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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굴씨 Jan 26. 2023

슈퍼 P, 무계획형 인간으로 살기

MBTI를 믿지는 않지만

계획하는 것도 계획해야 하는 무계획형 인간


가장 완벽한 계획이 뭔지 알아? 무계획이야.
계획을 하면 모든 계획이 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거든
- 영화 <기생충> 


내 MBTI는 INFP(잔다르크형)이다. 

대학교 때는 ENFP(스파크형)였고, 회사를 다닐 때는 INTP(아이디어뱅크형)였다가 지금은 INFP로 바뀌었다. MBTI에 과몰입하지는 않았지만 확실한 건 나는 J(판단/계획)와는 거리가 멀다.

MBTI 유형분류(출처: 브레인미디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나는 에너지 방향이 E(외향)→I(내향)으로 바뀌었고, 

일을 하면서 점차 의사결정 기준이 F(감정)→T(사고)로 바뀌었지만, 

생활양식에서만큼은 J(판단)로 바뀌지 않았다.


계획적인 친구는 일정표/시간표를 짜고 그걸 딱딱 맞춰가는 게 행복이라며, 본인이 계획한 대로 일이 되지 않을 때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오히려 나는 계획을 짜고 그대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 스트레스였다. 


생각해 보면 학창 시절에도 나는 스터디플래너를 잘 쓰지 않았다. 그저 오늘 해야 할 공부는 수학, 영어 한 챕터씩으로만 체크해 두고 오늘 못하면 내일 하기도 하고, 집중이 잘되는 날이면 오늘 더하기도 했다. 


전체적인 그림은 그리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세부계획은 세우지 않는다. 큰 틀에서 내가 해야 할 것과 해야 할 범위와 데드라인만 정해놓고 그 안에서 유동적으로 움직인다. 


여행을 갈 때도 내가 꼭 가고 싶은 장소 몇 군데와 먹고 싶은 음식만 정해두고 여행지에 도착해서 그날그날에 맞춰 움직인다. 누군가는 비효율적이고 대책 없이 산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30년을 살아보니 큰 문제는 없더라. 나도 효율적인 것을 좋아하지만 내 성향 상 효율과 계획을 고집하며 스스로를 옭아매며 사는 게 나에게는 더 비효율적이다. 

계획을 세우고 따르는 데에 드는 에너지 소모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무계획형인 만큼 순간의 감정과 느낌을 따른다. 


갑자기 어디론가 떠나고 싶으면 그냥 떠나고,

무언가 먹고 싶다면 먹고,

글을 쓰고 싶으니 글을 쓴다. 

퇴사도 딱히 계획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하고 싶으니 했다. 그냥 굶어 죽을 팔자는 아닌 것 같았다.


물론 가끔 계획형 인간이 부러울 때도 있다. 

목표가 명확하고 일정관리를 잘하다 보니 성과가 명확하고 언제 무얼 했는지 다 알고 있다.

몇 번 시도해 봤지만 한 달을 가지 못했다. 

무계획형인 인간인 나는 그냥 목표와 기간만 정하고 중간점검하는 수준으로 끝낸다. 기록은 사진과 블로그로 대체한다. 


무계획으로 살다 보면 스스로를 믿게 된다.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때문에 임기응변에 강해지고, 그냥 어떻게든 내가 해낼 거라는 믿음이 깔리게 된다. 나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불안해서 계획 없이는 못 살았을 것이다. 앞으로도 내가 나를 믿을 수 있도록 잘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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