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싫다. 살갗까지 지져버릴 기세로 타오르는 태양도 무섭고(태양 온도는 일정 하겠지만, 받아들이는 내 느낌상) 주위를 떠도는 더운 공기는 사양하고 싶다. 이글대는 도로를 걸으며 느껴지는 지열은 따끔거리고, 냄새에도 뭔가 상한 흔적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창 밖으로 해가 쨍하게 내리쬐는 풍경에는 숨이 턱 막힌다.
“살을 빼면 좀 나아질걸.”
덥다고 하소연할 때면 이런 반응이 돌아오는 것도 짜증스럽다. 그걸 난들 모르나? 흥, 겨울이 되면 똑같이 되갚아 줄 거야, 복수할 거야,라고 중얼거리며 어스름을 기다린다. 이 계절은 싫지만 내게도 견디는 방법이 있다. 편의점에서 4개 만원으로 골라온 맥주들과 야구, 그거면 된다(누군가 ‘맥주’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는 것은 ‘다이어트’와 상관없는 삶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게으른 성격에 더해 여름이면 소금물에 담근 배추처럼 처지는 몹쓸 체력의 소유자인지라,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라면 야구장은 찾지 않는다. 즐겁게 야구장에 입장해도 안타 하나, 수비 한 번에 소리를 지르고, 응원을 따라 하다 보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후회와 절망으로 가득 찬다. 물론 경기장에 갔을 때만 느낄 수 있는 현장감이 있긴 하지만, 가까운 야구장이 편도 한 시간 반이다. 큰 결심 전엔 무리다.
한낮의 열기가 세력을 잃고 미지근하게나마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맥주 캔과 나초 봉지를 들고 자리를 잡는다. 리모컨은 손에 쥐고 있다. 회가 바뀔 때면 미련 없이 이쪽저쪽을 넘겨가며 경기를 지켜본다(경기장의 현장감과 바꿔 집콕 응원이 가질 수 있는 미덕이다). 보통 기아와 키움의 경기를 똑딱거리는데, 최근에는 한화까지 추가됐었다. 2000년대 후반, 류현진 선수가 ‘소년가장’으로 불렸을 때 이후 처음이다.
야구의 미덕 중 하나는 ‘괜찮아, 내일 이기면 되지.’라는 마음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차피 매일 하는 경기다. 두세 번 연달아진다고 큰일이 나지는 않는다(이러면서 응원하는 팀이 스윕 당하면 어지간히 화를 낸다, 내 얘기다).
하지만 18연패라면 다르다. 일주일에 여섯 번 경기를 하니까, 3주 내내 지기만 한 것이다. 1년에 24주쯤 경기를 한다고 계산하면 1/8을 계속, 쭉, 끊임없이, 어이없게도, 애를 썼지만 어쩔 수 없이 져버린 것이다. 문송이지만 이 정도는 계산할 수 있다. 현대인이 80년을 산다고 가정했을 때, 되는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10년을 산 것과 같다. 실직을 하고, 시험도 떨어지고, 투자도 실패하고, 연애도 멀어진 채 10년. 아, 너무 슬프다.
2009, 10년으로 기억하는데, 류현진 선수 선발전은 내가 응원하는 팀 경기도 제치고 지켜봤다. 선발 투수가 3점을 내줘도 QS라고 칭찬을 받는데, 당시 류현진 선수는 1점만 내줘도 경기를 질 것 같은 절망감과 불운한 예감에 휩싸였었다.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돈을 모으고 싶다면 알뜰한 것도 필요하고 저축하는 마음도 있어야겠지만, 무엇보다 돈을 벌어 와야 한다. 투수가 겨우 1점만 내주면 뭐하나. 타자들이 그깟 2점을 못 내는데! 달려, 바보들아. 안타를 못 치겠으면 공에 맞고라도 출루하라고, 선발 어린이에게 미안하지도 않아! 라며 목에 핏대를 세웠다. 당시 한화 선수들, 죄송합니다.
사랑보다 몹쓸 것이 정이라고, 덕분에 류현진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에도 종종 경기를 본다. 물론 이제는 광기 어린 응원은 없다. 연봉이 얼만데, 내가 걱정해 줄 필요가 있나, 먼 곳에서 고생하시라고! 뭐 이런 느낌이다.
한화도 잊고 있었다. 18연패를 당하기 전에는 말이다. 지난 일요일, 두산과의 2연전에서 18연패를 끊고 경기장에서 기뻐하는 한화 선수들을 보자니 마음이 짠해지며, 예전 류현진 선수를 응원하던 때가 떠올랐다. 올해 어느 팀이 우승을 하던, 그 일요일의 짜릿함과 흥분보다 더하지는 못할 것 같다.
곧바로 연패가 이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4연패로 끝냈잖아요? 한화, 힘냅시다! 인생이 다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되는 것보다 안 되는 일이 많고 다 그렇죠, 뭐. 파이팅! 한화~!!!
피 에쓰 하나.. 요즘 프로야구 선수들, 외모가 상향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동안 이정후 선수가 지존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딱히 그렇지도 않아요. 다들 피부까지 환하고 좋아 보여요. 이건 한국 화장품 업계의 공로일까요?
피 에쓰 둘…. 각 팀에 한 명 이상은 꼭 단발이 보입니다. 단발로 머리카락을 기르는 단체 모임이라도 결성된 걸까요? 그거, 해체해 주시면 안 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