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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지안 Feb 25. 2021

바라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어요

다 알겠지만 회사일은 거절 당하는 일이다. 작게는 제안이 거절당해도 괜찮아야하고, 보고가 거절당하는 건 다반사다. 페이퍼가 거절만 당하면 좋으련만, 심하게 까이는 날은 내 자존감의 절반도 까여 날아간다. 그리고 나의 판단이, 그것도 윗분의 체면과 관련한 나의 판단이 잘못된 날이면 내 존재 자체가 회사에서 한동안 거절 당한다. 그 마이너스 값들을 다 합친 다음, 부호를 빼면 그게 내 연봉이다. 타인이 나에게서 시선을 거두어가는 것이 거절이다. 우린 그 대가로 먹고사는지도 모른다.


오후 늦게 즈음 낭보가 왔다. 브런치 작가로 선정된 것이다. 인터넷 안에 글 쓸 수 있는 자격 하나일 뿐인데 작가라는 과분한 호칭을 붙여주어 너무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군가 나 자체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바라봐 준 것 같아 기뻤다. 언젠가부터 나는 출근기계, 퇴근루팡의 역할밖에는 못하고 있는 것 같았고, 업무 안에서 무지가 주는 공포에 휩싸여 항상 겁먹어 있는 아이같은 존재였는데, 누군가가 '너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며 나에게 눈길을 준 것이다.


나의 이야기.

나한테는 기쁨, 슬픔, 아픔, 쓰라림 다 들어 있는 이야기이지만,

남들에게는 아무 의미 없을 것이라고 내 스스로 치워버린 그 수많은 이야기들.


그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뭐냐며 바라봐 준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대단하게 활약할 재주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과 조금더 깊은 방식으로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이 무지 샘솟는다. 항상 쓰는 사람의 마음가짐으로 살 생각이다.

저도 감사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기대는 마시구요.



오랫동안 묵혀왔던 레몬티 한 박스를 꺼내 팀장에게 건넸다. "개인적으로 좋은 일이 있어서요" 팀장은 여자친구라도 생겼냐며 궁금해하지만, 뭐 그런일 가지고 갑자기 선물을 돌리겠나. 소통할 자격을 얻은 것이라, 왠지 남과 무엇이라도 나누어야 할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레몬티를 건넸던 것이다. 30개 들이 레몬티 한 박스에 팀장의 30일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다시 한번, 바라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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