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시작이 실은 순수한 고독일 수도 있다는 걸 알려준 예쁜 그림 한 점, 너에게 선물한다. -남인숙, 여자, 그림으로 행복해지다(태일 소담, 2010 )
2010년 '여자, 그림으로 행복해지다'(남인숙 저) 책을 처음 읽었습니다. 그 이후 결혼을 하면서 이 책을 처분했었습니다. 그러다 작년 다시 읽고 싶어 중고 서점을 뒤져 다시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래되어 누렇게 변색된 책을 다시 펼쳤습니다.
이 책의 두 번째 에세이에 실린 '앙드레 브리에'의 호숫가의 벤치라는 그림을 봅니다. 잔잔한 호수가 마음에 듭니다. 아무도 없어서 참 좋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그림 속에 사람이 없어 참으로 좋습니다.
키보드 워리어인 저는 내향적인 사람입니다. 사람 만나는 걸 즐기지 않습니다. 약속을 하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아하지만 약속이 취소되는 것도 참 좋아합니다. 내향적인 편이라면서 모임이 잦은 편입니다. 심지어 모임에서 말도 많습니다. 참으로 이중적입니다. 입을 틀어막아도 말이 나옵니다. 모임도 좋아하고 대화도 좋아합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것은 혼자 멍 때리거나 사색하는 것입니다. 멍 때리고 사색하는 순간, 에너지를 채워놓습니다.이렇게 에너지를 채우지 못하면 일의 효율도 안 나고 에너지도 없어 늘어져 있습니다.
10년 저와 살고 있는 신랑은 늘어져 있는 저를 보면 말합니다.
카페 다녀올래
에너지가 채워지는 저만의 잔잔한 호수는 카페입니다. 아무 카페나 가지 않습니다. 적당히 사람이 많아야 합니다. 적당히 이야기 소리가 들려야 합니다. 어떤 이의 목소리인지 어떤 종류의 이야기인지 제 귀에 정확히 꽂히지 않아야 합니다. 대화소리는 저에게 백색 소음입니다. 너무 조용한 카페는 누군가가 말을 하면 그 소리가 귀에 꽂힙니다. 그래서 적당히 사람이 있고 적당히 소란스러운 카페를 좋아합니다. 적당히 사람이 있는 카페 안으로 들어가 창가에 앉습니다. 따뜻한 햇빛을 받습니다. 따사로운 기운이 저를 감쌉니다. 이왕이면 1인 혹은 2인 자리에 앉습니다. 3,4 인 자리에 앉으면 혼자 앉아 있기 부담스럽습니다. 1시간 이내로 있게 되면 저렴한 카페를, 조금 오래 있어야 하면 아메리카노 1잔 기준 4500원 이상의 카페로 갑니다. 저만의 잔잔한 호수의 기준이 까다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