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허상과 사랑의 구속
지난봄에 산에 갔을 때 다 망가져 부서진 둥지 안에서 혼자 떨고 있던 너의 모습이 생각나 구렁이가 지나갔는지 온통 엉망이었지 바닥에 떨어져 터져 죽은 너의 형제들도 보았어 너는 작고 어려서 지푸라기 속에 감추어져 있었지 그대로 밤을 지새웠는지 작은 날개에 물기가 맺혀있었지 나는 너를 품에 안고 집에 데려왔었어 작은 눈을 꼭 감고 꺼질듯한 숨을 색색거리며 내 손안에 온기를 전해줬었지
알아 너의 본성은 너른 하늘을 누비며 힘차게 날아오르는 것이라는 것을 야생의 자유를 만끽하며 거친 세상을 모험하는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찬란한 아침이 지나고 어둑어둑한 밤이 오면 너는 단 일 초도 편안하게 잠들 수 없다는 것을 난 알고 있어 숲의 재난도 호시탐탐 너를 노리는 구렁이도 네가 눈을 감고 방심하기만을 기다린다는 것을 나는 그날 내 손 안에서 부서질 듯 떨고 있던 너의 모습을 기억해 지금 이렇게 작은 새장 속에 갇혀 지내는 너는 정말 답답하고 자유를 구속받는 것이겠지만 너의 밤을 생각하면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여 내일을 알 수 없는 삶이란 과연 자유로운 것일까 단 하루를 살아도 제 뜻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삶이겠지만 밤의 어둠에 사로잡힌 삶이란 미래를 기약하기보다는 당장 살아남기에 급급한 그저 생존에 불과한 것일지도 몰라
나는 너에게 몸의 자유와 그에 따르는 생각의 자유를 약속할 수는 없겠지만 머리와 마음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밤의 공포에서 벗어나 주변을 둘러보고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자유를 줄게 비록 새장 속에서의 삶이지만 눈을 들어 창밖을 바라봐 아름다운 세상이 네 눈앞에 펼쳐져 있어 나는 너에게 천 번의 아침 햇살과 천 번의 석양을 선물할게 그것들을 바라보며 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상상의 자유를 만끽해 봐 야생의 삶이란 아침에 일어나서 먹이를 찾고 천적을 피해 다니고 아이를 키우고 잠들고 눈 감으면 내일 다시 일어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공포를 떠안고 잠드는 생활의 반복이야 굶주림에 지쳐서 날개를 꺾고 머릿속에 배고픔에 대한 욕망만 가득한 채 죽어가는 게 자유로운 삶일까 생각의 여백이 없는 생존은 진정한 삶이 아니야 너는 그냥 작은 새니까 그렇게 살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겠지 하지만 네가 내 손에 폭 감싸였을 때부터 너는 나와 함께 삶을 살아가고 있어
우주에서 항해하는 공상과학 영화를 본 적이 있어 우주 대부분은 텅 비어 있어서 그곳에 그대로 노출된다면 숨을 쉬지 못해 살 수가 없지 너와 나는 사실 지구라는 거대한 새장 속에서 살고 있어 대기라는 보호막이 그 표면을 감싸고 있지 우리는 저 밖 너머로 나갈 수가 없어 나간다고 한들 뚱뚱한 우주복과 우주선에 갇힌 채로 돌아다녀야 하지 새장의 크기는 다르지만 완전히 자유로운 존재는 존재하지 않아 찰나의 빛을 마음에 품고 오늘 죽든지 아니면 방구석에 콕 박혀 영원히 끝나지 않을 우주를 꿈꾸든지 여기에 선택이라는 이름을 붙인다는 것 자체가 어리둥절하게 느껴져 저번에 네가 옆집 고양이를 피하다가 다리가 부러졌을 때 동물병원에서 치료받는 동안 나도 너와 함께 있었어 다시는 새장 청소한다고 너를 방 안에 풀어놓지 않겠어 나는 너를 사랑해 사랑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크고 견고하고 상처받기 쉬운 새장일 거야 그 새장 속에서 너와 함께 살고 싶어 너는 너를 정말로 사랑한다면 너를 놓아달라고 말하겠지만 매일 밤 구렁이에 찢겨서 죽어가는 너를 상상하며 악몽으로 밤을 지새우고 싶지는 않아 이건 그저 이기적인 소망일 뿐이겠지만 너는 이미 내 삶에 들어와 버렸고 너는 내 손의 감촉을 그리워할 거야 야생의 공기는 부드러운 손길을 전해주지는 못해 네가 삶에 지칠 때 돌아가 쉴 수 있는 따뜻한 엄마의 품 같은 새장이려고 노력할게 내 안에서 살아 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