못하고 바로 출근하는 것에 이미 마음이 상해있던 저는 회사의 무언의 압박에 코가 막히고 기가 막혔습니다. '내가 출산을 하는 첫 직원이 아니었다면 누군가가 내 앞에 육아휴직을 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한탄을 했을 뿐입니다. 제가 눈치 보지 않고 제 권리를 주장하여 기회를 만들었다면 육아휴직을 썼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회사 눈치를 보았고 기회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회사는 출산하는 직원이 처음이라 그 제서야 육아휴직 관련 조항을 살피고 제반 회사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육아휴직 후 복직을 밀어붙였다면 또 그렇게 흘러갔을 것입니다.
눈치 보며 겨우 출산휴가만 쓰고 90일 만에 복직을 한 저를 회사에서는 대견하던가 이른 복직에 고마워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무려 출산휴가를 다 쓰고 온 저를 괘씸한직원이었지요.몸조리가 완벽히 되기 전인 저에게 추운 물류에서 검수 업무 지시가 왔습니다. 외근를 일회성 업무였지만 그전에는 저에게 시키지 않던 업무였습니다. 출산 후, 몇 년간 이가 시려 찬 물이나 얼음을 못 먹은 것이 이 외근 때문이라고 우겨봅니다. 제가 회사로 부터 받은 금전적 혜택은 그다음 해 연봉 협상에서 너에게 혜택이 갔으니 연봉은 아주 조금만 올려준다는 통보와 함께 상쇄되었습니다. 이럴 거였으면 내가 육아휴직을 갔지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수긍하는 저의 사회 태도 덕분에 제 속만 타고 회사는 별 탈 없이 운영되었습니다. 저도 억울한 마음이 들던 시기를 지나 다시 평온한 회사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러다 1년쯤 뒤 용기 있는 직원이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을 썼습니다. 그 뒤로 다른 직원들도 당연하듯 육아휴직을 썼습니다. 회사는 그 사이 출산하면 육아휴직 하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로 금방 변했습니다. 저도 그때 용기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저자의 말처럼 기회가 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기회를 만들었다면이라는 작은 후회를 하곤 합니다.
그 후회는 저를 회사에서 최초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근무 제도를 이용하는 최초의 직원이 되었습니다.(이 놈의 회사는 왜 맨날 최초인가!) 아이가 7살 되던 해입니다. 여전히 결혼과 출산을 한 직원이 많지 않은 회사여서 시기와 질투 어린 시선과 말들을 들었습니다. 갓 결혼해 갓 아이를 낳아 눈치 보며 출산 휴가만 쓰던 저는 사라진 지 오래였습니다. 주변 동료들의 질투 어린 시선과 말들이 상처되지 않았습니다. 그 들이 단축 근로한다고 제 일을 해주지 않습니다. 저는 짧아진 근무시간에 일 처리를 다 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덕분에, 아이를 제 손으로 돌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것입니다. 더 이상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말이죠. 그리고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할 때 드디어 육아휴직을 사용했습니다. 사용하지 못한 기회를 쌓아두고 기어코 사용했습니다. 우리 아이가 2살 때는 직접 제 손으로 키울 수 없었지만 8살의 아이는 저와 등, 하교를 같이하고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놓친 기회를 잃지 않고 다시 사용한 덕분입니다. 혹시나 기회가 안돼서 못 한 일이 있다면 후회만 하지 말고 지금 기회를 만들어 보는 것도 인생의 묘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