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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람 Nov 14. 2018

만추에 떠나는 정선 동강 라이딩

2000m 누적 고도가 말해주는 극한 업힐 코스  2018.11.4


단풍보다 고혹하고

은행보다 어여쁘니

쏟아지는 당신께 파묻혀도

내게는 여한이 없을 계절이어라

                                - 서덕준 <가을> 중



쏟아지는 당신께 파묻히고 싶어
강원도 깊숙한 곳으로 길을 떠난다.





일시 : 2018.11.4

코스 :  영월역 ~ 별마로 천문대 ~ 삼옥교 ~ 예미초교 운치 분교장 ~ 용탄 1리 마을회관 ~ 정선 농장 ~  정선 공설운동장 주차장 총 81km

소요시간 : 6시간




계절이 무르익어가는 지금, 만추의 정선으로 팀 라이딩을 떠났다.

새벽 5시, 대절된 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11명의 라이더와 함께 여정을 시작했다. 아직 동트기 전 쌀쌀한 공기를 느끼며 서울을 빠져나간다. 버스는 2시간 반 남짓 달려 태백선 영월역에 도착했다. 영월역 앞 식당에서 다슬기해장국으로 아침을 든든히 먹고 오늘의 라이딩을 시작했다.


버스속 자전거 거치


영월역에서 출발해 오늘의 첫 코스이자 하이라이트인 별마로 천문대를 향했다. 천문대는 봉래산 정상 (해발 799.8m)에 위치해 있고 영월역에서는 약 10km 정도의 거리이다.

아직 몸도 덜 풀린 데다가 경사도도 부담스러워서 초반부터 힘들다. 삼옥재길을 5km 정도 꾸준히 오르면 천문대로 향하는 입구가 보인다.


천문대로 오르는 길


천문대길로 들어서면 입구부터 초보 라이더들을 기죽게 하는 심한 업힐이 시작된다. 같이 가는 베테랑 라이더들은 초반 경사가 지나면 그리 힘들지 않다고 귀띔해 주었지만 그들과 나의 체감은 틀렸다. 천문대까지의 4.5km는 심한 경사와 급코너 헤어핀이 이어진다. 지나온 5km로 피로해진 다리가 감당하기엔 결코 만만치 않았다. 같이 가는 동료가 간간히 등을 밀어주며 힘을 실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 지금까지 경험한 업힐 중 가장 힘든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



등을 밀어주는 동료애
급경사의 헤어핀
천문대 오르는 길

드디어 별마로 천문대에 도착했다. 발아래  운무 낀 뷰, 신비스럽다. 턱밑까지 차오른 숨이 가쁘지만 하나의 관문을 통과했다는 뿌듯함이 있다. 다들 비상(飛上)의 컷을 찍는다. 진짜 하늘을 나는 착시를 갖게 한다.  인생 샷이라 할 만한 근사한 컷들도 나온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다운을 시작했다. 올라온 경사와 헤어핀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다운 또한 어렵다. 다들 빠르게 내려가지만 초보에겐 힘든 다운이다.


봉래산 정상
별마로천문대
비상(飛上) - 하늘을 날다

신나는 다운 후 삼옥교를 지나고 예미 오거리에 도착했다. 근처에서 점심식사를 푸짐히 하고 다시 길을 떠난다. 배가 가득 차서 몸이 무거운데 시작부터 오르막이다. 별마로 천문대 정도는 아니지만 업힐이 계속 이어진다. 이어진 고개 정상엔 구래기재터널이 있다. 터널은 오직 차 한 대만 겨우 지날 수 있는 폭이고 등하나 없는 암흑이다. 게다가 바닥상태가 좋지 않아서 조심해야 한다. 터널 입출입구 위에 표시등이 있어 출발 가능 여부를 살펴볼 수 있다. 라이트를 켜고 변색 고글까지 벗고 출발을 준비한다. 터널 안은 약한 내리막길, 은근히 길다. 오로지 라이트 하나로 의지하다 보니 누구 한 명이라도 넘어지면 사고가 클 수 있다. 긴장 속에 무사히 터널을 지났다. 터널을 지나면 계속 내리막이 이어진다.


터널앞
구래기재 터널
터널지난후 다운힐


이제부터는 왼편에 동강을 두고 달린다. 가을의 정취가 물씬 난다. 크게 업다운이 없는 길이다. 다만, 노면 상태가 좋지 않다. 길 중간 간간히 갈라진 틈이 넓어 자칫 바퀴가 끼면 넘어질 위험이 있다. 또한 마치 오프로드처럼 돌이 많은 구간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가는 중간, 이 지방에 이어져 오는 전통 다리인 '섭다리'가 보인다. 섭다리는 통나무와 진흙, 소나무 가지로 만들어 놓은 임시 다리를 말한다. 강을 사이에 둔 마을 사람들의 통행을 위해 매년 물이 줄어든 겨울 초입에 놓았다가 여름철 많은 물에 의해 떠내려 갈 때까지 사용했다고 한다. (출처 EBS)

잠시 가는 길을 멈추고 다리에 올라 강을 본다. 물살이 빠르지만 그 맑음이 시원스럽다. 섭다리의 특성상  밟을 때마다 흔들림이 있지만 멋스러움이 느껴진다.



이젠 막바지로 향하는 라이딩. 불타는 가을을 마주하며 달리는 쾌감이 근사하다. 흠뻑 빠져 달리다 보니 어느덧 종착점이다. 함께한 동료들에게 감사한다.
아무 사고 없이 긴 여정을 끝낸 뿌듯함. 행복했던 오늘의 라이딩이 이렇게 마무리된다.



귀경길 아름다운 노을


강원도 정선의 깊은 가을을 충분히 즐겼던 하루였다. 모든 라이딩은 비단 운동만의 의미가 아니라 정신과 감성의 채움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보고 느끼는 자연과 더불함께하는 동료들과 나누는 시간이 좋다.

오늘 코스는 팀 라이딩이 아니었다면 끝까지 소화하기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누적 고도 2,000m 이상, 80km 거리를 6시간에 소화했다면 그 난이도를 짐작할 수 있다.
쌓여가는 경험의 소중함. 여럿이 함께해서 더욱 의미 있었던 라이딩이었다.


별마로 전문대 앞 전망대


혜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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