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해가 뜨고, 3D 닭이 날아다니는 공간에 살지만, 먹고살기 위해서는 눈을 떠서 감을 때까지 페달을 밟아 점수를 쌓아야 한다.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보여주는 ‘블랙 미러’라는 드라마의 성격(너무 음울한 나머지 드물게 찾아오는 조증일 때 시청하면 기분 망치기에 그만인 작품이다)상 즐겁고 아름다운 광경일 리가 없다. 주인공이 페달을 밟아 공급한 것이 전기였는지 포스였는지 혹은 그보다 훨씬 대단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뭔가 쓸만한 것으로 변경시킬 수 있으니 그 많은 사람들을 부려먹고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사랑도 포함되었다) 분노에 휩싸인 주인공은 먹지도 자지도 않고 페달을 밟아 점수를 쌓기 시작한다. 폭풍 같은 질주 후 그가 사랑을 쟁취하고……같은 스토리로 가면 블랙 미러가 아니다. 다 보고 나도 울고 싶은 기분만 남는 희한한 드라마니까.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던져버려도 되는 것일까? 몇 년 전 시청 광장에 설치된 비슷한 용도의 자전거를 본 일이 있다. 효율은 눈물겨운 정도여서 옆에 놓인 전구 불을 켜기 위해서도 꽤 극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체험용 자전거여서 줄이 엄청나게 길게 늘어서 있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 다리에 의존하는 것보다 나은 방법들이 많기 때문에 이 정도지, 동력을 공급할 유일한 방법이 페달을 밟는 것이라고 하면 훨씬 효율적으로 개량되지 않을까?
사람이란 포클레인과 기중기가 없어도 피라미드를 쌓아 올리는 존재들이다. 도대체 방법이 없는 것 같은 막다른 곳에서도 어떻게든 길을 찾고야 만다. 아마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묘수가 있을 것이다. 물론 나 같은 극한 문과생은 방법을 모르지만, 현명한 이과생들은 답을 알고 있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위해 돈을 주고 헬스클럽에 가고, 그곳에 가면 실내 자전거를 탄다. 결국 돈을 주고 페달을 밟고 있는 것이다. 그보다는 커다란 공간에 ‘효율이 좋은’ 자전거를 놓고 페달을 밟아 전력을 모으면 안 될까?
시간이 될 때면 그곳에 방문해 페달을 밟아 시간과 가중치에 따라 ‘500 포인트’나 ‘10000포인트’를 적립하고 일정 포인트가 되면 영화관람권 같은 선물을 준다. 건강에도 도움이 될 테니 의료보험 재정에도 이득일 것이다. 이런 공간을 만든다면 동네 한 바퀴 산책하는 대신 그곳에 출근 도장을 찍을 의향이 나는 있다.
여기서 불쑥 '블랙 미러' 속 주인공이 하던 일이 그와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지만, 아닐 것이다. 순전히 내 기분 탓일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면, 발로 밟는 것과는 차원이 좀 다르기는 하지만 강력한 어떤 것을 힘으로 바꿀 수는 없을까?
예를 들어 코로나 때문에 생겨난 우울감이나 짜증을 동력으로 바꾸는 방법은 없을까(엄청날 텐데……)? 예를 들어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두들기면 힘이 모아진다던지 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분노의 망치질이나 격동의 발길질 같은 것들로 힘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코로나 때문에 에어컨을 켠 실내도 잦은 환기를 해야 해서 전력난이 심해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있지만 어떻게든 이 상황을 해결하고 나아가야 한다. 견디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을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기존과 다른 방법이라도 지혜를 모으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다.
한 달에 한두 번 얼굴 보던 친구는 코로나로 잠잠했던 사이 스트레스성 탈모를 겪고 있다. 인터넷을 뒤져 두피에 좋다는 약을 보내주고 나니, 스트레스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도 어디 쓸모 있게 사용할 방법은 없는가 궁리하게 되었다. '스트레스 변환기'같은 것을 만들어 주면 좋을 텐데 말이다.
좀 있으면 장마가 이어질 것이고 더위도 쏟아져 내릴 것이다. 그저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나은 방법은 없을까? 정말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