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거기에서 3일밖에 못 머물기 때문이야. 마음의 문제야. 그러니까 생활할 때 여행처럼 해.*
*박웅현, 여덟 단어 (2013, 북하우스)
작가가 자신의 딸에게 한 말입니다. 저는 이 말을 듣고 무릎을 탁 쳤습니다. 신도시로 이사 온 지 3년입니다. 20년 다 되어 가는 아파트, 구도심지에서 7년 차 아파트로 이사 왔었습니다. 처음 이사 와서 전봇대가 없다는 사실에 놀라고, 길고양이와 비둘기가 없어 만족스러웠습니다. 아파트 안의 놀이터는 얼마나 세련되었는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아파트의 놀이터는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 아파트 안의 커뮤니티 시설에도 굉장한 만족감이 들었습니다. 이사 와서는 동네 산책도 조경이 아름답다고 아파트 단지 만을 돌았습니다. 돌다보면 작은 트랙과 배드민턴 장이 있어 아이와 함께 운동을 하다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벤치에 앉아 쉬었습니다. 또한 산책하다 놀이터에서 놀고 싶다는 아이를 바라보는 일상이라니.'이곳이 천국인가!'라며 감탄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사 온 지 3년 10년 차가 되는 도시와 아파트에는 길고양이와 비둘기가 종종 보이기 시작합니다. 신세계였던 아파트 조경과 산책길은 심드렁하게 바라봅니다. 아파트 안을 산책하느니 상가를 거닐다 카페를 찾게 됩니다. 만족스러웠던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은 주변 아파트에 비해 비루하게 느껴져 불만족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어느덧 제가 사는 곳이 지루한 일상을 견뎌내는 곳이 되었습니다.
배부르게 먹은 주말 저녁, 산책을 위해 집을 나왔습니다. 상가 쪽으로 산책하면 카페로 들어갈 것이 분명하여 아파트를 돌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이사 온 첫 해, 만족을 떠나 자랑하고 싶었던 산책길을 굉장히 오랜만에 걷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익숙해지니 진부해졌습니다. 진부해지니 단점만 보였습니다. 환경은 그대로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있는데 제 맘이 변하니 신세계가 진부한 것으로 변했습니다.
만약 저자가 말한 것처럼 며칠 지내가 가는 곳이라 생각했다면 이곳은 매일 구경 할 곳이 넘쳐나는 곳일 것입니다. 흔들의자 벤치에 앉아 파란 하늘을 보고 지저 기는 새들을 구경하다 새둥지를 찾아보았을 것입니다. 유난히 어린아이들이 많이 사는 이곳에서 아장아장 걷는 아가들의 뒷모습을 별일 아닌데도 서럽게 우는 아가들을 달래주며 바라봤을 것입니다. 봄이 되면 꽃이 피고 가을이 되면 낙엽이 지는 매 년 같은 자연 현상이지만 매 년 다른 꽃이 피고 다른 낙엽이 지는 매일이 다른 자연을 바라보았을 것입니다. 우리네 일상미 매일이 반복인 것 같지만 미묘하게 다른 일상인 것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