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에 관한 깊은 사유 필립 로스 저
이 책은 코맥 매카시, 토머스 판천, 돈 드릴로와 함께 '미국 현대문학의 4대 작가'로 꼽히는 필립 로스(1933~)의 작품이다. 평론가들은 '현대 미국을 충실히 기록한 거장'이라고 그를 평가한다. <미국의 목가>, <미국을 노린 음모>, <굿바이, 콜럼버스>, <포토노이의 불평>, <휴먼 스테인>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
<에브리맨>은 인생의 마무리를 앞두고 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광고계에서 오랫동안 일했고 그림을 그리고 세 번의 이혼을 경험했고 건강하지 않아 여러 번의 수술과 회복을 경험하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는 매일 사그라드는 자신의 삶을 바라보며 유난히 건강한 형을 질투하기도 하고 두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의 위안을 받기도 한다.
에브리맨은 평범한 사람이라는 의미이고 이는 주인공 부친이 운영하던 보석 가게 이름이기도 하다.
그 보석가게는 저렴한 물건이 많아서 그 도시의 노동자들이나 소시민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저마다 빠듯한 살림이지만 소중한 사연을 가지고 그 가게를 찾았고 그들에게 <에브리맨>은 각자의 작은 꿈을 현실로 쥐어 주었다. 저마다 마음속 반짝거리는 보석 하나 간직하고 사는 우리 에브리맨들. 그것이 크던 작던 값비싸던 그렇지 않던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맘 속 품고 있는 반짝이는 꿈 하나, 훗날을 기약하며 소중히 키우는 것으로 족한 것.
늙어 간다는 것. 죽음을 곁에 두고 사는 나이가 된다는 건 어떤 느낌인가.
누구에게나 그런 날은 찾아올 것이고 그때 다들 비슷한 감정을 느낄까.
더 이상 건강하지 않고 일상생활이 버겁게 느껴지는 때가 되면 마음마저도 약해질 것이다.
맘이 약해진다는 건 의지도 약해지고 작은 슬픔과 고통에 민감해지고 자신의 우울함에 매몰될 개연성이 높아 짐을 의미한다. 이때 직면하게 될 외로움. 그것의 깊이는 어느 정도 일까.
어머니를 하늘로 보내드린 뒤 얼마 안 되어서 이 책을 읽었다.
내 맘처럼 끝도 없이 가라앉은 이 책의 이야기에 처음엔 한 장 한 장 넘기기가 괴로웠다.
그러나 장이 넘어갈수록 힘든 상황과 시간을 담담하게 써 내려가는 작가의 이야기가 고요히 스며들었다.
노년. 인생의 마무리.
힘들지만 우리 삶의 일부분이라는 것.
흔쾌히 받아들이면 오히려 즐길 수 있다는 것.
생각하기에 따라선 벌써 접어들었을지도 모르지만
담담하게 피하지 않고 맞이할 수 있길.
결코 우울하고 가라앉은 이야기가 아니다.
깊은 사유의 책이다.
이 글의 작가인 필립로스가 2018.5.22(현지시간) 향년 85세로 타계했습니다.
그가 남긴 깊이 있는 작품들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혜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