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by 지안

<라이온 킹>은 1994년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원작의 뮤지컬로, 1997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진 이후 지금까지 2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상연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롯데 샤롯데 시어터 개관 개념으로 국내 배우들이 출연하는 한국어 버전의 <라이온 킹>이 무대에 올려진 적도 있지만, 당시 일본 극단에 의해 제작되는 바람에 꽤 여러 잡음이 있었다(나 역시 그런 이유에 동의하는 의미로 당시 공연을 보지 않았다). 이후 한국 무대에 오르는 <라이온 킹>은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의 작품만 공연되고 있고, 그래서 어린이 관객이 꽤 많은 작품임에도 자막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라이온 킹> 애니메이션을 본 관객이라면 자막을 보지 않더라도 쉽게 줄거리를 이해할 수 있다.




<라이온 킹>의 주인공은 아프리카 [프라이드 랜드] 왕국의 왕자 ‘심바’다. 그의 아버지이자 위대한 왕인 ‘무파사’는 아들에게 영토의 경계와 그 속에 살고 있는 동물들을 다스리는 법을 가르친다. 사자는 초식동물을 잡아먹지만, 그 사자는 죽은 후 초식동물의 먹이인 풀이 자랄 수 있는 흙이 된다는 거대한 ‘자연의 순환’에 관해 알려준 것도 ‘무파사’다. ‘심바’는 여자 친구인 ‘날라’와 함께 뛰놀며 행복하게 왕국에서 자라난다.


그러나 ‘심바’의 삼촌인 ‘스카’가 왕국을 빼앗기 위해 ‘무파사’ 부자를 함정에 빠뜨리고, ‘무파사’는 아들을 구하는 것에는 성공하지만 ‘스카’에 의해 죽음을 맞는다. [프라이드 랜드]를 떠난 ‘심바’는 미어캣 ‘티몬’과 멧돼지 ‘품바’의 도움으로 성장한다.


이 정도면 다음 줄거리가 짐작될 것이다. 하여튼 ‘심바’는 돌아와 왕이 될 것이고, ‘스카’는 벌을 받게 될 것이다. 아이들의 자장가 대신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로 적당할 것 같은 이런 스토리만으로 2시간 30분의 시간을 채우기는 아쉽고 뻔하다. 기발한 반전이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반전은 무대 그 자체다. 아프리카 초원을 형상화한 배우들과 그 위를 날고, 걷는 여러 동물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붉게 타오르는 해를 배경으로 가젤의 무리가 뛰어가고 온갖 새들이 지나간다. 동물원에서 볼 때마다 신기했던 기린이 아무렇지 않게 무대를 가로지르는 모습에는 할 말을 잃게 된다. 볼 때마다 놀랍다.


애니메이션과 마찬가지로, 주술사 ‘라피키’의 손에 들려 ‘심바’가 새로운 후계자로 선언되는 첫 장면에서는 코끼리부터 기린까지 온갖 동물들이 함께 한다. 아프리카 타악기 소리에 맞춰 울려 퍼지는 [Cirlce of life]는 웅장함을 넘어 비극적인 느낌마저 준다.


단순하게 형상화 한 아프리카의 절벽 위로 쏟아지는 화려한 조명과 원색의 의상들은 깔끔하고 생명력 넘치는 느낌을 전달한다. 위기의 순간에서 사용되는 ‘와이어’ 액션과 사이사이 삽입된 인형극 형식의 장면들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심바’가 ‘무파사’의 영혼과 만나는 장면을 구현하는 방식은 새로워서 놀랍다.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이나 [Cirlce of Life] 같은 <라이온 킹> 애니메이션에 삽입되었던 익숙한 곡이 먼저 귀를 사로잡고 이어 뮤지컬을 위해 만들어진 곡들이 따라온다. 앙상블의 목소리는 아프리카 부족의 합창처럼 극장을 채운다. 애니메이션에서도 호흡을 맞춘 ‘엘튼 존’과 ‘팀 라이스’, ‘한스 짐머’의 음악은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마음을 사로잡는다.


원작과 달리 뮤지컬에는 여자 친구 ‘날라’의 비중이 늘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훗날 사랑에 빠지는 여자’ 친구의 역할 정도였다면, 뮤지컬에서는 왕국의 일원으로써 당차고 당당한 암사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매력적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게 말해도 이 뮤지컬, 비싸다. 무대를 보고 나면 ‘그럴 수밖에 없겠어’라고 수긍하게 되지만, 그래도 너무 비싸다. 하지만 그 가격에도 볼 만한 것인가 묻는다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만큼 압도적인 무대다.


코로나19로 인해 개막이 늦어지는 바람에 두 번이나 표가 취소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코로나 19만 아니었다면 무대 위 아름다운 동물들이 관객석까지 내려와 뛰어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겠지만 그 마저도 불가능했다. 심지어 ‘무파사’가 죽음을 맞는 비극적인 장면에서는 무대에 이상이 생겨 뮤지컬이 중단되어 버렸다. 인터미션이 아니니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안내 방송을 몇 번이고 들은 후 무대 위에 누워있는 무파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쉽다. 공연이 막 시작된 시점에서 빚어진 작은 소동 같은 것이길 바란다.


음악이 아름답거나 멋진 스토리의 뮤지컬은 있다. 유머러스하거나 눈물짓게 하는 뮤지컬도 많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환상적인 무대는 이 뮤지컬 이외에는 없다. 아프리카 초원 위를 잠시 방문한 것 같은 느낌의 멋진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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