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히어런스

열린 결말

by 리다

코히어런스(coherence).

여러 가능성이 겹쳐 있으면서도

서로 간섭하고, 간섭당하면서

하나의 섬세한 무늬를 이루고 있는 상태.


아이가 주말 내내 끙끙거리면서 앓았다.

감기몸살,


주말마다

힘들다, 피곤하다, 쉬고 싶다며

휴대폰을 들고 누워있는 아이에게 말했다.


니가 힘들게 뭐가 있니?

너는 남들 다 하는 공부도 안 하고, 아무것도 안 하니, 아무 스트레스가 없겠구나. 뭐가 힘드니. 공부하란 말 안 할 테니 뭐라도 하렴.


나도 알고 있다. 매일 학교에 등교하는 일, 깨어있든 자든 수업 스케줄에 맞춰 움직이는 일, 일군의 아이들과 한 교실에서 부대끼는 일, 선생님의 지시에 따르는 일, 자유란 없는 학교 생활, 그 자체만으로도 나도 그땐 피곤했었다.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흐르고 어떻게든 책임과 의무를 다 하기 위해 사회에 맞춰 살다 보니 잊었다.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걸.


지금의 '나'가 쓰고 있는 안경으로 봤을 땐 아이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다. 저러다 어쩌려고 그러지, 아이의 미래가 우려스럽다. 이 또한, '나'라는 잣대를 들이대어 아이에게 섣부른 꼬리표를 달고 있는 건 아닐까.


생일에 못 끓여준 미역국을 끓여주고, 햅쌀로 더운밥을 해먹이고, 연이틀 좋아하는 설향딸기를 사다 먹인다. 그리고 덧붙인다. 이거 비싼 거야. 꼬옥 너만 먹어.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 너는 있는 그대로 너답다, 소중하다는 말 대신.


아이 내면의 파동들이 겹쳐져 만들어내는 줄무늬,

소리가 겹쳐져 만들어내는 화음 같은 것.

“원래 이 아이가 갖고 있던 결이 아직 살아 있는 상태”

를 불러 내어 보고 싶다.


한동안,

나의 잣대를 들이대어 부정하고 흠집 내었던 아이의 결을 되살려주고 싶다. 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 없겠지만...


앞으로는 노력해 보자.

아이뿐만 아니라 나도 그런 상태라고, 진행형이라고,


여러 상태가 동시에 열려 있고,

그것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하나의 무늬를 아주 천천히 섬세하게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우리는 열린 결말의 한가운데에 함께 있다고.


월요일 연재
이전 09화디코헤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