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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Nov 17. 2020

칵테일 마실래요?

-들어가는 말

영화 [봄날은 간다]에는 우연히 함께 일하게 된 은수와 상우가 나옵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고 일도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집까지 데려다준 후 혼자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상우에게 차로 되돌아온 은수가 묻습니다.


“라면 먹고 갈래요?”


무려 20년 전 영화지만, 그래서 그들의 사랑을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아졌지만, 이 대사만은 아직도 생명력이 있습니다. 가끔 현실에서 사용되었다는 풍문도 들립니다. 늦은 밤 아쉽게 떠나려는 썸남, 썸녀 혹은 친구에게 ‘밥 먹고 갈래요?’는 좀 무겁긴 합니다. 왠지 ‘상견례 자리’인 것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헤어지기 아쉬운 밤, 건넬 수 있는 비슷한 말이 뭐가 있을까요? ‘커피 드실래요?’는 좀 아닙니다. 카페인 때문에 숙면을 방해받는 상대라면 곤란합니다. ‘술 한잔 할래요?’는 번거롭지요. 운전을 못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칵테일 마실래요?’는 말이 됩니다. 칵테일에는 알코올이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기분 좋게 식사까지 마치고 행복한 포만감을 느끼는 중이라면 ‘칵테일 마실래요?’라는 말을 사용하기 딱 좋은 타이밍입니다.


칵테일은 ‘섞어 마시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스 시대 유물로 와인과 물을 섞은 거대한 항아리를 앞에 두고 떠들고 있는 남자들을 그려 넣은 토기들이 있습니다. 거친 의미의 ‘칵테일을 마시는 남자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7세기 인도에서는 ‘아라크’라는 증류주(1)를 베이스로 설탕(2), 라임(3), 스파이스(4), 물(5) 등을 넣어 음료를 만들었다고 합니다(‘아라크’는 마셔본 적이 없네요. 그리스의 ‘우조’처럼 물을 섞으면 뿌옇게 변하는 40도가 넘는 술이라고 합니다). 그들 말로 5를 뜻하는 ‘펀치’라는 이름이 그래서 붙었다고 하지요. 이 제조법이 스페인으로 들어와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는 설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칵테일이 시작된 이유는 아이러니합니다. 1919년부터 1933년까지 이어졌던 금주법 시대는 영화 ‘대부’에서 묘사되는 갱스터만 세력을 확장한 것은 아닙니다. 술의 제조, 판매, 운반이 모두 금지된 덕분에 술을 마시려는 사람들은 ‘술이 아닌 척’ 보여야 할 필요가 있었고, 덕분에 여러 가지를 섞은 칵테일의 대유행이 시작되었다는 것이죠. 미국에서 기술을 갈고닦은 바텐더들이 단속을 피해 유럽으로 이주하면서 세계적인 유행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한 영화 ‘위대한 게츠비’의 파티 장면에는 화려한 형상의 술이 마치 보조 출연자처럼 등장합니다. 물론 이 영화도 ‘금주법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술만(!) 섞어 대단한 도수를 자랑하는 것부터 알코올은 지나간 흔적도 없는, 그야말로 여러 종류의 칵테일이 그 과정을 통해 태어났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멋있는 바텐더가 자신이 원하는 음료를 이것저것 배합해서 새로운 이름을 붙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칵테일이란 기본적으로 그런 음료니까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단 이름이 번거롭고, 맛도 상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레몬 소주’나 ‘오이 소주’는 제목만 들어도 떠오르는 맛이 있어 선택에 부담이 없지만, ‘김렛’이라는 술은 망설여집니다. ‘레몬 소주’나 ‘김렛’이나 칵테일이기는 마찬가지인데 말입니다. 만들기 어려울 것 같다는 선입견이 들기도 하고요.


하지만 소주에 레몬을 섞어 ‘레몬소주’를 만들 듯 몇 가지 재료만 넣고 만드는 간단한 칵테일 레시피도 많습니다. 화려한 쉐이킹이나 스터 없이도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는 말입니다. 물론 전문적으로 칵테일을 만드는 바텐더의 솜씨에 비길 수야 없겠지만, 요즘 같은 ‘집콕’ 시대에는 몇 가지 알아 두면 유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섬타는 상대에게 ‘칵테일’을 권하고 배달시킬 수는 없지 않습니까(혹시 배달을 해 준다고 해도 말이죠)? 게다가 단언컨대 막상 해보면 그리 어렵지도 않습니다.


소개하는 레시피는 근처 마켓이나 주류 백화점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재료들입니다. 셰이커를 대용하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통을 사용했습니다. 다들 집에 안 쓰는 ‘선식용 플라스틱 통’ 하나쯤은 있잖아요? 계량을 위해서는 소주잔이면 됩니다. 잔은? 그냥 유리컵이면 됩니다. 화려한 색이 보이려면 투명한 것이 좋겠지요. 얼음은 있으면 좋겠습니다.


자, 재료가 준비되었다면 용기 내 상대에게 말해 보세요.


“칵테일 마실래요?”


첨언 :  제대로 된 칵테일은 멋진 바텐더가 일하는 바에서 즐기도록 하세요. 저는 ‘집밥’ 같은 느낌의 칵테일을 선보일 예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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