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망가지는 쪽을 택했다.
#술 그리고 도박장
도박장 불빛은 곧장 술집으로 이어졌다.
나는 불빛을 따라갔다.
도박장 문 닫는 시간,
남자들은 근처 술집으로 흘러들어 갔다.
나도 그 틈에 섞여서 따라 들어갔다.
처음엔 그냥 앉아 있었고,
그다음엔, 말 걸면 웃었고,
나중엔, 손이 닿아도 피하지 않았다.
마시고, 마시고, 또 마셨다.
빈속에 술을 붓고,
쓰린 속에 거짓 웃음을 얹었다.
그때, 건너편에 앉아 있던 남자가
술잔을 내려놓으며 나를 빤히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동정인지,
아니면 그저 호기심인지 알 수 없었다.
남자가 나지막이 물었다.
"언니, 괜찮아?"
나는 픽, 하고 비웃음 같은 웃음을 흘렸다.
순간,
어쩌면 누가 나를 데려가 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불쑥 떠올랐다.
어디든 괜찮았다.
누구라도 좋았다.
이름도 모르고, 마음도 모르는 사람에게
몸을 기대고 싶을 만큼,
지독히 외로웠다.
그리고 술잔을 들어 남은 술을 단숨에 털어 넣었다.
그래야,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보일 테니까.
" 괜찮은 척은 잘하지."
하지만 속은 비어 있었다.
진짜 비어 있었다.
배도, 마음도, 삶도.
속을 채운 건,
멸시와 피곤과
내가 나를 깎아내린 시간들이었다.
밤마다 애들 얼굴이 떠올랐다.
그 조그맣던 손,
어둠 속에서 더듬던 발소리,
엄마를 불러대던 울음소리.
하지만 이상하게도,
더 이상 미안하지 않았다.
그 애들도, 이젠 나를 잊었을 테니까.
그래.
돌아가지 않을 거야.
나는 엄마가 아니니까.
엄마는 책임지는 사람이잖아.
나는 책임진 적이 없다.
그저 견뎌왔을 뿐.
견디는 것도 사랑이라고 착각했을 뿐.
느지막이 자고 일어나면 손이 떨렸다.
가장 먼저 찾는 건 소주였다.
물은 아무 일도 못 해줬다.
컵을 쥘 수 없을 땐, 남은 소주를 입에 머금었다.
물이 아니라 술이었다.
그게 없으면 나는 말이 안 나왔고,
먹으면 토악질이 나왔다.
불도 안 켠 채, 술을 병째 들이켰다.
술이 들어가야 숨을 쉴 수 있었고,
그제야 나는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느꼈다.
손이 떨려 라이터도 제대로 못 켜는 날,
담배를 입에 물고 거친 숨을 한번 몰아쉰 뒤, 한참을 기다렸다.
그때는 담배가 아니라
불이 나를 살리는 거라 믿었다.
이 꼴을 하고도,
아직 사람이랍시고 숨 쉬는 게 웃겼다.
나는 이제,
아이들에게조차 속할 수 없는 인간이 되었다.
어디에도, 누구에게도
포함되지 않는 존재.
붙잡을 사람도,
돌아갈 집도,
기다려줄 이유도 없었다.
이젠,
몸 하나 버티는 것도 벅찼다.
다 망가지고,
다 없어진 지금,
나한테 남은 건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