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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람 Jun 17. 2019

바다넘어 자유롭게 날아간 곳  장봉도 라이딩

인천광역시 옹진군 장봉도 일주 18km  2019. 6.


풀리지 않는 난제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

소란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홀로 고요하고 싶을 때

예기치 못한 마주함과 깨달음이

절실하게 느껴질 때


그리하여 매 순간

우리는 여행을 소망한다

                            

                                    - 김영하 <여행의 이유> 중




코스 :  인천 삼목항 ~ (배 타고) 장봉도 옹암선착장 ~ 옹암해수욕장 ~ 말문고개 ~ 한들해수욕장 ~ 진촌해수욕장 ~ 옹암선착장 원점회기  총 18km

자전거 :  로드바이크



얼마 전 다녀왔던 신시모도의 여운을 간직한 채 오늘은 같은 옹진군에 위치한 장봉도를 향한다.

신시모도와 마찬가지로 인천 삼목항에서  배를 탔다. 신도는 승선 후 약 10분이면 도착할 정도로 연안에서 가깝지만 장봉도는 다르다. 배로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9시 10분 배를 승선했다. 신시모도 라이딩의 경험이 있어 신분증도 잘 챙겼다. 운임은 편도  3,000원에 자전거 운임 1,500원이 추가된다.

장봉도. 그곳엔 어떤 세계가 기다릴지 사뭇 궁금하다.


https://brunch.co.kr/@zigle386/80



자전거를 잘 세우고 준비해 간 새우깡을 열었다.

저번 신시모도와는 달리 오늘은 새우깡을 하나 들고 팔을 뻗고 있으면 갈매기들이 직접 손에서 낚아 채 먹는다. 놀랍고 신기했다. 나와 눈을 맞추고 내 손으로 정확히 날아와 얌전히 가져간다. 한참 놀라워하고 있는데 가만히 보니 특정한 한 마리가 계속 온다. 서너 개쯤 받아먹고는 물 위에 잠시 앉아 물로 목을 축이고 다시 나에게로 온다. 한참을 렇게 새우깡 파티를 했다.

 


삼목항 전경 / 새우깡을 받아 먹는 갈매기
자유로운 비행


그렇게 놀라운 40분이 금세 지나고 장봉도에 도착했다. 선착장에는 먹거리를 파는 노점이 많다. 오늘의 라이딩은 완편으로 방향을 잡으면 되지만 선착장 오른편에 작은 멀곳을 조망할 수 있는 구름다리가 있다. 그곳부터 들러본다. 작은 멀곳은 마을 앞에 있는 바위섬으로 옹암포 방파제 구실을 하고 있으며 바다 한가운데 위치해 있어 가깝지만 멀어 갈 수 없다는 유래로 붙여진 명칭이다. 구름다리를 건너 조망대에서 장봉도 바다를 본다. 고요하고 한적하다. 오늘 돌아볼 섬도 이럴 거라 짐작된다. 구름다리를 뒤로하고 본격적인 라이딩을 시작한다.



작은 멀곳 구름다리


처음부터 업힐이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몸이 안 풀린 상태로 오르니 숨이 좀 가쁘다.  장봉도는 신시모도와는 달리 업다운이 좀 있다. 적당히 운동이 되는 코스라 재미있다. 언덕을 내려가면 식당들이 더러 있고 옹암해수욕장이 나온다. 조망대에서 잠시 쉰다. 해변엔 캠핑하는 사람, 갯벌체험을 하는 사람들로 활기가 있다. 이때가 약 10시경. 썰물 때라 갯벌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저마다 일상을 잊고 새로움을 만끽하는 듯하다. 우리 마음도 매한가지이다.


 

옹암해수욕장/  드넓은 갯벌이 펼쳐져 있다.


자전거는 고즈넉한 숲길을 지난다. 이곳이 장봉 벚꽃길이다. 지금은 꽃 대신 녹음이 싱그럽다. 이토록 아름다운 길을 지날 때면 여행의 매력은 배가된다. 일상을 잊고 마음과 정신을 가다듬고 환기시키는 여행의 가치, 그래서 여행은 항상 옳다.



장봉 벚꽃길


점점 오르막이다. 국사봉 진입로 표시를 보니 여기부터 말문고개인가 보다. 이곳에 오기 전 찾아본 블로그에서 힘들게 말문고개를 올랐다는 글이 생각나 조금 긴장했다. 막상 오르니 그리 높지 않은 업힐이다. 길이가 조금 길어서 과장된 듯싶다. 말문고개 정상에는 멋진 정자가 있어 오고 가는 사람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말문고개


말문고개를 다운하면 바로 한들해수욕장에 도착한다. 여기도 갯벌 체험하는 사람들이 있다. 해변은 작지만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건 언제든지 가능하다. 잠시 둘러보고 오늘의 목적지인  진촌해수욕장을 향해 달린다.



한들해수욕장


진촌해수욕장 방향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나오면 우회전한다. 눈앞에 엄청난 업힐이 보인다. 알고 보니 대빈창 선착장 가는 길이다. 다행히 진촌해수욕장 가는 길은 그 길이 아니고 좌회전해야 한다. 그러나 이 길도 만만치 않은 업힐이다. 짧지만 경사는 말문고개보다 심하다. 게다가 차 한 대 겨우 지나가는 좁은 길이라 뒤에 차가 따라온다면 은근히 쉽지 않다.



진촌해수욕장 가는길 / 해변 입구 업힐


힘들게 오른 정상엔 정자가 있다. 장봉도에는 곳곳에 정자가 있어 여행객의 휴식을 도와준다. 정자에는 흡사 르네 마그리트의 <인간의 조건>을 연상케 하는 그림틀이  있다. 그 틀 안에서 서해의 근사한 풍경이 작품으로 재탄생된다. 이런 멋진 생각을 누가 했을까. 이 또한 생각지 않은 여행의 기쁨이다.


정자 옆으로는 임도길이 보인다. 초입이 이쁘다. 엠티비 라이더라면 장봉도 임도길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멋진 정자를 뒤로하고 진촌해수욕장으로 들어간다. 짧은 다운이지만 노면 상태가 무척 좋지 않다. 천천히 내려가야 한다. 이 곳 역시 고즈넉하다. 한 무리 라이더들이 쉬었다 떠난다. 우리도 잠시 머물다 왔던 길을 돌아 선착장을 향한다.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그림틀 / 왼쪽은 르네 마그리트 작 <인간의 조건>
그림틀 안에서  바다는 작품이 된다
진촌해수욕장 전경


장봉도는 조용한 섬이다. 섬이라 바람이 심한 구간도 있지만 신시모도와 달리 바다조망이 되는 길이 많고 업다운이 적당해 지루하지 않다. 단지 섬 북쪽은 임도길이라 로드바이크로는 갈 수 없어 라이딩 거리는 약 18km로 짧다. 그래서 장봉도를 먼저 돌고 가는 길에 신시모도를 들르는 것도 재미있는 코스가 될 거 같다. 우리가 9시 10분 배를 타고 10시경 장봉도로 들어와 유유자적 라이딩을 하고 1시 배를 탔으니 장봉도 신시모도 연계 라이딩은 시간적으로 충분하다. 실제로 이날 우리를 앞선 한 무리 라이더들은 1시배를 함께 타고 신시모도에서 내렸다.


배를 타고 망망대해로 떠난다는 것만으로도 섬 라이딩은 특별하다. 그곳엔 누가 살까 하는 궁금함으로 시작부터 설렌다.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 Homo Viator ), 그렇게 또 하나의 세계를 만나고 간다.



말문고개에서


혜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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