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매니징
괜찮겠어?
나는좋좋소기업에 다니는 N년차 직장인이다.
경력직으로 이직했기에 입사하자마자 별도의 인수인계 없이 실무에 투입되었다.
경력이라고 해봤자 고작 2년 정도였지만,
경력으로 인정해준 만큼 잘하고 싶었기에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도 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힘이 빠지는 말만 돌아왔다.
"그렇게 해도 괜찮겠어?"
"어떻게 생각해?"
"음... 잠시만~"
물론 내가 낸 아이디어가 별로여서일 수도 있다.
별로라면 별로인 이유나 다른 아이디어 방향 제안을 해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저상태로 대부분의 일이 뭉개졌다. 그냥 뭉개지는 걸 보다 보니 시킨 일만 해야겠다 싶었다.
수동적으로 바뀌게 되니 더욱 회사가 재미 없어졌고,
악순환 고리에 빠진 걸 알면서도 마음을 고쳐먹기가 쉽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도 수동적인 사람이었나?'
이제껏 자율적으로 일하다가 이곳에 와서 모든 걸 관여하는 상사와 일하려니 죽을 맛이었다.
아이러니하게 모든 걸 관여하면서 책임은 회피하려 했다.
결국 시키는 대로 일하고 일이 잘못되면 욕은 오롯이 내 몫이었다.
"너굴씨가 괜찮겠다며?"
"그렇게 하자며?"
세세하게 관여를 하면서도 관리자로서 책임은 지기 싫었나 보다.
그러다보니 문제만 생기지 않게 적당히 업무를 쳐내는 방법만 터득했다.
적극적으로 일을 벌려보고도 싶을 때도 있었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나에게 책임을 떠넘길 것을 알게 되니 그러고 싶지 않았다.
상사에 대한 믿음, 팀으로 일한다는 믿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과도하게 세세한 업무 지시
업무를 하면서 가장 현타 왔던 부분은 거래처에 전화하는 것까지 시뮬레이션을 시키는 것이었다.
아주 아주 중요한 전화라서 연습해보는 것이라면 이해가 되지만 그건 아니었다.
"한번 시뮬레이션해보세요. 여보세요~"
"네...?"
전화하는 법까지 알려주다니 오지게 좋은 상사지 않나?
신입사원도 아닌데 전화 롤플레이라니... 정말...
이렇듯 사소한 일까지 다 알려주다 보니 정작 중요한 일을 할 시간은 부족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중요한 일은 뒤로 미뤄지기 일쑤였다.
'이게 맞는 건가?'
결코 사소한 부분을 무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유한하고 기간 내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우선순위에 따라 시간 분배가 필요하다.
직장생활의 기본이 아닌가. 왜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는 걸까.
오늘도 좋좋소기업 직원은 채용공고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