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 세상은 원래 잔인하다.
노을은 밤을 좋아했다.
낮엔 세상이 자꾸 밀쳐내지만, 밤이 되면 세상은 잠시 눈을 감아주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들고, 시장의 소음은 냄새만 남는다.
그 고요 속에서야 비로소 숨을 고를 수 있었다.
곁에서 별님이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작은 아이의 숨결은 규칙적이었다. 그 순진한 리듬은 이상하게도 노을의 심장을 건드렸다.
'이 녀석은 세상이 아직 따뜻하다고 믿는구나.'
노을은 꼬리를 한 번 휘두르고는 눈을 감았다. 그러나 눈꺼풀 속에 번져드는 건 잠이 아니라 오래 묵은 기억이었다.
처음 기억은 차갑고 습한 골목이었다.
어미 고양이의 등은 자꾸만 멀어져 갔다. 아직 젖도 다 못 뗀 작은 몸이었는데, 그 등은 단호하게 돌아서 있었다.
"엄마…"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저 눈이 젖어들며 흐릿해졌다.
노을은 그때부터 자신이 버려졌다고 믿었다.
그다음은 발길질이었다.
굶주림에 쓰레기통을 뒤지다 발에 차여 굴렀다.
사람들은 "이 더러운 것!" 하고 돌멩이를 던졌다.
어미의 젖 대신 차가운 돌과 욕설이 배를 채웠다.
그러다 가끔, 손길이 내려오기도 했다.
어느 날은 아이의 작은 손이었고, 어느 날은 노파의 주름진 손바닥이었다.
그러나 노을은 더 이상 그 온기를 믿지 않았다.
언제나 그다음 순간에는 차가운 발길질과 욕설이 뒤따랐으니까.
온기는 덫이고, 상처는 늘 덤처럼 따라왔다.
그래서 노을은 웃지 않았다. 아니, 웃는 법을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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