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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부모님과 통화하기

밥은 챙겨 먹었고?

by 너굴씨

'딸~ 별일 없지? 밥은 먹었고?'


따로 떨어져 사는 딸이 걱정되는지 늘 먼저 연락하는 엄마.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연락하신다. 자식이 30대가 되었어도 엄마 눈엔 아직도 눈에 밟히는 어린 딸인지 항상 밥은 잘 챙겨 먹고 있는지, 운동은 하고 있는지, 아픈덴 없는지 확인한다.


일을 하고 있을 때는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연락을 먼저 하지 못했다.(물론 핑계다.) 퇴사를 하고 쉬고 있는 지금은 다른 이유로 연락을 잘하지 못한다. 수화기 너머로 좋은 소식이 있는 줄 기대를 하는 목소리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리고 기약 없는 취업 준비로 힘들어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것이 느껴진다. 또 직장생활을 할 때는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점심은 꼬박꼬박 챙겨 먹으니 걱정하지 않으셨는데, 일을 그만둔 지금은 집에서 혼자 밥을 챙겨 먹는 딸이 더 걱정되시나 보다. 이런 불편한 마음에 부모님과의 통화가 요즘은 마음이 무겁고 먼저 전화하기가 힘들다.


부모님은 전화할 때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며 '다 때가 있고, 네 자리도 어딘가 있다'라고 하신다. 이에 덧붙여 '네 자리가 아니라면 아무리 해도 안될 것이며, 네 자리라면 수월하게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니 너무 애쓰지 말라'라고 하셨다. 불안하다고 아무 데나 가는 것은 절대 하지 말라며 돈 떨어지면 아빠가 용돈을 줄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렇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부모님이 계신다니 얼마나 행복한가. 하지만 그 말이 든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팠다. 부모님도 아직까지 몸을 쓰며 일을 하시는데 '내가 이렇게 쉬어도 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어 죄송스럽다. 30년 넘게 생계를 위해 일을 하고 계신 부모님이 대단하게 느껴지면서도, 얼마나 힘든 시간을 견뎌왔을까 하는 마음에 괜스레 울컥한다.


어서 부모님께 좋은 소식으로 연락할 수 있도록 하루 하루 잘 살아내야겠다.

힘들 때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가족이 있어서 나는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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