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람 Aug 09. 2018

언어의 온도

섬세한 것은 대개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예민합니다.  - 이기주 저

섬세한 것은 대개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예민합니다.


그다지 책과 친하지 않은 가 웬 일로 책을 읽고 있었다.

"요즘 핫한 책이라~"

조용히 내민 책은 <언어의 온도>였다.


말랑거리는 책이다.

일상의 작은 것들을 작가의 감성으로 풀어놓은 책.

읽으면서 내내 작가의 따뜻함과 예민함이 느껴졌고

현재 지독한 사랑에 빠져 있던지 아님 최근까지 진행이었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랑에 관한 그의 감성은 사랑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기에..


처음에는 이 책의 유명세가 의아했지만

여러 번 읽고 곱씹으면서 마음 한켠에 소리 없이 자리 잡는 글들이 여럿 되었다.

감정의 격랑을 차분히 가라앉혀 주는 힘이 있다.





사랑이란 감정은 은유와 무척 닮았다.

우린 사랑에 이끌리게 되면 황량한 사막에서 야자수라도 발견한 것처럼 앞뒤 가리지 않고 다가선다.

그 나무를,  상대방을 알고 싶은 마음에 부리나케 뛰어간다. 그러나  둘만의 극적인 여행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순간 서늘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내 발걸음은 네가 아닌 나를 향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 역시 사랑의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처음에 너를 알고 싶어 시작되지만 결국 나를 알게 되는 것. 어쩌면 그게 사랑인지도 모른다.           




꽃은 향기로 말한다.  향기의 매력은 퍼짐에 있다. 향기로운 꽃내음은 바람에 실려 백 리까지 퍼져 나간다. 그래서 화향백리라 한다.

다만 꽃향기가 아무리 진하다고 한들 그윽한  사람 향기에 비할 순  없다. 깊이 있는 사람은 묵직한 향기를 남긴다. 가까이 있을 때는 모른다. 향기의 주인이 곁을 떠날 즈음 그 사람만의 향기. 인향이 밀려온다. 사람향기는 그리움과 같아서 만 리를 가고도 남는다. 그래서 인향만리라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시선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참으로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관찰 = 관심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기도 한다.

사람은 관심이 부족하면 상대를 쳐다보지 않는다. 궁금할 이유가 없으므로 시선을 돌리게 된다. 외면하는 것이다. 당신이 보고 싶지 않아요  라는 말은 그쪽엔 관심이 없어요 혹은 뜨겁던 마음이 어느 순간 시들해졌어요.. 아니 차가워졌어요 라는 말과  동일하게 쓰이곤 한다.  

그래서일까 돌이켜보면 관심이 멈추는 순간 상대를 향한 관찰도 멈췄던 거 같다.             





틈은 중요하다. 어쩌면 채우고 메우는 일보다 더 중요한지 모르겠다. 다만 틈을 만드는 일이 어렵게 느껴지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다.    





사랑을 겪어본 사람은 안다. 진한 사랑일수록 그 그림자도  짙다는 사실을. 태양처럼 찬란하게 빛나던 사랑도 시간 속에 스러진다는 것을. 설령 사랑이 변하지 않더라도 언젠가 사람이 변하고 만다는 걸.              

       




채 아물지 않은 그리움은 가슴을 헤집고 돌아다니기 마련이다.

그러다 그리움의 활동 반경이 유독  커지는 날이면 우린 한 줌 눈물을 닦아내며 일기장 같은 은밀한 공간에 문장을 적거나 책 귀퉁이에 낙서를 끼적거린다. 그렇게라도 그리움을 쏟아내야 하기에 그래야 견딜 수 있기에.




종종 공백이란 게 필요하다.

정말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무언가 소중한 걸 잊고 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때 우린 마침표 대신 쉼표를 찍어야 한다

공백을  갖는다는 건  스스로 멈출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제 힘으로 멈출 수 있는 사람은 홀로 나아가는 것도 가능하리라.

그러니 가끔은 멈춰야 한다

억지로 끌려가는 삶이 힘겨울수록

누군가에게 얹혀가는 삶이 버거울수록

우린 더욱 그래야 하는지 모른다.      



기다림은 무엇인가.

어쩌면 기다림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기다린다는  것은 마음속에 어떤 바람과 기대를 품은 채 덤덤하게 혹은  바지런히 무언가를 준비하는 일이다.

기다림은 그런 것이다. 몸은 가만히 있더라도 마음만큼은 미래를 향해 뜀박질하는 일.


기다려야만 만날 수 있는 것이 있다.        



혜람


매거진의 이전글 프랑스 여자는 80세에도 사랑을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