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을 내고 들어서면 커다란 컨테이너들이 보인다. 다크필드 3부작이 펼쳐지는 컨테이너 공연장이 열 지어 놓여 있다. 이미 주위는 어둡다. 옆사람과의 대화가 눈치 보일 정도로 사방은 이미 고요하다.
공연 시작 10분 전 나눠주는 탑승권을 받을 수 있다. 지정된 좌석에 착석해 안전벨트를 매고 헤드폰을 쓰면 준비는 끝난다. 자, 출발이다. 그런데..... 어디로 향하는 비행기더라?
공연시간은 25분이다. 예약을 하기 전, 공연장에 입장한 후, 심지어 공연이 막 시작된 후에도 '어둠'에 대한 주의 사항을 듣는다. 당신이 폐소 공포증이 심하다면 이 공연은 지나가는 것이 좋다. 살짝 공포증이 있는 나는 몇 번이고 깊은숨을 고르며 마음을 다독여야 했다.
비행기를 타면 늘 그렇듯, 자리에 앉으면 승무원의 전달사항이 화면을 통해 흘러나온다. 왜 그런 것 있지 않은가. 앉아 있을 때는 안전벨트를 하고 짐은 선반이나 앞 좌석 아래 보관하고 블라블라......
그런데 갑자기 기장이 "미스터 슈레딩거"씨를 호출한다. 과학계에서 고양이와 한 쌍으로 가장 유명한 그분 맞다. 이런 생각을 할 때쯤 어딘지 승무원의 이야기가 이상하게 전개된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내릴 수 없다. 이미 늦었다. 여행을 떠날 수밖에......
완벽하게 양 귀를 덮는 이어폰이 이 공연의 가장 큰 조력물이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흔들리고, 하강하는 움직임은 컨테이너를 움직여 표현하지만 코앞도 분간할 수 없는 완벽에 가까운 어둠 속에서 공연을 이끌어가는 것은 소리다. 엄청한 사운드가 바로 귓전에서, 멀리서, 45도 각도 떨어진 곳에서 들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운드를 제거한 공포영화가 성공할 수 없는 것처럼 상상력에 호소하는 소리만으로 공포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 공연은 그걸 보여준다.
당신이 듣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 말은 당신이 보는 것도 전부는 아니라는 말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당신의 삶은, 그것은 어떨까? 그 삶은 진실되고 현실인 건가? 과연? 미스터 슈레딩거로 대표되는 양자역학의 세계처럼 어딘가 다른 우주의 다른 시간의 다른 공간에서의 삶이 진실인 것은 아닐까?
시도는 좋았고 흥미진진한 요소도 분명 있었지만, 입장료를 생각하면 그리 납득 가는 공연은 아니었다. 3부작을 모두 보겠다고 덤벼들지 않은 과거의 나, 칭찬한다. 어딘가 다른 차원에서 다크필드 3부작을 모두 예매한 내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뭐 어때. 아무튼 지금의 나는 아닌걸. 지금, 여기서 충실하게 살기도 바쁜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