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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Nov 14. 2022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광림아트센터 BBCH 홀

이 작품의 공식 명칭은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50주년 기념 한국 공연]이다. ‘캣츠’와 ‘오페라의 유령’등 반짝이는 작품들의 작곡을 담당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라이언 킹’의 작사를 담당해 큰 성공을 거둔 팀 라이스가 50년 전인 1971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예수를 ‘히피 슈퍼스타’로, 가롯 유다를 ‘예수를 사랑한 사람’으로 묘사한 것이 당시에는 파격이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이야 뭐…… 예수와 마리아의 자손들이 잘 살고 있다는 ‘다빈치 코드’ 같은 작품들에 비하면 이 작품은 성경 비틀기의 그야말로 순한 맛 버전이다. 50년의 간격은 이만큼 길고 멀다.




뮤지컬은 예수의 죽음 일주일 전부터 십자가에서 사망하는 순간까지를 다루고 있다. 인물의 성격이 조금 달라졌을 뿐 시간 전개상 내용은 동일하다.


민중의 지도자이자 선지자로 불린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에게 곧 닥쳐올 일 때문에 고뇌한다. 자신의 죽음을, 심지어 엄청난 고통 그 자체인 미래의 죽음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신에게 자신의 운명을 거둬 달라고, 비켜가게 해 달라고 애절하게 기도하지만, 결국 모든 것을 받아들이다. 열두 명의 제자 중 하나인 유다가 자신을 밀고할 것도, 베드로가 자신을 세 번이나 부인할 것도 알고 있다. 예수는 정말이지 고독하고 잔인하게 죽어간다. 성경에 조금만 관심 있다면 다 아는 내용이라 이 내용 자체가 스포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어떤 뮤지컬 곡도 ‘부르기 쉬운 노래’는 겠지만, 이 작품 속 넘버들을 듣다 보면 배우들에게 살짝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높고, 힘 있는 가창력을 매 곡마다 발휘해야 한다. 덕분에 잘 부르면 듣는 쪽에서는 엄청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그중에서 압권은 겟세마네 동산에서 하느님께 기도를 하며 부르는 예수의 노래 ‘겟세마네’다. 이 곡 하나만 제대로 불러준다면 나는 만족이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극장을 찾았다.




막이 오르면 무대 안 쪽으로 몇 단의 계단이 보인다.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이동하며 동선을 맞춰준다. 2층으로 만들어진 난간은 무대 주위를 두르고 있다. 이스라엘 대중이 예수를 슈퍼스타로 받아들이고 그에게 열광하는 모습을 제사장들이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곳도 그곳이다.


난간에서 나타난 불빛이 아래를 수색하듯 지나간 뒤 그것을 피해 앙상블 팀이 뛰쳐나온다. 잘 짜인 댄스와 코러스가 이어진다. 락 버전의 노래들은 자연스럽게 발을 구르고 어깨를 둠칫거리게 만들지만, 그와 별도로 전반부 공연의 분위기는 무겁고 가라앉아 있다. 온갖 잡상인이 들끓는 성전을 뒤집어엎거나, 자신의 운명에 대해 고뇌하면서 즐거운 분위기가 되긴 힘들다.


인터미션 후 본격적인 예수의 고난이 펼쳐지지만 빌라도와 헤롯 왕, 다시 빌라도 앞에서 받는 재판은 제법 흥겹고 화려하다. 너무 무거움 일변도로 가고 있는 뮤지컬에 흥을 불어넣는 취지다. 커튼콜을 제외하면 육현욱 배우가 연기한 헤롯왕이 골반을 돌리며 노래할 때 관객층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  




내가 노래를 만드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 뮤지컬의 넘버들이 얼마나 부르기 힘들지 짐작은 된다. 그래도 참여한 배우들이 쉬워 보이게 잘 불러 주기를 원한다. 아직 공연 초기이기 때문인지 삼키다 목에 걸리는 것처럼 막히는 부분이 많았다. 인터미션 전에는 시몬 역의 신은총 배우가 부르는 Simon Zealotes가 기억에 남는다. 극 후반부에는 단연코 육현욱 배우의 헤롯왕이 무대를 장악했다. 그나마 듣고 싶던 곡 ‘겟세마네’가 무탈하게 끝나서 마음을 놓았다.


예수의 고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 극의 묘미는 애매모호한 위치의 유다다. 예수에게 ‘인간적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마리아를 모욕하고, 둘 사이를 떼어놓으려 노력하는 유다는 삼각관계에 빠진 것이 아니고 그냥 무뢰배 같았다. 이래서야 극 후반 유다가 부르는 ‘’I don't know how to love him'에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다. 갑자기 왜 저러지, 싶을 뿐이다.


주연 배우들의 아직 풀리지 않은 상태에는 불만이 있지만, 극 내내 무대를 날아다닌 앙코르팀에게는 박수를 보낸다. 공연이 거듭되면 더 좋아지길 바란다. 기대를 갖고 무대를 찾지만 늘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뭐 그럴 때도 있지. 세상은 내 맘대로만 되는 곳은 아니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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