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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람 Mar 20. 2018

길이 끝나는 곳에 섬이 있다, 강화도(2)

강화 석모도 및 인근  40km  2018.3.17


하나의 갈매기는 자유의 무한한 관념이다
                                                                            

                                                                                        리처드 바크 <갈매기의 꿈> 중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아무런 거리낌없이 드넓은 창공을 훨훨 날고싶은  욕망이 있다. 지금 딛고 서있는 현실의 고단함을 잠시 잊고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경험은 마치 창공을 나는 갈매기의  자유와 다르지 않다.

자유를 향한, 자유를 찾는 여행. 지금부터 떠난다.


갈매기의 꿈(Jonathan Livingston Seagull)은 리처드 바크의 소설이다.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반적으로 우화로 평가되고 있다. 러셀 맨슨의 실제 갈매기 사진이 곳곳에 삽입되어 있다. 1970년에 미국에서 출판된 당시 미국의 히피문화와 함께 입소문으로 서서히 퍼져 1972년 6월 이후 대히트했다. 1973년에는 영화화되었다.




일시 :  2018.3.17

코스 : 강화도 석모대교 ~ 보문 선착장 ~ 민머루해변 ~ 미네랄 온천 ~ 나룻부리항 ~ 석모리 ~ 석모대교 ~ 오상리삼거리 ~ 석모대교 42km (붉은색 지명은 석모도이다)

자전거 : 로드

총 소요시간 : 4시간 30분 (식사 및 휴식시간 2시간 30분 포함)


석모도 일주 및 강화도 라이딩 지도


강화도는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큰 섬이다. 섬 곳곳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부근리 지석묘를 비롯하여 많은 유물들이 분포되어 있다. 마니산의 참성단에서는 매년 10월 3일 단군제를 지내기도 한다. 전등사, 보문사 등 역사적인 고찰들과 초지진, 광성보 등의 진지들이 산재한 유적의 땅이다. 고려 대몽항쟁의 전초기지로 30여 년간 항전의 장소였고 후일 조선 25대 왕인 철종(영조의 손자 은언군의 혈통인 원범)의 등장으로 다시 한번 역사 전면에 등장한다.

이런 역사수려한 서해의 풍경, 특히 고요함에 신비감마저 감돌게 하는 근사한 낙조로 사시사철 사람들로 붐빈다. 이제 꽃잎이 눈처럼 날리는 계절이 되면 곳곳에 마주하는 아름다움에 섬을 찾는 낭만족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최근에 초지대교의 완공으로 접근성이 더 좋아졌다.


(상단) 고인돌 참성단 (하단) 광성보 서해낙조

 

일주일 전 강화도 남부 100km를 라이딩했다. 그때 가보지 못한 석모도가 아쉬워 다시 한번 강화도를 찾았다.



https://brunch.co.kr/@zigle386/44


 

오늘은 석모도 일주가 목표이고 시간이 된다면 강화 북부를 좀 더 가볼까 한다. 석모도는 2016년 6월 석모대교의 완공으로 편리하게 갈 수 있다.

토요일 오전이지만 석모도를 찾는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석모대교를 지난다. 이 다리는 길이 1.4km로 길다. 안전하게 인도로 가려 하지만 너무나 좁다. 이렇게 좁은 다리 위를 달려 본 적이 없어서 부담이 컸다. 시작부터 힘든 하루가 될 거 같은 예감일까. 좁은 다리 위 저 멀리만 보고 긴 다리를 통과해 석모도로 진입했다.


석모대교입구에서


석모대교를 건너 보문선착장을 향한다. 길 양옆으로 논밭이다. 시원스레 달렸다. 주말이라 석모도를 찾은 차량이 많다. 차들과 함께 달려야 하는 공도라 조심히 그러나 차가 없을 땐 속도를 낸다. 조금 후 갈림길이 나오고 민머루 해수욕장으로 향한다. 석모도의 그림 같은 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이에 취해 달리다 보면 오늘의 하이라이트 업힐이 시작된다.



업힐은 항상 양면이 있다. 피하고 싶지만 또 없으면 지루하다. 힘들지만 오르면서, 또 오르고 나면 희열을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함. 힘겹게 오르고 있을 때 함께 오르는 동료가 내 등을 밀어주며 나의 힘겨움을 나눠 가진다. 그 손의 숭고함. 그래서 업힐은 행복이다.

민머루 해수욕장 가는 길은 업힐이 길다. 다 오른 거 같은데 코너를 도니 또 다른 언덕이 보인다. 호흡을 최대한 유지하지만 다리 근육은 극으로 치닫는다. 그래도 꼭 오르고 싶다. 이 순간은 흡사 나를 휘발시켜 훨훨 창공을 나는 자유의 과정 같다. 같이 가는 동료의 고마운 손까지 보태져 정상에 다다른다. 시원한 바람 한줄기. 저 멀리 해변이 보인다.

민머루 해수욕장은 고즈넉하다. 그리 크지 않고 주위의 상가가 적어 동막해변 같은 분주함이 없다. 바다를 느끼기에 적당하다.



해변 옆의 편의점에서 간단한 요기를 하고 해수미네랄온천 방향으로 떠난다. 섬은 고요하지만 차는 많다. 대부분 미네랄 온천을 가는 차량이다. 온천 내에 무료로 개방되는 족욕탕이 있다고 들었지만 찾아보진 못했다. 여기를 지나면 현저히 교통량이 줄어든다. 공도 옆 자전거길을 드나들며 북쪽을 향한다. 작은 항구가 있다. 나룻부리항이다. 이름이 재밌다. 이 곳은 석모도 자연휴양림, 미네랄온천, 보문사, 민머루해수욕장 등과 함께 석모도의 주요 관광거점으로 개발 중인 곳이다. 한산하긴 하지만 시설들이 깔끔하다.



나룻부리항을 지나 석모대교로 방향을 잡는다.

이곳저곳 아를다운 곳을 오래 감상했더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다시 석모대교를 건너 강화도로 간다.

강화 북부를 가볼까 하고 조금 올라갔지만 누적된 피로가 다리를 짓누른다. 매주 강행되는 장거리 라이딩을 잘 참고 버텨준 두 다리에 휴식을 주고자 오늘 라이딩은 여기서 마무리했다.


2주에 걸쳐 강화도를 달렸다. 강화도만 일주해도 100km는 훌쩍 넘는 여정이다. 다음에 이 곳을 찾을 땐 그래 보려 한다. 그만큼 매력적이다. 자전거를 싣고 돌아오는 길에 마주한 동막해변의 고요한 낙조. 그게 강화도이다.


새로운 도전, 항상 자유다.


혜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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