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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람 Mar 13. 2018

길이 끝나는 곳에 섬이 있다, 강화도(1)

강화 도래미마을 ~ 먕양돈대 왕복 100km  2018.3.10


봄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이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봄길. 강화도. 이제부터다.





일시 : 2018.3.10

코스 : 강화도 도래미마을 ~ 광성보 ~ 초지진 ~ 가천대학교 강화캠퍼스 ~ 동막해변 ~ 선수항 ~ 망양돈대

왕복 100km

자전거 : 로드

총 소요시간 : 7시간



이른 아침 강화도는 연무로 가득 찼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신>에 등장하는 최고의 신처럼 신비로운 자태를 쉬 드러내지 않는다.

8시 남짓해 도착한 강화도.

강화대교를 건너 초지대교 쪽으로 가던 중 한적한 도래미마을 어귀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오늘의 라이딩은 여기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일부러 많은 정보를 읽지 않았다.

오늘 이동할 대강의 궤적만 머릿속에 담고 이 신비로운 섬을 온몸으로 만날 생각이다.



출발하고 보니 자전거길이 찻길과는 구분되게 만들어져 있었다. 물론 군데군데 깨지고 상태가 좋지 않아 로드 자전거에겐 무리가 될 수 있는 구간은 찻길을 이용했다. 토요일 아침이라 통행량이 적어서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강화도는 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진지였다. 우리나라를 쳐들어온 외적에 맞서 수없이 많은 전투를 벌인 장소답게 그 역사적 흔적은 곳곳에 유적으로 남아있었다. 화도돈대에서 잠시 쉬었다.

서해바다가 막 깨어난 듯 수줍게 우리를 맞는다. 돈대 옆에는 편의점이 있어 보급도 용이하다.



초지진을 향했다. 약한 업힐이 시작된다. 초지진은 강화도내에서도 유명한 명소라 관광객이 꽤 있다. 초지대교가 멀리 보인다. 잠시 작은 등대가 있는 바다를 보다 길을 재촉했다.



초지진을 지나서 동막해변을 향한다. 왼편으로는 썰물로 갯벌을 드러낸 서해바다가 이어진다. 중간에 작은 항구가 있어 잠시 들른다. 썰물 때라 물이 다 빠져 배들이 뻘 위에 있다. 걸어서는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 항구 끝이지만 자전거로는 금세 도착한다. 녹슨 닻이 있다. 무게가 어마어마하다. 한때는 자기의 역할을 묵묵히 했을 거대한 존재가 배가 아닌 육지 위에 덩그란히 놓여 있는 것이 왠지 모를 쓸쓸함으로 다가온다.



서서히 업다운이 시작된다. 공도로 가는 길이라 달리는 차들이 있다. 최대한 길 옆으로 붙어서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달리면 크게 문제 될 건 없지만 조심해야 한다. 항상 자전거길만 달릴 순 없으므로 공도를 달리는 경험은 중요하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강화도에서 은 것을 얻어간다.



동막해변에 도착했다. 갈매기떼가 우리를 맞이한다. 청명한 목소리로 자기끼리의 의사소통을 부지런히 하며 해변의 활기를 준다. 잠시 해변에서 바다와 갈매기와 사람들을 구경했다.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업다운이 시작됐다. 흔히 강화도를 낙타 등에 비유한다. 심한 경사는 아니고 그리 길지도 않은, 그러면서도 적당히 훈련이 되는 업힐이 계속 이어져 라이딩의 즐거움을 준다.



계속 업다운을 반복하면서 강화도 남부 해안선을 지난다. 뷰가 워낙 좋다 보니 펜션이 많다. 따라서 차의 통행량도 많다. 조심히 지나야 한다. 편의점등도 많으므로 보급은 용이하다. 선수 선착장을 향했다. 이 곳에서 석모도로 가는 다리가 있는 줄 알았는데 석모도 들어가는 배편만 있었다. 석모대교는 13km 북쪽에 위치해 있었다. 시간이 애매했지만 일단 석모대교를 향했다.



강화도에는 집집마다 있다고 착각될 정도로 강아지가 많았다. 강아지를 이뻐하는 우리는 곳곳에서 만나는 동물친구들이 반가웠다. 소시지 하나에 천사 눈을 하고 바라보는 강아지들로 마음이 정화된다.



망양돈대에 도착했다. 이 곳엔 삼별초 항쟁비가 있다. 몽고 항쟁 시 마지막까지 투항하지 않고 모두가 목숨을 조국에 바친 이들이 삼별초이다. 삼별초는 고려 무신정권 때 조직된 특수부대로 좌별초, 우별초. 신의군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란 전에는 치안유지 등을 목적으로 하는 부대였으나 대몽항쟁 시기 고려의 저항 상징으로 끝까지 분투하다 제주도에서 그 막을 내렸다. 그래서 항쟁비 앞에는 제주 하루방이 있어 그들의 제주도 항쟁을 기억하고 있다. 삼별초의 항쟁이 끝이 나면서 고려는 원나라에 완전히 복속되게 되고 슬픈 고려말의 역사가 시작된다.



석모도를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애매했다. 돌아갈 길이 멀다. 강화도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중간중간에 너무 많이 쉰 까닭이다. 지척에 석모도를 두고 돌아섰다. 아쉬웠다. 봄이라지만 오후 늦으니 한기가 밀려와 부지런히 달려간다. 곧 다시 만날 강화도의 또 다른 모습이 기대된다.


새로운 도전, 매번 한 발자국씩 내딛는다.



혜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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