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웨이’는 신선하고 건강한 재료로 만든 샌드위치를 파는 프랜차이즈다. 건강하면서 가벼운 식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이상 이용해보았을 음식점. 그 인기의 비결에는 재료의 신선함도 있겠지만, ‘서브웨이’를 유명하게 만든 또 다른 비결에는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이 있다. 일반적으로 어떤 음식점에 들어가서 메뉴를 주문하려면 메뉴판에서 선택하면 끝이겠지만, ‘서브웨이’는 골라야 할 선택지가 아주 많다. 빵에서부터 야채, 치즈, 소스, 원한다면 추가 재료까지…. 그야말로 무한한 선택지의 자유랄까. 그러나 재밌게도 ‘서브웨이’를 유명하게 만든 ‘서브웨이’의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은 큰 진입장벽이 되기도 한다. 인터넷에 ‘서브웨이’만 검색해도 주문 방법이 뜰 지경. 왜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이 진입장벽이 되는 걸까?
무엇인가를 선택해야 할 때 많은 선택지(정보)가 주어지면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할 것 같지만, 선택 자체를 거부하는 현상도 일어난다. 이를 ‘선택의 역설(Paradox of Choice)’이라고 하는데,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자 쉬나 아이엔가(Sheena. S. Iyengar)가 진행한 ‘잼 실험’은 이를 잘 보여주는 예시 중 하나다. 그녀의 팀은 캘리포니아 주의 한 마트 입구 근처에 잼 시식 코너를 마련하고, 잼 판매대에는 잼 24종 혹은 잼 6종 진열이라는 두 가지 상황을 제시했다. 그 결과, 6종의 잼을 진열했을 때는 시식한 쇼핑객 중 30%가, 24종을 진열했을 때는 시식한 고객의 3%만이 제품을 구매했다. 즉,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많을수록 오히려 구매율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서브웨이'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아예 공식몰에서 주문 방식을 알려주고, 소비자가 단순하게 고를 수 있도록 마케팅에서 '꿀 조합'에 대해 끊임없이 소구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 익숙하지 않아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의 예가 또 있다.
핸드폰 카메라가 발명된 이래로, 셀프 카메라(이하 셀카, 카메라를 이용하여 스스로의 모습을 찍는 것) 영역은 끊임없이 발달하고 있다. 핸드폰에 익숙한 사람 중에 셀카를 찍어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남이 찍어준 사진, 심지어 스튜디오에 가서 사진을 찍어본 경험을 묻는다면 셀카를 찍어본 경험에 비해 새 발의 피나 다름없으리라. 가족사진, 친구들과 재미로 찍는 합동 사진 외에 오롯하게 자신만을 담은 프로필 사진이라고 하면 장벽은 더 높아진다. 최근엔 바디 프로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늘었다지만, 대체로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여권사진을 찍는 순간조차 백지에 '아무거나 그리라'고 지시받은 사람처럼 어색해한다. 프로필 사진관 ‘시현하다’는 이 어색함을 '정보를 제한'하는 방법으로 타파했다.
1. 선택지의 제한 앞서 말한 효과처럼 설문지를 받았을 때, 사지선다 질문에 답을 하는 것보다 (수많은 대답 중에 자신의 답을 골라야 하는) 서술형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더 어렵다. 막연한 생각을 구체적인 언어로 바꿔야 하고, 그것이 적확한 표현인지, 상대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었는지조차 알 길이 없다. 무엇을 찍고 싶은가에 대한 대답도 마찬가지다.
TV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등장한 ‘시현하다’의 상담카드
‘시현하다’에서 프로필 사진을 찍기 전 받는 상담카드에는 정해진 선택지가 있다. #심플한, #단정한, #정열적인, #사랑스러운... 원하는 분위기와 컬러를 선택하고, 따로 생각해 둔 선택지가 없다면 포즈도 가이드받을 수 있다. 말하자면 몇 가지 선택지 안에서 만드는 ‘조합형' 사진이 되는 셈이다.
2. 형태의 규격화 어떤 결과물을 받았을 때, 우리는 때로 ‘실망감’을 느낀다. 실망을 느낀다는 것은 ‘예상’ 혹은 ‘기대’라는 머릿속의 기준과 다른 결과물을 받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모르는 요리는 먹어보고 나서야 ‘이전과 비교해’ 맛있는 요리인지 아닌지 알 수 있듯,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한 기준을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시현하다’의 작품들은 모두 한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피사체들마다 다른 매력과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일단 ‘시현하다’에서 촬영한 프로필은 모두 같은 무드를 가진다. 직접 경험은 아니지만, 통일된 레퍼런스로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상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실패 확률을 줄여버린 것이다. 선택지에서 얻을 수 없는 결과물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타깃이 아닐 테니까. 거기에 더해, 통일된 레퍼런스를 ‘시현하다’의 아이콘으로 승화시켰다. 즉 이것으로 사람들의 진입장벽을 낮췄을 뿐 만 아니라 차별점까지 만들어낸 것이다.
‘시현하다’의 방식은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고객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법으로 ‘선택의 제한’을 두는 것이 항상 정답은 아니라는 점이다. 소비자의 니즈가 분명한데도 구매율이 낮다면 무엇보다도 Why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것은 ‘시현하다’의 방식과 같을 수도, 같지 않을 수도 있다. 답은 언제나 Why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