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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람 Sep 29. 2017

일리아드 / 오디세이아

인간을 시기한 신들의 전쟁       호메로스 저




 <펠리우스와 테티스의 결혼식>  컬레리스 반 할렘 작


많은 신들이 모여 축제를 벌이고 있는 그림. 이 그림은 <일리아드/오디세이아>의 표지이다.

그런데 왜 이 작품을 선택했을까. 의문이 든다.

이유는 그림 속의 사건으로부터 <일리아드/오디세이아>의 대 서사시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 펠리우스와 테티스의 결혼식 > 

바로 이 작품의 제목이다.




문자가 발명되기 이전부터 그리스의 광장에서는 과거 영웅들의 영웅담과 모험담이 밤마다 낭송됐고 관객들은 열광했다. 문자가 발명되면서 호메로스는 오래전부터 구전으로 내려오던 영웅담들을 글로써 남기는 작업을 시작했고 이 귀중한 인류의 문화유산은 그에 의해 생명력을 유지해서 오늘날에 이르게 된다.

호메로스에 대해선 그의 출생 시기와 저술활동의 진위여부에 의문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엮은 <일리아드/오디세이아>가 서양 인문학의 시발점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호메로스 BC 800~750 추정


이 책은 대 서사시를 완역해 놓은 책이다.

모두 9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지만 서양문화의 뼈대가 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후대의 작품들은 이 책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 모티브를 차용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 서사시는 최고의 고전이자 서양문화의 뿌리이므로 꼭 읽기를 권한다.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




< 일리아드 >


제우스 신은 여신 테티스에게 마음이 있었지만 테티스에게서 태어나는 아이는 그 아버지를 능가하는 영웅이 된다는 신탁에 겁이나 인간인 펠리우스와 결혼시킨다. 이 결혼식에는 올림푸스의 모든 신이 초대받았는데 유일하게  싸움의 에리스만이 초대를 못 받았다. 이에 에리스는 앙심을 품고  저주의 사과를 식장에 던진다. 이 사과에는 ''여신들 중 가장 아름다운 분께''라고 적혀있어 헤라, 아테네, 아프로디테 이 세 여신은 각자 자기의 것임을 주장했다. 사과주인을 선택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제우스는 이를 트로이의 프리아모스 아들이자 헥토르의 동생인 파리스에게  부탁한다. 세 여신 모두 파리스에게 달콤한 선물을 약속하며 자신을 선택해 줄 것을 제안한다. 결국  파리스는 고민 끝에 세상에서 가장 아를다운 여인을 주겠다는 아프로디테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녀를 선택한다. 그러나 그때는 이 결정이 가지고 올 어마어마한 파장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는 트로이와 아카이아의 10년 전쟁의 단초가 된다.


 <파리스의 심판> 루벤스 작
 <파리스의 심판> 루벤스 작


아프로디테는 자기를 선택해 준 대가로 가장 아름다운 여인 헬레네에게 에로스의 화살을 날려 파리스와 사랑에 빠지도록 한다. 그녀는 스파르타의 왕 아가멤논의 동생 메넬라오스의 부인이었다. 파리스는 메넬라오스가 없는 틈을 타 그녀를 납치해 트로이로 데온다. 이에 반발한 아가멤논은 아카이아 연합군을 조직하여 트로이와 10년 전쟁을 시작하게 된다.


<일리아드>는 10년 전쟁 중 후반의 아킬레우스와 아가멤논의 불화가 중심이 되는 50여 일간의 이야기이다. 헬레네를 빼앗긴 스파르타는 아카이아 연합군을 조직한다. 그들은 트로이 해변에 도착해 진지를 만들고 일리오스 성으로 쳐들어가지만 트로이의  굳건한 방어로 10년 세월을 대치한다. 치열한 전투가 하염없이 이어지고 그 와중에 아킬레우스는 아가멤논 왕과 전리품에 대한 불화로 전투 불참을 선언한다.


<아킬레우스의 분노 > 지오반니 바티스타 티에폴로 작


이에 아카이아는 수세에 몰리고 급기야 아가멤논을 비롯한 많은 장수들이 아킬레우스의 참여를 독려하나 거절당한다. 계속 수세에 몰리는 상황에서 아킬레우스의 절친 파트로 클로스가 아킬레우스의 갑옷과 투구를 걸치고 전투에 나갔다가 트로이의 헥토르에게 죽임을 당한다.



<파트로클로스 주검을 안은 메넬라오스>
<파트로클로스의 주검을 보는 아킬레우스> 지오반니 안토니오 펠레그리시 작


절친을 잃은 심정에 말할 수 없는 비통함에 빠진 아킬레우스는 아가멤논과 화해를 하고 다시 전투에 참여해 헥토르를 죽이고 친구의 복수를 한다.


<헥토르를 공격하는 아킬레우스 >  루벤스 작


그러나 분이 풀리지 않는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의 시신을 마차 뒤에 매달아 끌고 다니며 모욕을 준다. 이를 안 헥토르의 아버지 프리아모스는 비탄에 빠진다. 노구의 왕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새벽에 몰래 적진에 들어와 아킬레우스를 만난 뒤 아들의 시체를 돌려줄 것을 눈물과 함께 읍소 한다. 부성의 절절함에 감동된 아킬레우스는 헥토르의 시신을 내어준다. 프리아모스와 그의 백성들은 용감했던 영웅을 기억하며 성대히 장례를 치르고 그를 떠나보낸다.


<헥토르의 시신을 간청하는 프리아모스> 지오바니 시프리아니 작


물론 이야기의 주요 플롯은 아킬레우스와 아가멤논의 갈등과 영웅담이지만 둘 외에도 오디세우스 네스토르 디오메데스 등의 걸출한 영웅의 활약상과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매 위기 때마다 오디세우스의 과감한 결정과 추진력, 연장자인 네스토르의 지혜로운 조언은 항상 돋보였다. 또 다른 영웅들의 명예를 중시하는 용맹함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무엇보다도 시대와 관계없이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들이 고스란히 표현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 오디세이아 >


10년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승리한 아카이아의 영웅들은 각자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미움을 받은 오디세우스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10년 유랑의 시기를 보내는데 이 시기의 모험담과 험난한 귀향 여정을 그려낸 작품이 <오디세이아>이다.


전쟁이 끝나고 다들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오디세우스 만이 고향인 아키아 섬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는 님프 칼립소의 동굴에 갇혀 그녀로부터  남편이 될 것을 종용받으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오디세우스와 칼립소가 함께있는 동굴풍경> 얀 브뤼겔 작


 <오디세우스와 칼립소> 아르놀트 뷔클린 작


이를 안타깝게 여긴 아테네 신의 제안으로 제우스 신은 헤르메스를 칼립소에게 보내 오디세우스를 고향으로 보내라는 명령을 한다.


<칼립소에게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명령하는 헤르메스> 제라드 드 래레스 작


천신만고 끝에 칼립소의 손아귀에서 벋어 났지만 귀향길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우여곡절 속에 파이아 케스 섬에 도착한 오디세우스는 그들의 환대에 감격스러워하며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10년 세월의 모험담을 예기한다. 포세이돈의 아들인 외눈의 거인 키클롭스를 무찌른 이야기, 하데스의 영역까지 가서 죽은 영혼을 만나고 온 일, 마녀 키르케의 섬에서 빠져나온 일, 사이렌의 음악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동지들 귀를 밀랍으로 막고 지신은 배에 묶인 채 위기를 모면한 일, 로토스 열매를 먹고 취해서 모든 걸 다 잊은 동료를 끌고 도망친 일,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요괴들의 섬을 빠져나오면서 결국엔 동지들은 모두 죽고 홀로 살아남아 파키아케스 섬에 도착한 일들을 담담하게 때로는 격앙되게 풀어놓았다.


<오디세우스와 사이렌> 허버트 드레이퍼 작
 <오디세우스에게 바람을 부는 아이올로스> 빅토르 모테 작
 <술잔을 권하는 키르케> 존 윌리암스 위터하우스 작
<키클롭스> 카라치 작


한편 아키아 섬에서는 오디세우스의 부인 페넬로페에게 구혼하려는 무리들이 몰려들어 그의 재산을 탕진하고 무례를 일삼은 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심지어는 오디세우스의 아들인 텔레마코스를 공공연히 위협하기도 하여 텔레마코스는 아버지의 소식을 듣기 위해 아키아 섬을 떠나 메넬라오스를 찾아간다.


 <페넬로페와 구혼자들> 존 윌리암 워터하우스 작


오디세우스의 구구절절한 모험담을 들은 파이아케스의 사람들은 그를 아키아 섬으로 안전하게 태워주고 절대로 바로 성으로 가지 말라고 조언한다. 오디세우스는 오래된 그의 충복인 돼지 치는 에우마이오스의 집으로 간다. 물론 아테네 신 덕에 노인의 모습으로 변신을 한 후였다. 텔레마코스 역시도 아테네 신의 얘기를 듣고 에우마이오스 집으로 귀환하고 거기서 20년 만에 아버지와 재회한다. 트로이로 떠날 때 갓난아이였던 아들을 이젠 장성한 모습으로 마주 한 오디세우스의 감격은 절절했다.

 

이제 영웅이 돌아왔으니 모든 게 원위치로 돌아가야 했다.

부자는 페넬로페 구혼자들을 제거할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행할 계획을 차근차근 세우며 때를 기다린다. 페넬로페는 구혼자들에게  과거 오디세우스의 활로 과녁을 맞히는 사람과 결혼할 거라고 공표했다. 구혼자 모두가 실패한 활쏘기를 변신한 오디세우스가 성공하면서 처절한 복수의 신호탄이 터졌다. 오디세우스는 아들 텔레마코스와 충복들과 함께 순식간에 사태를 평정한다.


<108명의 구혼자들을 물리치는 오디세우스> 구스타프 쉬아브 작


페넬로페와 감격의 재회를 한 오디세우스는 노구의 부친을 만나러 가고 거기서 죽은 구혼자들의 추종자들과 다시 한번 전투를 치르나 아테네 신의 중재로 전투는 끝난다.

드디어 오디세우스에게 간절했던 평화가 찾아온다.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





< 일리아드 >가 영웅담이라면  <오디세이아>는 모험담이 주된 내용이다.


<일리아드>에서는 힘과 지혜 열정으로 승리 위해 처절하게 싸우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 전투에서 신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을 가지고 전투 속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모두를 피패하게 만든 10년 전쟁의 시발점 역시 신들의 욕망과 인간의 탐욕으로 시작됐다. 문자가 발명되기 이전의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 본질적인 문제들은 놀랍게도 다름이 없다.


반면에  <오디세우스>는 모험담이 주된 스토리이다.

오디세우스와 동료들은 넓은 대양을 떠돌며 갖가지 유혹과 위기를 지혜와 인내의 힘으로 이겨내면서 귀향이라는 간절한 소망을 위해 매진한다. 모험 속에서 자유를 꿈꿨던 인간의 오랜 소망이 그를 통해 투영되는 듯하다.


< 일리아드 / 오디세이아 >는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신과 지극히 인간적인 인간들의 본질적인 감정들, 즉 오욕칠정이 얽히고설킨다. 호메로스는 이 두 작품을 통해 인간 본질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독자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사유 한다. 이 본질에 대한 사유는 서양문화 전반에 오롯이 스며들어 인간과 삶에 대해 끊임없이 근원적인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이 작품으로 인문학은 시작된다.


<아킬레우스의 죽음> 루벤스 작



혜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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