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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람 Mar 05. 2018

바람과 함께 달리는 아라뱃길

반포 한강시민공원~정서진 아라뱃길 왕복 90km 2018.3.1



아라뱃길은 국토종주의 시작 혹은 마무리 지점이다. 바닥에 쓰여있는 '0km' 표시가 선명하다.

서울~부산 종주, 600km가 넘는 대망의 장정을 떠나며 저마다 어떤 마음을 품고 있을까. 어떤 결심을 했을까.

각자의 생각은 다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공통점은 아마 도전을 향한 벅찬 설레임이 아닐까. 무엇인가에 미치지 않으면 결코 실행할 수 없는 일. 그 아름다운 도전이 시작되는 긍정의 지점. 아라뱃길이다.

오늘은 종주의 아름다운 기억을 되새기며 또 다른 도전으로 이 길을 찾는다.


국토종주의 대표적 업힐 박진고개에 써 있는 문구


일시 : 2018. 3.1

일정 : 반포 한강시민공원 ~ 한강합수부 ~ 아라 갑문 ~ 정서진(영종 휴게소) 왕복 90km

자전거 : 로드

소요시간 : 총 8시간 30분 (식사 및 휴식시간 2시간 30분 포함)




반포 한강시민공원부터 아라뱃길까지는 왕복 90km,  업다운이 거의 없는 자전거길이다. 쭉 뻗은 자전거길을 무리 없이 달릴 수 있을 듯 하지만 이 길의 변수는 바람이다. 인천을 향해 가는 길은 언제나 맞바람이 분다. 이 날은 특히 무척 센 바람이 불었다. 가벼운 로드 자전거가 옆바람에 휘청할 정도로 바람이 강했다. 그 때문인지 화창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라이더가 적었다. 반포 한강시민공원부터 한강합수부까지 바람을 실감하며 달렸다.


한강합수부에서


길은 상태가 좋았다. 쉴 새 없이 바람과 마주하며 달리느라 체력소모가 많았지만 어떤 기후 조건이라도 상관없이 달릴 때 쌓일 수 있는 내공을 믿으며 긍정의 마음으로 달렸다. 그런 즐거운 마음으로 달리다 보니 어느덧 시원한 서해바다가 보이는 아라 갑문에 도착했다.


아라갑문


아라 갑문부터 인공폭포까지 길도 시원스럽다. 강과 함께 달리는 길은 항상 즐거움을 준다. 인공폭포 건너편에서 잠시 쉰다. 겨울이라 폭포는 멈췄지만  때마침 뱃고동 소리를 내며 여객선이 지난다. 지나가는 여객선을 앞질러 달리려 출발했지만 이후 자전거길이 온통 얼음판이다. 내려서 끌바를 했다. 위태롭게 MTB가 지나간다. 갑자기 얼음판을 만난다고 해도 그 위에서 브레이크를 잡으면 무조건 미끄러진다. 긴 얼음판은 당연히 내려야 하지만 짪은 경우 브레이크를 잡지 말고 그냥 지나가면 된다. 항상 돌발상황에서 당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인공폭포 건너편 쉼터


얼음길이 지나고 오늘의 회기 지점인 정서진을 향한다. 정서진(正西津)은 강원도의 정동진(正東津)과 대칭 개념으로 광화문 기준으로 정서쪽의 의미를 지닌 지명이다.(출처 위키백과) 바람은 계속 세지만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기운이 난다. 정서진에 도착했다. 4시간이 걸렸다. 마침 밀물 시간이어서 저 멀리 보이던 바닷물이 순식간에 차오른다. 영종 휴게소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전망좋은 2층 카페에서 서해바다를 즐겼다.


영종휴게소 2층에서 바라본 서해바다

바람에 지친 몸이 더 쉬고파 하지만 돌아갈 거리가 45km이다. 그래도 올 때와 달리 갈 때는 뒷바람이라 페달링이 가볍다. 쉽게 속도가 난다. 그래도 90km는 힘들었다. 어둑해지는 한강의 석양과 아직은 겨울 끝자락의 한기를 느끼며 오늘의 여정을 마쳤다.



거리와 시간의 영역은 로드와 더불어 확장되고 있다. 하루에 달린 거리 90km. 돌아오며 무척 힘들고 체력의 한계를 느꼈지만 하루 자고 일어나면 다시 회복되어가는 나 자신이 놀랍다. 오랜 거리를 달리면 근육이 고스란히 그 거리를 기억한다고 한다. 그래서 다음엔 더 긴 거리를 갈 수 있게 된다는 것. 오늘은 90km를 갔으니 다음엔 100km다.


새로운 도전. 거듭될수록 놀라운 즐거움이다.




혜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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