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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람 Apr 10. 2018

휴먼 스테인

나 자신의 얼룩(스테인)은 무엇인가.      필립 로스 저

stain : [명사] (지우기 힘든) 얼룩, (평판에 생긴) 오점, 흠결


누구나 가슴속 깊이 자기만이 알고 있는, 혹은 정말 영혼을 나누는 극소수의 사람과만 공유하고 있는 자신만의 얼룩 혹은 흠결, 즉 스테인이 있다.


미국 중소도시에 위치한 대학에서 고전학을 강의하고 있는 콜먼 실크는 자신의 수업에 계속 불출석하고 있는 학생이 있음을 알았다. 그리 중요치 않은 언급, 이들아느냐는 취지로 학생들에게 '그들은 스푸크(spook)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는데 이것으로부터 그의 인생은 지금과 완전히 다른 격랑의 파고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너무나도 드라마틱한 반전의 연속, 이야기는 인간의 깊은 내면을 송두리째 흔든다.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 필립 로스는 앞서 혜람의 책 이야기에서 소개한 <에브리맨>의 저자이다. 그는 코맥 매카시, 토머스 판천, 돈 드릴로와 함께 '미국 현대문학의 4대 작가'로 꼽힌다. 평론가들은 '현대 미국을 충실히 기록한 거장'이라그를 평가한다. <미국의 목가>,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굿바이, 콜럼버스>, <포토 노이의 불평>, <에브리맨> 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에브리맨>과  많이 다르다. <에브리맨>의 필립 로스는 고요하고 진중하며 가슴속 깊은 곳에 낮은 울림을 주었다면 <휴먼 스테인>의 그는 놀랍도록 탄탄한 스토리와 섬세한 인간 감정의 터치, 그리고 상상치 못한 반전의 연속으로 또 한 번 자신을 독자에게 각인시킨다.


필립 로스( Philip Milton Roth 1933 ~ )


우리는 누구나 얼룩(스테인)이 있다. 그것이 크고 작던간에, 아니 그 누구도 얼룩(스테인)의 경중을 논할 순 없다. 자신의 것이 가장 크고 아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들은 해소될 수 없는 얼룩(스테인)의 짓눌림속에서 인생을 살아간다. 목구멍에 걸린 가시같이 때로는 숨 쉴 때마다 저며오는 가슴 통증처럼  인식되기도 하고 가끔은 잊고 지내기도 한다.


주인공 콜먼 실크는 자신의 얼룩(스테인)을 극복하기 위해, 아니 희석시키기 위해 인생전반에 걸쳐 치열하게 살았다. 그러나, 많은 걸 이루고 안정된 삶 속에 다시 운명은 반전된다. 마치 원죄처럼 깊은 곳에 침잠해 있던 얼룩(스테인)은 또 다른 얼룩(스테인)의 등장으로 함께 엮이고 조합되면서 다른 형태로, 그러나 본질은 결코 다르지 않은 얼룩(스테인)으로 확장된다. 독자들은 생각한다. 이게 삶이구나 하는 자조 또는 깨달음.


필립 로스의 작품은 여운이 길다.

두 권에 걸친 한 남자와 또 그와 연결되는 인물들의 인생을 읽었다. 인간 본질의 연약함과 앞에서 보이는 모습 외에 숨겨져 있는 이면 그림자의 길이, 이에 대한 끊임없는 인식과 발견, 좌절들이 나의 인생의 그것과 연결되며 깊은 사유를 하게 한다.

상대의 얼룩(스테인)을 알아가게 되는 아픔과 혼돈, 그리고 나의 얼룩(스테인)을 다시 곱씹는 고통.


이것이 <휴먼 스테인>이다.




이 글의 작가인 필립로스가 2018.5.22(현지시간) 향년 85세로 타계했습니다. 

그가 남긴 깊이 있는 작품들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혜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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