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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람 Oct 16. 2017

임자도를 아시나요

환상의 대광해변 라이딩 및 일주 (45km)   2017.10.14


아득히 멀리 보이는 수평선.

그 바다 위를 그림같이 떠있는 작은 섬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파도가 밀려오고

그 파도소리를 들으며 아무도 없는 광활한 해변에서의 라이딩.

상상할 수 있을?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것같은 꿈같은 라이딩


이 꿈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되는 곳이 있다.

바로 전라남도 신안군에 위치한 임자도 대광해변이다.


임자도는 놀라운 섬이다.

이 섬은 국내 최대의 대파와 새우젓 산지이다. 국내 대파의 40%, 새우젓의 70%가 이 곳에서 생산된다. 가는 곳마다 파란 대파밭이 펼쳐져 있고 새우잡이 기지인 전장포에서는 지역 염전에서 나는 천일염으로 새우젓을 생산한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매년 4월에는 튤립축제가 있어 섬 전체가 낭만에 빠지고 대광해변을 국제 해변승마장으로 개장한 이래 유소년 승마대회 등 각종 대회가 이 곳에서 열린다. 지금은 지도읍 점암 선착장에서 배를 타야 들어갈 수 있지만 현재 공사 중인 연륙교가 2020년 완공되면 접근성은 훨씬 좋아질 것이다.




일시 : 2017.10.14(토)

이동경로 : 서울 -> 전남 신안군 지도읍 점암선착장 (승용차)

일주코스 : 진리선착장에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일주(약 45km)

자전거 : MTB


점암선착장 출발 am 9:00 (배)

임자도 도착(진리선착장) am9:15

서울 염전 am 10:40

전장포 am 11:40

대광해변 pm 1:00

하우리 임도 pm 2:00

대둔산 임도 pm 3:00

이흑암리 pm 4:00

진리선착장 pm 5:00 (배)

총 7시간 소요 ( 조식 중식 휴식시간 2시간 포함)


점암선착장에서 임자도로 들어가는 배는 오전 7시부터 한 시간 간격으로 있다. 그만큼 유동인구가 많다는 것인데 그래서인지 섬에는 주유소와 편의점도 있고 숙소도 여러 개 있다.


출처 : 자전거생활  bicycle_life@naver.com


점암선착장에서 오전 9시 배를 탔다. 신분증이 필요하다. 요금은 성인이 왕복 3,200원이고 섬에서 나올 때 한꺼번에 정산하면 된다. 승선 후 약 15분 만에 임자도 진리선착장에 도착했다. 선착장 부근에는 작은 슈퍼가 있고 여기서 약 5분 거리에 비교적 큰 CU편의점이 있다. 우리는 거기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김밥과 물 간식 등을 구입했다. 식사를 마치고 오전 10:20에 출발했다.


배 시간표/점암선착장에서 승선후 15분만에 임자도에 도착/임자도 편의점


이번 일주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섬을 도는 여정이다. 그러므로 섬 북쪽에 위치한 전장포를 향해 출발했다. 처음에는 바다를 보며 즐겁게 라이딩을 시작했으나 점점 해풍의 압박이 심해졌다. 옆바람이 얼마나 센지 자전거가 밀려서 진행이 힘들 정도였다. 속도로 바람을 이기려 했으나 앞바람이 불 때는 속수무책이었다. 바람을 온몸으로 버티며 힘든 라이딩을 하니 평지이지만 마치 업힐을 하는 듯 체력소모가 많았다. 이 날 바람은 초속 6~7m/s 정도로 센 편이었다. 이 정도의 바람은 아닐지 모르나 섬의 경우 평소에도 항상 바람이 많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길 노면 곳곳에 소박한 자전거길 표시가 있다. 자전거길 안내판이 너무 적어서 길 찾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나 표시가 갈림길마다 적절히 있어서 유용했다.

서울 염전을 지나 전장포를 향하는 길은 간간히 업힐이 있지만 대체로 무난하다.  대파의 주산지답게 대파밭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서울염전/ 끊임없이 펼쳐지는 대파밭/유용한 자전거길 표시/전장포가는 길


차가 거의 없는 공도를 따라가면 한 시간여 만에 전장포에 도착한다. 새우잡이 어선이 많이 정박해 있다. 전장포에는 새우 조형물과 곽재구 시인의 '전장포 아리랑' 시비가 있다. 전장포 파출소 옆엔 쉴 수 있는 정자와 깨끗한 화장실도 있다.


바람이 강해서 나무들이 바람방향으로 틀어져있다/전장포 전경


전장포를 구경하고 왔던 길로 다시 나오다 보면 '괘길 1리' 이정표가 있다. 그쪽으로 들어간다.

대파밭 농로를 구비구비 달리다 보면 저 멀리 길 끝에 파란 바다가 조심스레 자태를 드러낸다. 농로가 끝나는 곳까지 다다르면 드디어 광활한 해변의 웅장함과 마주하게 된다.  여기가 오늘 여정의 하이라이트인 대광해변이다.


괘길 1리길로 들어와 구비구비 농로를 따라 달린다/저 멀리 길 끝에 대광해변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해변은 길이 7.5km  폭 300m의 국내 최장의 해변이다. 특히 모래사장이 탄탄해서 해변승마장으로도 이용하고 있다. 해변 라이딩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지나온 어떤 길보다도 노면 상태가 좋다. 아무런 제약 없이 그저 달리면 된다. 자유로움 그 자체이다. 눈앞에 바다를 두고 일렁이는 파도를 벗 삼아 달린다는 걸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보통 해변이라면 발이 푹푹 빠져 걷기조차 힘들건대 하물며 라이딩이라니. 때마침 강한 뒷바람도 불어와 우리의 해변 라이딩을 더욱 신나게 해주었다. 때때로 부드러운 모래바람이 낮고 소리 없이 일어 신비로운 기운마저 감돌게 했다. 백사장위로는 염낭게의 흔적인 작은 모래 덩이들이 기하학적인 문양으로 새겨져 있다. 드문드문 물이 빠져 생긴 주름진 곳들이 있는데 울퉁불퉁하니 피해 가면 된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오후 1시경이다. 그 시간쯤이면 썰물 때라 해변도 단단해지고 바람도 뒷바람이라 라이딩엔 최적의 시간이다.

마치 첩보영화에서 상상을 초월해 적진에 침투하는 특수요원처럼 이 생경함과 경이로움을 즐기며 30분 이상을 자유롭게 달렸다.


환상적인 대광해변 라이딩


경이로운 라이딩이 끝났다. 아쉬움은 있지만 갈길이 멀다. 다음 여정인 하우리 임도길을 향한다. 해변이 끝나는 지점에서 해변 옆 뚝길로 올라오면 산으로 올라가는 임도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임도길은 비포장길이지만 차가 다니는 길이라 노면 상태가 좋은 편이다. 어렵지 않게 라이딩할 수 있다. 산길 중간중간에 보이는 바다 풍경이 고요하며 깊이가 있다. 임도를 즐겁게 달려 하우리 항에 도착한다.


 하우리 임도입구/임도에서 볼 수 있는 바다풍경


하우리 항에 도착하여 곧바로 삼두리로 향했다. 삼두리를 지나 은동해면으로 가서 은동굴을 돌아볼 예정이었으나 길을 잘못 들어 대둔산 임도로 들어섰다. 어쩔 수 없이 대둔산 임도를 넘어 이흑암리로 내려왔다. 대둔산 임도는 하우리 임도와는 달리 거의 이용하지 않는  사람의 흔적이 적었다. 당연히 노면도 험하고 풀도 길어서 중간중간 끌바로 내려왔다. 그렇지만 산 위에서 보이는 조망은 역시 근사했다.


하우리임도를 내려오면 삼두리이다/험한 대둔산임도길 /임도길에서 조망되는 풍광


이흑암리로 내려와 공도를 따라 가면 마치 이포보 가기 전 후미개 고개와 흡사한 업힐을 만나게 된다. 오늘 여정을 만만히 끝내주지  않겠다는 섬의 뜻인가. 대미를 힘든 업힐로 마무리했다.

언덕을 넘으면 바로 진리선착장이다. 왕복승차권 3,200원을 정산하고 오후 5시 배를 탔다.


대둔산임도를 내려와 이흑암리를 지난다/ 대미를 장식하는 업힐/우리가 타고 나가는 배


서울에서 오랜 시간 임자도까지 내려오느라 고생했지만 대광해변에서의 근사한 라이딩은 이를 모두 상쇄시키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 구속 없는 자유로움과 상상치 못한 놀라움을 경험해 본다는 것은 이번 라이딩 여행의 백미였다. 말로는 그 느낌을 다 표현할 수 없다. 아마 대광해변에서의 경의로움은 올해 경험한 코스 중 최고가 아닐까 싶다. 많은 라이더에게 권하고 싶다.



혜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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