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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람 Oct 31. 2017

강천섬, 그 찬란한 추억

계절의 끝자락에서 다시 만나다  2017.10.29



노란 은행나무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길에 들어서면 지난 계절 불꽃처럼 타올랐던 시간들이 처럼 스친다.

그 뜨거웠던 날들의 흔적이 섬 구석구석 드리워져 있고 이제는 다 타버려 흑백사진처럼 추억되는 순간들. 그러나 그 찬란함만은 가슴 깊숙한 곳에 오래도록 간직될 것이다.





국토종주 라이더라면 꼭 들르는 섬이 있다.

섬에 들어오는 순간 종주길 양편에 빼곡히 서있는 은행나무의 웅장함에 절로 감탄사가 연발된다.

양평을 지나 세 번째 보인 강천보에서 남쪽으로 8km 지점에 위치한 그림 같은 섬, 강천섬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강천섬은  <여자 혼자 떠나는 서울 근교 라이딩>  2-2 편에서 잠시 소개했었다.

남한강 이포보~여주보~강천보로 이어지는 코스를 마치고 여력이 되면 강천섬까지 꼭 들러보라고 권했었다.

지하철을 타고 양평에서 시작하여 강천섬까지는 왕복 90km이다. 왕복 라이딩은 가능하지만 종주가 아니라면 더 이상의 진행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차로 이동한다면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여주보나 강천보에 주차하고 라이딩을 시작한다면 거리상 여유가 있으므로 강천섬은 물론 강천섬 너머의 섬강길도 다녀올 수 있다. (참고로 이포보, 여주보, 강천보는 주차공간이 여유롭고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


남한강 자전거길 양평군립미술관 ~ 강천섬 (45km)

https://brunch.co.kr/@zigle386/25



강천섬은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강천리길 76-14에 위치해 있다.

드넓은 초원과 고흐의 <삼나무 길이 있는 풍경>에 나옴직한 이국적인 나무들, 강변의 몽환적인 물안개, 새벽녘 초원을 가로지르는 고라니들과 마주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이 곳 강천섬이다.

국토종주 라이딩 길이 지나가는 이유로 라이더들에게 알려졌지만 원래 이 섬은 캠핑으로 유명하다. 줄지어 선 나무데크가 아닌 초원 한 구석에 텐트를 치고 자유롭고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몽골의 초원처럼 그 어떤 것의 구속도 없다.


2017년 강천섬의 가을


은행나무의 노란 단풍도 아름답지만 개인적으로는 초여름의 강천섬이 좋다. 낮에는 짙은 초록의 푸르름이 생동감을 주고 어스름해지면 선선한 바람과 함께 석양의 고요가 마음에 은은한 여운을 남긴다. 마치 산사의 종소리처럼 낮은 울림으로.


초여름 강천섬의 동틀무렵과 새벽 물안개/ 강천섬의 푸른 하늘 /고흐의 <삼나무가 있는 풍경>과 흡사한 나무들


강천섬의  고요한 석양


강천섬에는 섬을 가로지르는 큰길 말고도 강변을 따라 달릴 수 있는 오솔길이 있다. 이 길엔 강을 바라보며 잠시 쉴 수 있는 벤치도 곳곳에 있다. 또한 초원이 넓다 보니 MTB 자전거의 경우는 길이 아닌 벌판을 가로질러 맘껏 달릴 수 있다. 나는 오솔길을 가다 맘 내키는 대로 방향을 틀어 초원으로 들어가는 일탈을 자주 즐긴다.


강천섬의 강가 오솔길 / 강변의 벤치 / 초원에서의 자유로운 라이딩


강천섬은 겨울 한 계절을 빼곤 다양한 꽃들로 가득하다. 금계국, 개망초, 패랭이꽃, 달맞이 꽃등은 이 섬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꽃들이다. 또한 강천섬에는 멸종위기의 단양쑥부쟁이 군락지가 있다. 단양쑥부쟁이는 4대 강 사업으로 남한강의 자생지가 완전 파괴되면서 몇몇 식물원과 강변 식재지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중 한 곳이 강천섬이다. 단양쑥부쟁이는 국화과의 보랏빛 꽃으로 9~10월에 개화한다.


단양쑥부쟁이 / 개망초와 패랭이 꽃 / 달맞이 꽃/ 금계국


라이딩 길은 강천섬을 지 창남이 고개로 이어진다. 이 언덕은 완만해서 쉽게 오를 수 있다. 더 진행하면 섬강교가 나오고 이 다리를 건너 좌측 가파른 내리막 길을 내려가면 섬강 자전거길이다. 특히 이 길은 오후 늦은 시간 지는 해와 더불어 달릴 때 그 아름다움이 배가된다. 강 위로 잔잔히 비쳐 산란되는 햇빛이 따뜻하면서도 쓸쓸하다. 섬강길을 지나면 비내섬이 나오고 탄금대까지 이어져 있다.


창남이 고개와 섬강 라이딩 길


강천섬은 여유와 자유의 상징이다. 가을의 며칠을 빼곤 항상 고즈넉하다. 보배와 같은 이 곳에 최근 지자체의 개발이 진행 중이다. 지금은 섬 어귀에 주차장 공사가 한창이다. 기존의 화장실도 한 곳뿐이라 불편했고 다른 편의시설이 전혀 없음을 고려한다면 이런 소소한 것을 개선하는 정도의 개발이길 바란다. 더 인위적인 개발은 오히려 강천섬의 매력을 반감시키지 않을까 하는 기우때문이다.


강태공이 잔잔한 강가에서 시간을 낚듯이 어쩌면 라이딩도 생각에 따라선 시간을 달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목표지점을 향해  매진하여 도달했을 때의 뿌듯함이 큰걸 너무 잘 안다. 나 또한 해냈다는 성취감을 즐긴다. 하지만 가끔은 자연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라이딩도 필요하다. 그러기에 강천섬으로의 라이딩은 가슴 한 구석 허전함을 채워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오래 남을 찬란했던 시간들



혜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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