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이트 5
작년 1월 13일, 회사 포스트에 아래와 같은 칼럼을 기고했다.
오리온 공식인스타그램(@orion_world)의 피드에 아주 흥미로운 컨텐츠가 올라왔다.
(이미지 출처 : 오리온 공식 인스타그램(@orion_world) 캡쳐)
오리온의 장수 제품 '초코송이'를 닮은 초콜릿과 분리된 막대과자, 이미지들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중간에 나타나는 'ㅅㅇㅁㅈ'라는 자음, 그리고 "초코송이에서 초코만 골라먹는 사람들 모여봐! 초코송이의 달콤한 초코부분만 쏙 골라낸 제품이 출시된다는 소문이?"라는 내용까지. 신제품이 나온다는 소식이었다.
1950년대 오리온이라는 이름의 기업이 시작된 이래로 꾸준히 신제품과 리뉴얼 제품을 출시해왔으니 신제품이 나온다는 소식은 신기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막대과자가 없는 초코송이의 모자라는 점은 필자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대중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인스타그램 게시물이 올라온 직 후 "송이모자 ㅋㅋㅋㅋ 초코가 제일 쪼아요", "맨날 초코만 쏙쏙 녹여 먹었는데 이제는 이런 제품도 나오는군요~송이모자 대환영", "초코송이는 과자 부분이랑 먹어야 조합이 딱인데" 등 다양한 반응으로 나뉘어 하루만에 7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과자를 좋아하는 소비자라면 한번 쯤 생각해 봤을만하지 않은가? 초코송이의 막대와 초콜릿에 대한 의견은 검색창에 '초코송이'라고만 검색해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ㅅㅇㅁㅈ'(상품명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으므로 필자도 자음으로 적는다.)는 오리온의 신상품이지만, 단순한 신상품이 아니라 소비자의 반응을 더한 오리지널 상품의 확장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기존의 상품에 소비자 반응을 더하여 기존의 고객에게 재소구하는 상품의 출시는 오리온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롯데제과의 장수 아이스바 중 하나인 '잘익은 수박바'는 수박의 모양처럼 아이스크림의 형태가 붉은색과 초록색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잘익은 수박바'를 먹어본 소비자라면 수박바의 붉은 부분과 초록색 부분에 대해 어느 쪽이 더 맛있는가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거나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소비자들의 후기는 수박바의 붉은색 부분보다 초록색 부분이 더 맛있다는 반응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2017년, 롯데제과는 이에 대해 거꾸로 수박바 출시로 답했다. 거꾸로 수박바는 출시 직 후10일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했고, 각종 SNS에서 인증샷과 후기가 빗발쳤다.
(이미지 출처 : 롯데제과 공식홈페이지 제품소개 https://www.lotteconf.co.kr/ 잘익은 수박바)
또 다른 예시로는 '얼려먹는 야쿠르트'가 있다. 실제 상품명은 '얼려먹는 야쿠르트'지만 재미있게도 '얼려먹는 야쿠르트'보다는 거꾸로 야쿠르트라는 이름이 더 직관적으로 보인다.
(이미지 출처 : 한국 야쿠르트 공식 홈페이지 제품소개 https://m.hyfresh.co.kr/ 상:야쿠르트 라이트 하 :얼려먹는 야쿠르트)
'얼려먹는 야쿠르트'의 오리지널 버전인 '야쿠르트 (라이트, 이하 야쿠르트)'는 독특하게 생긴 병에 담긴 상품이었다. 이 '야쿠르트'를 병째로 얼려 먹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소비자들은 '야쿠르트'의 정상적인 음용 방식 -알루미늄 필름을 제거하고 입구로 마시는 방식-이 아닌 뒤집어 원기둥 모양의 아랫부분을 뜯어 아이스크림 바처럼 입구를 쥐고 먹는 방식으로 음용하기 시작했다. '야쿠르트'의 음료 특성상 입구가 병 아래 보다 좁아 먹기 힘들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또 입구를 위로 두고 바로 세워 얼렸을 때 음료의 당 성분이 아래로 가라앉아 맛있는 부분을 더 먼저 먹기 위함이었을 수도 있다. 한국 야쿠르트 또한 이런 소비자 행동 패턴에 반응하여 2016년 '얼려먹는 야쿠르트'를 출시했다.
'거꾸로 수박바'와 '얼려먹는 야쿠르트', 맛있었을까?
핫한 SNS 화력에 비하여 소비자 후기는 안타까운 면이 있었다. 롯데제과의 '거꾸로 수박바'의 경우, 맛있다고 느꼈던 초록색 부분이 더 많은 제품이었는데도 실제로 먹고나니 의외로 오리지널 수박바가 더 맛있었다-는 평이 대세다. 한국 야쿠르트의 '얼려먹는 야쿠르트'의 경우 제품 외관의 변형은 눈에 띄었으나 제품의 맛에 대한 이슈는 생기지 않았다. 소비자가 느끼기에 제품 개별 개념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이 제품들은 실패한 '신상품'인가?
한때 SNS를 달궜던 밈(meme ;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다양한 문화 요소와 콘텐츠 중에 "~한다면 당근을 흔들어주세요."라는 밈이 있었다. 작가와 독자의 소통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웹툰 플랫폼에서 평소와 다른 작품 활동 양상을 보이는 작가에게 독자들이 '만약 ~이러한 상황이라면 당근을 그려서 상황을 알려달라'고 요구했고, 작가가 작품 내에 당근을 그려 의사 표시를 하면서, '어떤 내용에 대한 동의를 표해달라'라는 요구의 표현으로 "당근을 흔들어 주세요."라는 밈을 사용하게 되었다.
오리온의 'ㅅㅇㅁㅈ', 롯데제과의 '거꾸로 수박바', 한국 야쿠르트의 '얼려먹는 야쿠르트'는 브랜드가 소비자들을 향해 흔든 당근이다. 즉, 브랜드가 자신의 고객들에게 "우리가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있다."고 표현한 셈. 기업은 소비자 반응을 적용한 신상품 런칭을 통해 브랜드 신선도를 유지하고, 브랜드를 지지하고 이미 상품을 이용하고 있던 브랜드 팬과의 관계를 강화시킨다. 고객은 SNS 후기 등의 간접방식을 통해 기업에게 의견을 보냈고, 기업은 당근을 흔들었다. 이로써 기업과 소비자의 양방향 소통이 이루어졌다.
이제 여기서, 의문을 던진다. 과연 오리온의 'ㅅㅇㅁㅈ'는 오리지널 제품인 '초코송이'보다 맛있을까?
'ㅅㅇㅁㅈ'의 기획에 중요했던 것이 맛이었을지, 혹은 다른 것이었을지에 대한 대답은 이미 던져졌다.
1년하고도 약 5개월이 지난 오늘, 더 성장한 인사이트를 남긴다.
그렇다면 브랜드는 왜 고객과의 양방향 소통을 원했을까?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억되는 브랜드는 수명이 짧다. 브랜드가 빨리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라, 그 만큼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실제로 소비자에게 비보조 브랜드 인지도 조사(특정 브랜드에 대한 상기나 유도없이 브랜드나 제품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 수를 조사하는 것)를 실시하면 평균적으로 약 3개의 브랜드 만을 기억한다고 한다.
비보조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조차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대체될 수 있다. 브랜드는 영속하고 싶어하고, 이를 위해 젊은 세대의 숨결을 계속해서 불어넣고 싶어한다. (특히)MZ세대에게 소구하는 펀슈머 마케팅(Funsumer marketing : 펀슈머란 Fun(재미)과 Consumer(소비자)를 결합한 합성어로, 특정 제품의 필요보다 재미요소를 구매의 결정 요소로 삼는 소비자를 뜻한다. 펀슈머는 이런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 전략을 의미한다.)과 궤를 같이한다.
정리하자면, 소비자의 목소리에 반응하는 것은 곧 브랜드를 심폐소생하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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