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이혼

모래성 위에서 결국 무너진 나의 완벽한 성

by 이지아

결혼은 모래성이었다.

법원에 열 번이나 다녀오고 나서야 그걸 깨달았다.


매번 협의 이혼이었다.

헤어지자고 합의하고는 다시 살아보자고 돌아오기를 아홉 번.

차갑게 미워하지도 못했고, 차마 끝내기도 힘들었다.

돌고 도는 그 관계 속에서

나는 점점 닳아갔다.


아홉번째 이혼 판사 앞에 섰을 때, 판사는 서류를 넘기다 말고 우리를 바라봤다.


‘두 분, 이번엔 진짜 하실 거죠?’


그 말에 남편은 무릎 위에 포개둔 손을 꽉 쥐었고,

나는 손끝이 하얗게 질릴 만큼 서류를 붙잡았다


그리고 그날 밤,

또다시 이혼신고서를 찢었다.


가위로 자를까, 손으로 찢을까.

결국 손으로 잡아찢었다.

서류 조각이 바닥에 흩어졌다


그후로도 '나는 이게 잘한걸까?' 하며

갈기갈기 찢어진 종이조각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이 종이 한 장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몰라 겁이 났다.

그 사람을 사랑한 걸까.
나는 그 생각을 자주 했다.


“사랑이 아니었다. 기대였다.


‘여보, 오늘도 늦어?’ 그 한마디 묻는 게 무서웠다.


그래야 내가 덜 비참했다.”


'이 사람이라도 나를 끝까지 데리고 있어줄까?'
그런 헛된 희망이었다.


사랑이었다면,
나는 더 일찍 떠났어야 했다.

그랬다면 나는 그 사람 앞에서 그렇게까지 비참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땐 몰랐다.
몰랐던 게 아니라,
모르는 척을 해야 살 수 있었던 거다.


난, 정말로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믿었다.
그래야만 내가 한 모든 게 납득이 갔다.


우리는 서로 싸늘해질 만큼 미워하지도,

끊어낼 만큼 단단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마지막 열 번째 이혼을 맞이했다.


남편은 단호했고 나는 지쳤다.
그렇게 결혼생활이 끝났다. 이윽고 내 모래성이 무너졌다.

남편은 양육비도, 생활비도 줄 수 없다고 했다.


사업은 쫄딱 망했고,

빚쟁이들은 현관문 앞에서 담배를 피우며 욕을 했다.


현관 밖에 놓인 우리 신발을 발로 차며, ‘언제 갚을 거냐’고 소리쳤다.


문 앞에선 빚쟁이들이 욕을 하고,

현관 안에서는 남편이 여자의 이름을 부르며 전화를 받았다.

그날도, 그 다음 날도


남편에게 남은건, 그림자 같은 무기력뿐이었다.

그렇게 버려진 애들과 나에게 남은건

텅 빈 지갑,

지워지지 않는 상처.

그리고...

숨 쉴 틈조차 주지 않던 결혼의 잔해가 남았다.


나는 그제야, 나를 버린 것이 나였다는 걸 깨달았다.


#도라지꽃 #명순이 #외로움 #중독 #집착 #이혼



『도라지꽃』 시즌2


브런치북을 구독하고 다음 이야기도 놓치지 마세요.


희망을 가지면 가질수록 늪으로 빠져드는 명순이의 삶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서 하는 그녀의 모든 선택들이

명순을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게 하는데,,,


'작가 구독'을 눌러주세요.

가장 먼저, 가장 가까이에서

외로운 명순이와 함께 걸어가 주세요.


*자전적 소설 <도라지꽃 시즌1 : 완결> 정주행하기


*감성시집 <너를 부를 때마다 꽃이 핀다 > 보러 가기


*그리고 <부모면접>


이전 20화넌, 원래 그런 여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