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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람 Nov 14. 2017

가을의 끝자락에서  배후령과 소양강댐

춘천역~배후령~청평사~소양강댐 50km  2017.11.11




2017년 춘천의 가을은 특별했다.


지나고 보니 이번 가을의 대부분을 춘천과 더불어 했었다. 이 아름다운 계절은 수 정취와 더불어 지쳐있던 나를 보듬어 주었다.  나를 일으켜 세웠고 따뜻하게 품어주었다. 이제 이 가을이  떠나려 한다. 가을이 가도 우리의 계절은 이어지겠지만 고마움의 마음으로 '가을 엔딩 라이딩'을 떠난다. 배후령과 소양강댐이 그곳이다.






일시 :  2017년 11월 11일(토)

일정 :  춘천역 ~ 배후령 ~ 소양강댐 ~ (배를 타고) 청평사 ~ 소양강댐 ~ 춘천역  50km


춘천역  am 10:00

천진 삼거리 am 10:50

배후령 정상 pm 12:20

소양강댐 선착장 pm 2:00

청평사 pm 3:30

소양강댐 선착장 pm 4:30

춘천역 pm 6:00

총 8시간 소요 (점심과 휴식시간 3시간 포함)



오늘의 행선지는 배후령과 소양강댐이다.

춘천역을 출발해 스카이워크가 있는 영서로로 진입한다. 소양 2 대교를 건너 우측의 자전거길로 들어가 '소양강 오봉산' 방향으로 약 10km 정도 가 천전 삼거리를 만난다. 여기서 춘천공원묘원 방향으로 올라가면 배후령의 시작이다.


천전삼거리 가는 길 / 가을이 깊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 배후령은 널리 알려진 곳이다. 해발 600m의 배후령은 터널이 개통된 이후 차량의 통행이 적어져 자전거 마니아들의 업힐 도전코스가 되었다.  경사도는 평균 6%라 설매재 등과 비교한다면 그리 심한 곳은 아니다. 1시간 정도를 꾸준히 업힐 해야 하지만 중간중간에 숨고르기를 할 수 있는 평탄한 구간도 있으므로 페이스 조절만 잘 한다면 쉼 없이 오를 수 있다.


배후령 오르막 길


1시간 가까이 자신을 다독이며 천천히 오르면 정상에 다다른다. 마지막 단풍이 언덕을 오르는 이들을 격려해 준다. 심한 경사가 아니므로 정상 부근에 다다르기 전 까지는 간간히 경치를 감상하며 오를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여기에 감성을 자극하는 근사한 음악까지 있다면 낭만 업힐이 되는 놀라움까지 경험할 수 있다. 정상에 도착하면 오봉산으로 오르는 등산로 입구가 있다. 3년 전 춘천역에서 이 곳까지 택시로 이동하여 오봉산에 올랐던 경험이 있다. 그땐 이 언덕을 자전거로 오를 수 있다는 걸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다들 공감하겠지만 자전거를 타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배후령 정상/ 오봉산 등산로 입구


다음 일정인 청평사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선 이 언덕을 넘어가야 한다. 그러나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가 허다한 법. 그 생각을 못하고 올라왔던 길로 다운힐을 해버렸다. 천전 삼거리로 내려와서 길을 검색하니 다시 배후령을 넘어가야 하므로 계획을 변경해 소양강댐으로 가서 청평사로 들어가는 배를 타기로 했다. 여행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면서 뜻하지 않는 변수로 인해 새로운 상황에 맞닥드려지는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나는 그 돌발을 즐기려 노력한다. 어차피 정해진 건 없는 삶인데 자신이 미리 정해 놓은 것이 흐트러지는 것을 속상해하는 건 틀속에 자신을 가두는 것이다. 유연한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야말로 온전히 그 순간을 즐길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천전 삼거리에서 바라본 배후령


바뀐 일정으로 간 길


천전 삼거리에서 약 4km를 달리면 소양강댐이 나온다. 이 길은 대형차 주차장까지 자전거 길이 없으므로 조심해서 올라야 한다. 대형주차장 이후부터는 자전거길이 있다. 선착장 부근의 홍보관에는 멋진 시가 캘리 그래픽으로 쓰여있는 큰 이 있다. 그 창을 통해 소양호를 감상하면 색다른 느낌이 있다.


소양호 선착장 가는 길


소양호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청평사로 들어갔다. 자전거는 따로 승선료가 있다. 인파는 많지만 10분마다 배가 떠나므로 항상 탈 수 있다. 자전거를 구석에 잘 세우고 자리를 잡았다. 배가 시원스레 호수를 가른다. 햇살이 호수 표면에 산란되어 퍼지는 모습이 마치 깊은 밤 달빛 같다. 10여분을 배로 달려 청평사에 도착했다.


청평사 선착장


선착장 부근에서 잠시 쉬다가 배를 타고 소양호 선착장으로 다시 돌아갔다. 저녁식사 후 쌀쌀한 공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지는 가을의 끝자락과의 조우를 마무리했다.





춘천의 가을은 여러 모습으로 다가왔다.

의암호의 데크에서, 공지천의 자전거길에서, 배후령의 불타는 언덕에서.  느끼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아낌없이 자신을 드러냈다. 계절의 이 섬세한 움직임은 항상 삶을 풍성하게 해준다.

치유를 해주고 향기로운 여운을 준다.


2017년 가을.

춘천이 있어 참으로 행복했다.




혜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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