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다가온다. 아픈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장소, 철원 노동당사를 다녀왔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곳에서 고통을 당하고 죽임을 당했을까. 대낮에 갔어도 처연한 느낌이 가득했다. 이 아픈 기억이다시는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이 글을 쓴다.
오늘 라이딩 구간은 전구간 공도이다. 특히 소요산역에서 연천에 들어서기까지의 약 10km 구간은 트럭 등 차량통행이 많은 구간이라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비교적 통행량이 적었지만 그래도 속도를 내는 차량과 함께 달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최대한 오른쪽으로 붙어서 진행한다. 구간구간 차선폭이 적은 곳도 있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차를 너무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레이싱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천에 들어섰다. 연천은 전곡리 유적으로 유명한 선사시대 유적의 보고이다. 그래서 아래 사진처럼 선사시대를 이미지 한 조형물이 길입구를 장식하고 있다. 또 길 오른편에는 38선을 알리는 표시석도 있다. 한국전쟁 전에는 이 곳 북쪽부터는 북한이었음을 알게 해 준다.
교통량이 많이 줄었다.이제부터는 그리 어렵지 않은 공도길이다. 가다 보면 재인폭포, 한탄강 유원지로 들어갈 수 있다. 길은 은근히 낙타등이다. 강화도만큼은 아니지만 꾸준히업다운이 반복된다. 약간 지루함이 이어진다.
철원을 향해 계속 달리다 보면 지금은 운행을 안 하는 경원선 역들을 만난다. 대광리역, 신탄리역, 백마고지역이다.
대광리역과 신탄리역은 시간여행을 하듯 옛 정취가 물씬 풍긴다. 열차가 운행되지는 않지만 역사가 개방되어 있어 선로에 나가볼 수도 있고 화장실을 이용할 수도 있다. 또한 주변에 군부대가 많아 군인들과 면회 온 연인 가족들로 주위가 무척 활기차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로 유명한 백마고지역은 앞선 두 역과 달리 현대적 시설의 역이다. 철도 종단점을 보러 온 사람들, 잠시 쉬어가는 라이더들이 꽤 있다.
대광리역
신탄리역
백마고지역
세 개의 역을 다 지나면 목적지가 지척이다. 민통선을 앞두고 주위가 고요하다. 고즈넉한 길들을 지난다. 벌써 회기 하는 라이더들과 눈인사를 한다. 민통선 통제선이 나오고 그 옆으로노동당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잿빛 건물 외벽에는 수많은 총알 자국이 선명하고 금세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운 건물 곳곳에는 새로 기둥을 받쳐 보강 공사를 해놓았다. 아픈 역사의 기운이 건물 구석구석에서 배어 나온다. 건물을 한 바퀴 돌며 한 서린 그곳의 아픔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온 길을 되돌아간다. 맞바람이 세다. 바람을 온몸으로 이겨내며 달리는 길이 힘들다. 오전보다 차량 통행량이 많아지니 이 역시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힘든 공도길이지만 안전히 달려 무사히 소요산역에 도착했다.
오늘의 라이딩은 라이더라면 한 번씩은 가 본다는 코스이지만 결코 만만하지 않다. 초반 차량통행이 많고 특히 속도를 내는 대형차량 등 위험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글을 쓰기 위해 중간중간 멈춰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멈추기 쉽지 않은 여건이라 초반 찍은 사진이 거의 없다. 그만큼 이 코스는 복잡한 공도에 익숙한 라이더에게만 추천하고 싶다. 그래도 아기자기한 경원선 역들, 고즈넉한 철원의 풍경, 역사를 다시 되뇌게 하는 노동당사의 모습에 6월을 앞두고 특별한 경험이 된 라이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