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카페가 자리를 잡은 이래로 그 근처에는 항상 사람들이 북적인다. 카페가 생기고 사라지는 것이야 일상적인, 특히 코로나 이후에는 더욱 일상적인 일이 되었지만, 재미있는 점은 그 카페가 생긴 자리가 이전에도 카페가 있었던 자리라는 것이다. 즉, 카페가 문을 닫고 새 카페가 생겼다는 뜻이다.
이전의 카페와 현재의 카페에는 많은 차이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커피를 담는 용기다. 이 카페에서는 커피를 소위 ‘맥주 캔’이라고 부르는 알루미늄 캔에 담는다. 회사 근처에는 카페가 많다. 안 그래도 바쁜 직장인들은 수많은 카페의 이름을 외우는 대신 ‘맥주 캔 커피’를 찾기 시작했다.
좌 : 홍콩다방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맥주캔커피 / 우 : 범표원두 양재점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맥주캔커피
커피를 맥주 캔에 담아 파는 브랜드는 한 두 곳이 아니다. 사진으로 일상을 공유하는 SNS 인스타그램에 ‘맥주 캔 커피’ 태그를 검색하기만 해도 알루미늄 캔에 담긴 커피사진이 우후죽순 쏟아진다. 인스타그래머블하다, 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교류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진을 올려야하는 인스타그램의 특성상 ‘감각적이고 신기한’, 다른 말로 한다면 ‘시선이 가는’ 컨텐츠가 인기를 얻을 수 밖에 없다. 이런 과정에서 인스타그램의 유저에게 반응을 보일 법한 요소라는 뜻으로 인스타그래머블하다는 말을 쓴다. ‘맥주 캔 커피’의 사진이 계속 올라온다는 것은 맥주 캔 커피가 인스타그래머블하다는 것으로도 해석 할 수 있다. 아니, ‘맥주 캔’에 담긴 ‘커피’는 확실히 인스타그래머블하다.
사람들이 맥주 캔을 얼마나 좋아하느냐하면, 맥주를 담는 데에서 시작한 맥주 캔의 유행은 커피를 넘어서서 생각지도 못한 상품들을 담는 데에 쓰일 정도다.
맥주 캔에 담을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기본적으로는 맥주, 앞서 언급한 커피와 같이 음료일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떠올릴 수 있는 맥주 캔의 한계를 깬 브랜드 들이 여기 있다. 이들은 맥주 캔에 육수를, 동치미를 담으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출처 : 압구정 면옥 공식인스타그램 / 압구정 면옥에서 판매중인 캔육수
맥주 캔에 담기는 것이 액체 류 뿐이라고 생각하면 그것 또한 오산이다. 일본의 케이크 브랜드 Parfaiteria는 좀 더 신기한 결합에 도전했다. 이곳에서는 케이크를 캔에 담아 판매한다. 투명한 pet로 만들어진 캔 형 용기에 케이크 시트와 크림, 그리고 과일을 층층이 쌓아 캔 뚜껑으로 봉한다. ‘맥주 캔’에 담긴 케이크다. 일본에서도 특이한 용기로 시선을 끌어 꾸준한 판매를 이어 오고 있고, 그 명성은 이미 일본을 넘어 한국에 닿았다.
맥주 캔에 담긴 상품들을 내용물이 무엇이든-그것이 맥주만 아니라면- 마치 마법처럼 입소문을 탄다. 맥주 캔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유명해질 수 있다니, 사람들은 대체 맥주 캔을 얼마나 좋아하는 것일까?
정답은 맥주 캔이 아니라 ‘신선하고 새로운 정보’에 있다. 브랜드와 상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단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야 한다. 그러나 수많은 상품 사이에서 브랜드를 인지하게 만든다는 작업은 쉽지 않다. 위에 언급된 브랜드들은 상품과 전혀 상관없는 패키지를 사용함으로서 소비자에게 ‘신선함’을 주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 신선한 경험에 노출된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재미있고 흥미로운 소식을 누군가에게 꼭 알리고 싶어 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수많은 브랜드들 사이에서 고객들의 인지를 끌어오는 과정을 만들었다.
마케팅 전략가 조나 버거는 자신의 책에서(조나버거, 『컨테이저스 전략적 입소문』, 정윤미, 문학동네)는 그것을 소셜 화폐라고 표현한다. 어떠한 정보를 얻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정보에 가치를 매긴다. 그리고 그 정보가 독특하고 이것을 알고 있는 나를 ‘인사이더’로 만들어줄만한 정보라면, 사람들에게 공유해서 내가 ‘고급 정보’를 가지고 있음을 자랑하고 싶어 한다는 것.
독특한 패키지 디자인은 충분한 소셜 화폐로 작용할 수 있고, 레드 오션의 시장에서 소비자의 주의를 끄는 명확한 지표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