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너머, 막내가 물었다. “엄마, 어디 가?”
도망치듯 산 위의 집으로 올라올 때, 나는 너무도 절박했다.
빚쟁이들이 현관문을 두드릴 때마다
아이들이 우는 소리가 나를 미치게 했다.
‘아이들만 데리고 살면 돼요.’ 그 한마디에,
집주인은 세도 미리 안 받았다.
산동네에 얻은 집은 버려진 방처럼 퀭한 집이었다.
벽지는 누렇고, 창틀엔 곰팡이가 올라왔다.
나는 말이 없었고 그날만큼은 아이들도 조용했다.
처음 며칠간은 곧 괜찮아질 거라는 희망으로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버텨도 삶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아이들은 한참을 눈을 깜빡이고서야 어둠에 익숙해졌다.
그날 내가 느낀 감정은 ‘가엾다’도, ‘미안하다’도 아니었다.
그냥,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나는 아이들에게 잠깐만 살 거라고 이야기했다.
정말 그래야만 했다.
그날도 냉장고는 비어 있었다.
큰애가 동생을 안고
‘엄마, 배고파’라고 말하던 눈빛이 자꾸 떠올랐다.
그날 밤, 나는 결심했다. 돈을 벌어야 한다고
나는 애들에게 말했다.
"엄마, 금방 올게. 돈 벌어올게."
정말 금방 올 생각이었다.
큰애가 동생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끄덕였던 얼굴이 떠올랐다.
‘엄마, 금방 올 거지?’
막내의 목소리가 귓가에 남았다.
그 집에서 하루 이틀쯤은, 큰애가 동생을 잘 돌볼 거라고.
먹을 것도 있고, 전기도 들어오고, 물도 나오고...
무서워도, 곧 내가 돌아올 거니까 버틸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믿는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 한편이 편해졌다.
숨이 턱 막히던 죄책감이,
잠깐이지만 물처럼 흘러내렸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나를 용서한 것 같았다.
애들의 비난도, 사람들의 수군거림도, 엄마 맞냐는 질책도...
다 저 멀리 밀려난 기분이었다.
그 믿음은,
나를 구한 것도 아니었고,
누구를 지킨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나를 덮은 ‘덮개’였다.
추한 내 마음을 감추기 위한, 얇고도 비겁한 위안.
하지만 그땐 몰랐다.
진심으로 몰랐다.
나는 ‘그렇게 믿었으니까 괜찮다’고 여겼고,
그 믿음 안에서 잠시, 나는 괜찮은 엄마인 척 숨을 쉬었다.
문고리를 붙잡고 서서, 귀를 기울였다.
안에서 막내가
" 엄마, 어디 가?" 하고 묻는 소리가 들렸다.
이내 주영이가 " 엄마는 금방 오실 거야."
라고 동생을 달래는 소리가 들렸다.
알 수 없는 감정이 내 심장을 쥐어짜는 듯했지만,
나는 이내 ' 잠깐은 괜찮겠지. '
'큰애가 동생을 잘 챙길 거야 '
라며 그렇게 스스로를 안심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