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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굴씨 Jan 17. 2023

'집에 가고 싶다'만 수천번

집인데도 집에 가고 싶어

집에 가고 싶다.


일명 '집가싶', 'ㅈㄱㅅ'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이다. 오죽하면 내가 일이 바빠서 연락을 못하는 날이면, 친구들이 '오늘은 집에 안 가고 싶냐'며 먼저 물어보기도 했다. 집에 가고 싶지만 연락할 시간이 없었을 뿐.

어느 날, 집에 가고 싶다만 무한 반복하는 나를 발견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집에 가고 싶다'라고 말하고,

출근해서 '집에 가고 싶다.'

점심 먹으면서 '이대로 퇴근하고 싶다.'

퇴근 전에도 '집에 가고 싶다.'

퇴근하면서도 '아, 빨리 집에 가고 싶다.'


나는 끊임없이 집에 가고 싶었다. 집에 꿀을 발라놓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렇다고 집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10평도 안 되는 햇빛도 안 드는 오래된 집인데, 뭐가 좋다고 집에 가고 싶었던 것일까.


집인데도 집에 가고 싶어?


심지어 집에 있는데도 무의식적으로 '집에 가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나를 발견했다. 집순이도 아닌데 말이다. 정작 집에 있으면 답답해서 밖으로 나가면서도 내 머릿속은 집을 향하고 있었다.


집에 있는데도, 집에 가고 싶은 내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그때의 나의 상황과 감정을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내 속마음은 숨겨둔 채 '집에 가고 싶다'라는 표현으로 뭉뚱그렸던 게 아닐까 싶다.


'어제 잠을 설쳐서 몸 컨디션이 안 좋아.'

'오늘은 일이 너무 많아서 지쳐.'

'상사가 자꾸 일을 떠넘겨서 화가 나.'

'회사에서 요구하는 업무처리 방식이 나와 안 맞아서 답답해.'

'요즘 내 상황이 너무 답답해.'

'다 그만하고 싶다.'

'그냥 숨고 싶다.'


그 속에 이런 속마음이 숨어있었다.

상황이 뜻하는 대로 되지 않고, 이상과의 괴리에 지쳐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회사 속에서 쳇바퀴처럼 돌다 보니, 원하는 게 있으면서도 미뤄두고, 그저 '집에 가고 싶다'는 표현으로 '집'을 원한다고 나 자신을 속였던 것이다. 스스로 가두고 핑계대기 바빴다. 퇴사를 하고 그렇게 원했던 집에만 있게 되자 내가 원한 건 집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회사 밖으로 나와 한 발짝 물러나서야 내 말 속뜻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는 내 마음에 더 귀를 기울여야겠다.

하지만 다시 직장을 들어가도 집에 가고 싶을 것 같긴 하다.

이전처럼 매시, 매분, 매초는 아닐 테지만. 집에 가고 싶은 건 직장인의 숙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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