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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월수입 0원, 나야 나

30대 무직자가 사는 법

by 너굴씨

10월 말 직장을 그만두고 바로 수입이 0원이 되었다.

원래 받던 월급도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월급 없이 생활하려고 보니 그 월급이 생각보다 많다 걸 느끼는 중이다. 아직은 그만둔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돈이 없지는 않지만 이 생활이 언제까지 될지 모른다는 불안에 이전만큼 돈을 편하게 쓰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30대 무직자는 무엇으로 생활할까?


일단 수입이 없다면 지출을 줄여야 한다. 하루에 1.5끼만 먹고 1~2만 원으로 생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백수라고 아주 궁상맞게 살고 싶지는 않아서 먹고 싶은 게 있을 때는 먹고 친구들도 만나고, 다른 날 돈을 더 적게 쓴다.


퇴직금/적금 파먹기

뭐니 뭐니 해도 벌어놓은 돈 쓰는 게 제일 쉽다. 퇴직금을 믿고 퇴사했기 때문에 일단 대부분의 생활은 퇴직금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퇴직금이라는 것이 더 이상 늘지 않고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마냥 이 돈으로만 생활할 수 없다. 그리고 언제 재취업이 될지 몰라 퇴직금이 줄어들 때마다 조금씩 마음이 불안해진다.


블로그로 돈 벌기?

기록용으로 운영하는 블로그와 티스토리가 있기는 하지만 내가 쓰고 싶은 것만 쓰고 싶을 때만 쓰다 보니 수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하루에 1원 정도 발생하려나?

수익형 블로그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로 포스팅을 하고, 포스팅 주기가 일정해야 한다고 한다. 방문자와 이웃, 게시물 노출도가 올라가면 체험단, 협찬 등이 들어온다고 한다. 그리고 쿠팡파트너스를 통해 추가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다. 판매자가 블로그 링크를 통해 쿠팡에 접속하여 제품을 사면 구매금액의 일정 퍼센트(약 3%)로 수익이 발생한다. 몇만 원씩 번 적도 있지만 지금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갈길이 멀다.


당근으로 돈 벌기?

미니멀 라이프를 해볼까 하며 집에 안 쓰고 방치해둔 제품들을 많이 팔았고 꽤 쏠쏠했다. 그리고 저렴한 가격에 기분 좋게 사가는 분들을 보며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가끔 진상도 있긴 했지만...) 내게 필요 없는 물건이 다른 사람에게는 유용하다는 게 참 좋았다. 이것이 바로 친환경, 자원순환 아닐까?

특히, 스타벅스 프리퀀시 시즌에는 프리퀀시를 팔았다. 프리퀀시를 친구들끼리 주고받기는 했지만 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어느 날 친구가 당근으로 프리퀀시도 판다는 게 아닌가? 신세계였다. 커피를 먹고 받은 무료 프리퀀시를 판다니? 그렇게 올해도 프리퀀시를 팔아서 커피 몇 잔 값을 채웠다.

KakaoTalk_20221229_205343251.jpg 따뜻한 당근온도


투자로 돈 벌기?

2020년에 시작한 주식투자. 투자로 소소한 생활비를 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코스피가 2200선까지 내려왔고 내 계좌도 -30%를 향해 달려간다. 일단 다시 직장생활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되었다.

zz.jpg 박살 난 코스피


부모님 찬스?

수입이 없이 자취하는 딸내미가 안쓰러운지 가끔 용돈 필요하냐고 물어보신다. 환갑을 바라보는 부모님이 일해서 번 돈을 용돈으로 받기가 쉽지 않다. 퇴직금이 있어서 괜찮다고 하고 거절하고 본가에 갔을 때만 빌붙기 찬스를 쓴다. 언제든 돌아올 집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는데 이 말이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정부지원금 신청하기

자발적 퇴사라 실업급여는 받을 수 없고, 국민취업제도로 구직촉진수당을 받을 수 있다. 11월 중순쯤 신청을 했는데 검토기간이 거의 한 달 걸려 12월 중순에 승인이 되었고 고용센터 3회 방문 후부터 지원급을 받을 수 있다. 이번주 3회 방문을 완료하였고 아마 다음 주쯤 1차 지원금인 50만 원이 나올 것 같다. 50만 원이 어디인가. 구직지원을 위해 주는 돈이므로 다음 주부터는 열심히 구직활동을 해야겠다.


구직 기간이 길어지면 아르바이트도 단기 계약직도 고려해봐야 할지 모르겠다. 차차 다른 수익 창출방법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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