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vity

by 지크

누군가 말을 건네 왔다. 이전에도 여러 번 들었던 이야기라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 이야기를 A에게 했는데, 그 사람의 행동에는 큰 용기가 들어 있을 것이라고, A가 말해주었다. 그러자 표현할 수 없는 부끄러움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올해 하반기는 내 신변에 많은 일들이 생겼다. 그건, 항상 그랬듯이 좋지 않은 일들이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라는 생각만 반복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읽었던 소설의 한 문장에서 공감이 일어났다. 거기서 말하는 것처럼 나는 어디를 움직여야 앞으로 나가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된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날이 5월 18일이었으므로 아마 그 이후부터일 것이다. 불행과 나쁨은 서서히 밀려와 6개월 동안 나를 잠식해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들을 해야 했다. 그 일들이 온전히 나만의 것이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모든 일이 나 혼자만의 것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나만의 것이 아니라서 누군가의 시간대를 책임져야 하는 일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였다. 이렇게 되기 싫었는데. 시간은 도망치고 싶어 했던 대상과 상황 앞으로 나를 계속 데려다 놓았다. 그래서 지금의 이 상황도 언제 어디서 다시 반복될까 봐 두렵다.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에서, 여전히 두려워한다는 점에서 너무나도 부끄러울 뿐이다.


부끄럽다는 감정이 무엇일까란 생각이 들었다. 웃긴 건 나이가 더해질수록 이 부끄러움이 조금씩 덜해진다는 것이다. 그 사실에 나는 또 부끄러울 뿐이다. 그러나 몇 편의 글을 보자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끄러움이란 무엇일까? 그것을 가려줄 방어구가 있다면 상관이 없는 것일까. 양심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 것일까. 모두들 부끄러움에 대해 이야기하니 온갖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공부한 것을 실천한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인 걸까? (최소 내가 보았던) 그들처럼 살면 되는 걸까. 너무나도 혼란스럽다. 왜 이렇게 어렵고 어려운 걸까. 모든 것이 나의 잘못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지고 약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원래 그런 것일까?


<그래비티>에서 라이언은 삶에 대한 감흥이 없었다. 언제든 삶을 포기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반어적이게도 그녀 혼자만 살아남는다. 그녀의 의지도 중요했지만, 코왈스키의 도움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나에게 그럴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없다. 설령 누군가 있다 해도 털어놓을 마음이 없다. 내용과 대상이 없는데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아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은 언제쯤 안정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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