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 그리고, 희망고문
진희부부는 대학 캠퍼스 커플이었다.
도서관 창가에서 밤을 새우고, 치킨집에 나란히 앉아 서로의 미래를 그렸다.
스무 살의 인서울은 축제 같았지만,
곧 지방리라는 꼬리표가 보이지 않는 벽처럼 따라붙었다
본가가 지방이라는 사실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페널티였다.
서울 출신 친구들이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이, 이들에게는 늘 빌려 쓰는 시간 같았다.
2대째 서울에 거주한다는 건 토익점수보다 더 확실한 스펙이었다.
밥은 부모님의 지원 덕에 굶지 않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제자리걸음 같은 막막함은 늘 허기를 남겼다.
늦은 밤, 부엌 조명이 노랗게 번지고 있었다.
싱크대 앞에서 컵을 헹구던 진희가 물을 털어내며 말했다.
"이번에도 아니래."
식탁에 앉아 있던 남편의 손이 잠시 멈췄다.
그가 들고 있던 머그컵 안에서 김이 천천히 흩어졌다.
"... 자기 괜찮아? 너무 실망하지 마. 우리 둘이 살아도 돼"
담담한 목소리였지만, 눈가 근육이 아주 살짝 떨렸다.
진희는 대답 대신 컵을 제자리에 놓았다.
벽에 걸린 달력이 눈에 들어왔다. 빨간 동그라미가 몇 개나 이어져 있었다.
그 동그라미는 단순한 날짜가 아니라, 둘만 아는 기대와 실패의 흔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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