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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플맘 Aug 20. 2020

아빠가 존엄사를 말했다.

얘기만 들어도 눈물이 나는

다음 백과 캡처

아빠와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었다.

집안에 근심거리가 생겨 아빠와 둘이 찻집에서 차를 한잔 마시고

서로 옆 동 사는데도 헤어지가 아쉬워 무슨 연인처럼 집 근처를 배회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는데 갑자기 아빠가 나에게 말했다.


"너희 엄마가 만약에 쓰러진다면 아빠가 책임질 거야.

절대 요양원에 보내지 않고 아빠가 돌볼 거야."


갑자기 저 이야기를 하시는 이유는 뭘까? 난 좀 당황했다.

아직 70이 되시진 않으신 부모님의 나이듦을 생각해보지 않았다.

꽤 건강하셨고 건강에 대해 관심도 많으셨었다.

꾸준히 운동도 하시고 아프시면 바로 병원에 가셨었다.

그러니 난 늘 건강하실 거라 생각했나 보다.


그런데 그다음 아빠의 말이 나를 눈물짓게 했다.

"나는 내가 죽을 거라는 걸 느끼면 4일 전부터 식사를 끊을 거야. 나 스스로 갈 거야."

라며 존엄사 이야기를 하셨다.

얼마 전에 존엄사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셨다며 이야기를 하셨다.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우리 부모님의 나이듦이었다.

죽음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

막연하게 엄마, 아빠 나를 위해 오래 아프고 가셨으면 좋겠다는 농담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엄마, 아빠랑 헤어지려면 많이 걸릴 거 같으니까

나를 위해 시간을 많이 주시라고.

지금보다 몇 년 전 더 철없을 때의 이야기였다.

막상 오랜 기간 부모님이 아픔에 고통받으신다는 실질적 생각 없는 막연한 이기심이었다.


육아 관련 강연을 들을 때,

조부모가 손주 육아를 하시려면 가장 중요한 게 '건강'이라고 했다.

아이가 감정적으로 단단 해기 전에 '헤어짐'을 경험하게 되면

심리적 타격을 많이 받게 되니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는

그러지 못할 거 같으면 한 발짝 떨어지는 게 맞지 않을까라는 말을 들을 때도

우리 아이를 위해 '우리 부모님 건강하셔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빠의 입에서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니

손주가 아닌 나를 위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기를 바라게 되었다.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나는데 나는 아직도 단단한 감정을 지니지 못했음을.

또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엄마, 아빠가 늙고 아프시면 내가 책임지리라고

말하지 못하는 이기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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