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백수 생활
직장을 다닐 때 가장 부러웠던 사람은 내가 출근중일 때 쉬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아침에 알람이 울릴 때 더 잘 수 있는 백수이길 바랐다. 꿈은 이루어진다. 지금 나는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되고 아침에 무한대로 잘 수 있는 자유의 몸이다.
하지만 백수가 된 지금, 시간도 많으면서 새벽부터 헬스장에 간다니...
그것도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아침 7시에 일어나 헬스장으로 향한다. 이 정도면 운동에 푹 빠진 엄청난 헬스인일 것 같지만 헬린이에 불과하다. 심지어 헬스장에서 제일 좋아하는 기구는 덜덜이다. PT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헬스장에 낯선 기구들이 더 많다.
이전에 아래의 글을 본 적이 있다. 헬스를 한 것만으로도 하루 일과를 다했다는 느낌을 받고 만족한다는 글이다.
직장인에게는 퇴근 전/후 일과 중 하나인데 백수에게는 큰 일과가 된다는 글이었다. 그게 잘못된 것인가?
직장인은 회사를 다니는 것만으로도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출근, 업무, 점심, 퇴근, 저녁 등 하루 루틴이 형성된다. 하지만 백수는 스스로 시간을 계획하지 않으면 아무 일정이 없기 때문에 본인만의 루틴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하루 시작을 헬스장에서 유산소 운동으로 하기로 정했고, 아침 7시에 일어나 헬스장으로 간다. 날씨가 좋을 때는 새벽에 산책을 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날이 춥고 어두워 곧장 헬스장으로 간다. 점심이나 저녁 루틴으로 헬스장을 갈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가기 싫은 날은 약속이 있어서, 몸이 안 좋아서 등등 핑계를 찾는 날이 생길 것 같았다. 또 애매한 시간에 운동을 하면 위 글처럼 '아, 오늘은 운동하느라 힘들었으니 나에게 휴식을 선물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다른 일과를 만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무런 생각 없이 일어나서 헬스장에 가서 땀 흘리며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1/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원동력이 된다.
일단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활력이 생긴다. 스트레칭과 유산소 운동 그리고 약간의 근력운동을 꾸준히 함으로써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다. 내가 정한 루틴을 실천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나는 할 수 있다'는 마음이 뿜뿜 하며 자존감이 올라간다. 가장 좋은 점은 운동을 끝냈는데도 아침 9시라니! 다른 일을 하기에 딱 좋은 시간이다. 이미 하나의 일과를 끝냈기 때문에 다음 일과로 넘어가는 추진력을 얻는다.
아침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일어나서 휴대폰만 만지작 대며 1~2시간씩 흘려보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무기력해지고 오늘 뭐 하지라는 생각을 하며 울해지도 했다. 하지만 일어나자마자 의무적으로 헬스장에 가고 운동을 하면 하루를 잘 보내고 싶어 진다.
2/ 열심히 사는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인 자극을 받을 수 있다.
아침에 헬스장에 가면 출근 전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 놀랄 것이다. 직장 다닐 때 여러 번 모닝콜을 끄고 뒹굴대다가 겨우 출근했던 내 모습과는 전혀 다른 사람들의 모습에 반성하게 되었다. '시간이 없다는 건 다 핑계다. 의지가 없는 것이다.'라는 말이 가슴 깊이 와닿았다. 그들이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만큼 나도 하루를 더 잘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3/ 백수의 여유를 누릴 수 있다.
출근 전 운동하러 온 사람들은 시계를 보며 운동을 마무리하고 8시 전후로 헬스장을 떠난다. 급할 것이 없는 나는 여유롭게 나의 운동 루틴을 마무리하고 샤워 시간을 즐긴다. 그 시간에는 샤워실에도 사람이 거의 없어 좋다. 이것이 백수의 행복인가? 시간에 쪼들려 살다가 시간 압박 없이 내가 원하는 만큼 머물 수 있다니.
운동이 끝난 뒤에는 단백질 위주로 아침을 천천히 먹고 카페나 도서관에서 다음 일과를 시작한다.
더욱더 부지런한 백수가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