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가 호모 사피엔스에게 미치는 영향

오늘의 질문

by 지안

코로나 19의 가뿐 숨소리가 생생한 요즘이다. 대강 내 모습은 이렇다.


철 지난 유행가처럼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일을 하고, 나 혼자 영화 보고, 나 혼자, 나 혼자다. 가슴 아픈 이별한 지 몇십 년 된 것 같은데 어쩔 수 없는 '강제 이별'모드다.


감염의 우려로 데이트마저 줄이고 있다는 누군가의 말에 '아, 젊은이들이 증말 낭만이 없어!'라고 투덜댔지만, 내 몸만 아픈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고통을, 그것도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모름지기 낭만이 밥 먹여 주는 곳이란 잘생긴 여주 남주가 활개 치는 로맨틱 세상뿐이다.



회사는 썰렁하다. 일감이 줄어 일부 직원들이 휴가 중이기 때문이다. 출근 중인 직원 중 또 일부는 재택근무다. 임신 중이던 직원들은 재택이 이어지다 산휴로, 휴직으로 이어져 최소 몇 년간 얼굴을 못 보지 않을까 짐작한다. 못 알아보는 일이 없기만 바랄 뿐이다.


적치된 연차를 소진하러 반강제 휴가에 돌입한 직원들의 표정도 어둡다. 휴가 내지 여행 떠날 분위기도 아닌 지라 '슬픈 안녕'모드로 언젠가 만나자며 쓸쓸히 헤어졌다


평소 PC 두 대와 모니터 세 개를 놓고도 부족해서 노트북까지 끼워놓고도 화가 치밀던 일을 초라한 노트북 화면 하나에만 의지하려니 쉽지가 않다. 코로나 진단의 기준인 '체온 상승'은 중간에 다운되기 일쑤인 노트북 앞에서 강력한 혈압 상승과 동반되며 나타나는 지병 같은 것이 되었다.




'회사에서 사양 좋은 최첨단 컴퓨터를 지원해주지도 않는 마당에 나는 사무실에서 일하겠다!'라는 소신파의 목소리는 '상황이 나빠질 확률을 감안해 모두 재택근무 연습을 하라'는 관리자들의 불호령에 묻혀 버렸다.


코로나 이후 회사가 재택근무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겠다고 선언한다면 요즘 같은 불경기에 미약하게나마 일조할 겸 컴퓨터나 그 외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도 있겠으나, 월급이 나올지 말지도 가슴 졸이는 요즘 '그러는 거 아니야'를 외치며 지름신의 강림을 막아본다.


가뜩이나 어수선하고 빡빡한 일상 중 '코로나 감염자 발생 시 대응 훈련'을 하겠다는 '그분의 의지'가 '감염자가 발생하면 모두 격리되는 것이지 무슨 다른 상황이 있을 수 있나'라는 원칙적인 반론 앞에 무너진 것이 최근의 가장 유쾌한 사건이었다.



가끔이라도 음식을 사 먹지 않으면 가게 주인들은 파산한다고!라고 주장하고 외식을 감행해보기도 하지만, 대중교통 이용이 꺼려지는 요즘에는 멀리 가야 집 반경 4-5km가 최대다. 걸어서 갈 거리가 아니면 포기해버린다.


결혼식은 가지 않아도 장례식은 빠지지 않았는데 거기도 큰 문제가 발생했다. 조문객을 받지 않겠다는 상주의 마음도 답답하겠지만,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는 조문객 처지도 힘들긴 매한가지다.


극장은 '정지 모드'고 공연은 '환불 모드'다.




문득 네안데르탈인의 삶으로 백스텝을 밟은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는 군집생활의 달인 호모 사피엔스인데 말이다.


혼자 일을 휘적휘적 끝내고 답답하고 갑갑한 마음에 이리저리 연락을 넣어본다.

"괜찮아? 아픈 곳은 없어?"

대기라도 하고 있었던 듯 신속하게 답신이 카톡 카톡 도착한다. 다들 잘 살아있구나.


아직은 괜찮다고 자기 최면을 건 뒤 오래된 음반과 철 지난 영화를 혼자서 꺼내 든다. 나의 최애 '언니네 이발관'은 '너는 나의 heaven'이라고 말하고, 멋진 '붉은 돼지'는 '좋은 놈은 다들 죽는다'라고 중얼거린다.

그래, 나는 '살아남은 좋은 놈'이 되어 누군지 모르지만 당신의 heaven이 되어 줄 테다!

다짐하고 다짐하는 밤이다.


오늘의 질문 : 집에서 뭐하고 지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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